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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을 빼서 혁신이 생긴 국수 가게 – 베지 크릭

앙꼬 없는 찐빵은 찐빵이 아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찐빵 취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판매의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앙꼬 없이 찐빵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혁신적인 제품으로 인정받으며, 새로운 시장 기회를 만들어냅니다. 타이베이의 ‘베지 크릭’도 앙꼬 없는 찐빵처럼, 국민 음식인 ‘루웨이’에서 핵심을 뺐습니다. 고기나 육수가 없는 루웨이는 상상할 수 없었는데, 과감하게 고기를 빼고 채식 루웨이를 선보입니다. 루웨이를 단순히 채식으로만 만들었다면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루웨이가 대만의 젊은 창업자들 사이에서 성공 스토리로 회자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Quick View

• 들어가며
• #1.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 #2. 건강에 좋은 야채를 깨끗하게
• #3. 많은 사람들을 위해 저렴하게
• 빈틈없는 한 그릇에 담긴 진정한 채식주의

 

본 콘텐츠는 읽는 데 총 10분 정도 소요됩니다.


나가사키 짬뽕의 본 고장인 나가사키에서 나가사키 짬뽕을 맛 보려면 어디로 가야할까요? 나가사키에 넘쳐나는 나가사키 짬뽕 가게 중에 어디로 가야할 지 잘 모르겠다면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은 프랜차이즈 매장을 방문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나가사키에 본점을 둔 ‘링거 헛(Ringer Hut)’은 진한 국물과 푸짐한 양으로 인기를 끌며, 나가사키뿐만 아니라 일본에 전역에 600개 이상의 지점을 갖고 있습니다.

 

나가사키 짬뽕으로 인기를 끈 링거 헛에는 특별한 짬뽕이 있습니다. 바로 ‘야채를 많이 먹기 위한 수프(野菜たっぷり食べるスープ)’라는 메뉴입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 음식은 뽀얀 나가사키 짬뽕 국물에 야채를 듬뿍 넣은 메뉴로, 한 그릇에 무려 480g의 야채가 들어 있습니다. 링거 헛의 ‘야채를 많이 먹기 위한 수프’는 단순히 건강을 생각해서 야채를 많이 넣는 것 이상의 발상이 숨어 있습니다.

 

이 짬뽕에는 면이 없습니다. 야채를 가득 넣기 위해 짬뽕의 핵심재료인 국수를 과감하게 없애버린 것입니다. 건강에 좋은 야채를 많이 먹고 싶고, 밀가루를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진다는 고객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만든 메뉴입니다. 면 없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야채를 아낌없이 넣었습니다. 이 짬뽕을 먹어보면 짬뽕이라고 해서 꼭 국수가 들어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집니다. 단점이 있는 핵심 재료를 없애고, 부재료로 빈 자리를 보완해 완전히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 냈습니다. 면이 없어서 허전한 짬뽕이 아니라, 면이 없어도 온전한 짬뽕입니다.

 

<<< 링거 헛의 ‘야채를 많이 먹기 위한 수프’입니다. 전형적인 나가사키 짬뽕의 비주얼이지만, 자세히 보면 면이 없습니다.

 

‘야채를 많이 먹기 위한 수프’처럼 때로는 당연하다고 여기던 개념을 뒤집어 보면 새로운 기회가 생기기도 합니다. 대만의 타이베이에도 링거 헛처럼 핵심 재료를 뺀 국수로 이름을 알린 국수 가게가 있습니다. 게다가 링거 헛과 달리 핵심 재료를 뺀 국수 메뉴는 여러 가지 메뉴 중 하나가 아니라 아예 이 가게의 정체성입니다. 2012년, 2명의 젊은 공동창업자들이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야채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을 만들고자 개업한 ‘베지 크릭(Vege Creek)’ 이야기입니다.

 

‘레스토랑에서 먹는 채식 루웨이(滷味)’

 

베지 크릭의 컨셉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베지 크릭은 꾸준히 성장하며 타이베이에만 8개 지점을 내고, 대만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타이중까지 진출했습니다. 루웨이는 대만 사람들이 즐겨 먹는 국수요리로, 우리 나라의 잔치국수, 일본의 우동 정도 되는 국민 음식입니다. ‘레스토랑에서 먹는 채식 루웨이’라는 컨셉은 특별한 단어 하나 없이 평범하지만, 루웨이의 특징을 이해하고 루웨이를 먹는 맥락을 알게 되면 베지 크릭이 핵심 재료를 빼고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만들어 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베지 크릭이 대만의 젊은 창업자들 사이에서 성공 스토리로 회자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1.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대만은 전체 인구 중 약 13%가 채식주의자일 정도로 채식주의자 비율이 높습니다. 전체 인구 수 대비 채식주의자 수 비율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자면 인도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과 함께 전 세계 2,3위를 다툴 정도입니다. 대만 전역에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만 6천 개가 넘을 정도로, 대만에서 채식주의는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수도인 타이베이는 채식주의자들이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도시 중 하나로 평가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숫자의 순도가 높은 것은 아닙니다. 보통의 채식주의자 식당에서는 87%의 소비자을 외면할 수 없어 채식은 물론 일반 메뉴도 함께 판매하기 때문입니다. 채식으로만 기준을 높이면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의 옵션은 줄어들게 됩니다.

 

순도 높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 중에서 베지 크릭은 눈에 띄는 가게입니다. 원래 채식으로 먹던 음식이 아닌 루웨이를 채식으로만 먹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베지 크릭이 판매하는 메뉴는 루웨이 한 가지입니다. 루웨이는 여러 가지 고기와 야채, 면 등의 재료를 고기 육수에 데쳐 먹는 음식으로 건더기는 물론, 국물도 고기 육수를 사용해 고기가 빠질 수 없는 음식입니다. 하지만 베지 크릭은 루웨이에서 고기를 빼고, 채식 버전으로 탈바꿈시킵니다. 야채와 약재로 우려낸 담백한 국물에 고기 대신 야채와 식물성 단백질인 두부 등을 넣어 끓입니다.

 

 

<<< 각종 야채, 두부 등을 넣어 채식 버전으로 변신한 베지 크릭의 루웨이입니다.

 

아무리 국민 음식이라지만, 그리고 유달리 채식주의자의 비율이 높다고 하지만 루웨이라는 단일 메뉴를 채식으로만 구성한다면 시장성이 있을까요? 루웨이라는 음식의 특성을 이해하면 채식 루웨이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재료를 선택해서 조리하는 루웨이의 특성상, 단일 메뉴라 하더라도 다채로운 맛을 구현할 수 있어 질릴 일이 없습니다. 손님들이 원하는 재료를 고를 수 있도록 뷔페식으로 운영할 뿐만 아니라, 고를 수 있는 재료의 옵션도 무려 40가지가 넘습니다. 손님이 자신의 루웨이에 넣고 싶은 재료들을 골라서 가져오면, 직원이 야채 베이스의 국물에 손님이 고른 재료들을 한데 넣어 끓입니다. 적당히 끓인 루웨이에 기호에 따라 추가할 수 있는 소스와 향신료도 11가지나 됩니다. 진한 고기 국물에 익숙한 사람들이 채식 루웨이를 심심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수십 가지 야채와 양념으로 채식 루웨이를 보완하는 것입니다. 또한 국민 음식을 채식 버전으로 바꾸어 채식에 대한 문턱을 낮추니,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들도 거부감없이 즐길 수 있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채식의 매력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채식주의자가 채식주의자가 아닌 지인과 함께 동행하기 적당한 곳입니다.

 

 

<<< 고객들은 수십 가지의 식재료들 중 먹고 싶은 재료만을 골라 자신만의 루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 기호에 따라 첨가할 수 있는 11가지 소스와 향신료들은 채식 루웨이의 풍미를 더욱 깊고 진하게 만들어 줍니다.

 

#2. 건강에 좋은 야채를 깨끗하게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우노 다카시’는 평범한 메뉴도 특별한 메뉴로 만들 수 있고, 심지어 요리를 못해도 인기 메뉴는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작은 정미기를 들여 놓고 손님이 보는 앞에서 바로 정미한 쌀로 밥을 지으며 ‘쌀은 살아 있으니까 우리 가게는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바로 정미해서 밥을 지어요.’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밥 하나는 기가 막히게 짓는 집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즉, 맛있고 좋은 음식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님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해주어 확신을 가지게 하는 것 또한 방법이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확신은 고객 경험을 좌우합니다.

 

루웨이는 원래 허름한 노점이나 야시장에서 먹는 음식입니다. 싸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위생적이진 않습니다. 베지 크릭은 이런 보통의 루웨이 식당이 가진 결점을 극복하고, 사람들이 마음 놓고 루웨이를 즐길 수 있도록 세련된 카페 분위기의 깔끔한 매장을 꾸밉니다. 길거리 음식을 깔끔한 장소에서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고객들의 기대는 올라 갑니다. 게다가 비건 레스토랑으로서 녹색의 신선한 야채를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한 것도 고객들의 시각을 자극합니다. 루웨이의 재료로 고를 수 있는 9가지 녹색 야채들은 한 쪽 벽에 밭에서 피어난 듯 꽂혀 있습니다. 일렬로 정갈하게 꽂혀 있는 싱싱한 야채들은 마치 야채 농장을 연상케 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 1인분씩 소분된 녹색 생야채들은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주는 것은 물론, 인테리어 요소로도 제격입니다.

 

루웨이를 좋아 보이게 만들기 위한 베지 크릭의 노력은 인테리어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루웨이를 먹는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루웨이에 들어가는 재료에도 신경을 씁니다. 베지 크릭은 기존 루웨이 식당이나 뷔페와 다르게 루웨이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1인분씩 소포장해 둡니다. 덕분에 오랜 시간 공기에 노출되어 시들해졌거나, 먼저 온 사람들이 집게로 헤집어 볼품 없어진 재료를 고를 일이 없어졌습니다. 6가지의 면 사리 중 하나를 고르는 방법도 획기적입니다. 건조된 면은 포장을 하더라도 쉽게 부서지고, 식감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포장한 건면 대신 금속 막대를 고르도록 되어 있습니다. 막대에는 종류별 면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그려져 있어 구분하기 쉽습니다. 비닐 포장과 금속 막대로 재료를 보호하니 몸에 좋은 채식 루웨이가 더욱 건강해 보입니다.

 

<<< 비닐 포장 덕분에 고객들은 더욱 신선하고 깨끗한 재료들을 고를 수 있습니다.

 

<<< 면 종류를 고르기 위한 금속 막대는 부서지기 쉬운 건면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귀여운 생김새 덕분에 고르는 재미마저 더합니다.

 

고객들이 고른 재료로 루웨이를 만들어 주는 방법도 콜럼버스의 달걀 같습니다. 보통의 식당과 달리 베지 크릭은 조리대를 부엌 밖으로 꺼내 조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고객들이 루웨이에 넣을 재료를 골라서 계산대로 가져가면 계산을 마친 후 바로 옆의 조리대에서 즉석으로 루웨이를 완성해 주는 것입니다. 고객들은 깨끗한 재료로 눈 앞에서 만들어지는 루웨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베지 크릭의 루웨이에 실망하기 힘든 이유입니다.

 

 

<<< 직원이 루웨이를 만드는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어 식재료, 조리 과정 등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 갑니다.

 

 

<<< 직원이 눈 앞에서 만든 루웨이를 각 손님의 그릇에 담아주면, 고객들은 자신의 그릇을 가져 갑니다.

 

#3. 많은 사람들을 위해 저렴하게

 

베지 크릭은 번듯한 매장에서 깨끗한 재료로 루웨이를 만듭니다. 고급화된 루웨이는 필연적으로 고급 음식이 되어야 할까요? 베지 크릭은 소수의 채식주의자들이나 돈 많은 사람들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채식 루웨이를 지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테리어나 시설 등이 비슷한 수준의 식당들보다 더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합니다. 그렇다고 손해를 보면서 가격을 낮춘 것은 아닙니다. 인력, 시간,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객단가를 높이기 위한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가게의 이익과 고객의 효용 사이의 접점을 찾았습니다.

 

베지 크릭은 인력도, 시간도 낭비하지 않습니다. 재료를 고르고, 조리된 음식을 가져가는 것은 손님의 몫입니다. 직원이 할 일은 고객이 가져온 재료를 계산하는 것과 재료들을 한 데 넣어 국물에 데치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은 계산하는 인력 1명과 조리하는 인력 1명이면 충분합니다. 인력이 적어도 조리 시간이 짧기에 주문이 밀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또한 개별 냄비에 국물을 붓고 재료를 담아 끓여 내는 대신, 오뎅바에서 사용할 법한 커다란 스테인리스 통에 국물을 준비해두고, 고객들이 고른 재료들을 각각의 채반에 담아 한 번에 끓입니다. 개별 재료들은 1인분 소포장으로 분리하되, 베이스가 되는 국물은 한 통에 끓여 국물을 개별 냄비에 담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재료들은 이미 다 손질이 되어 있고 비닐 포장을 뜯어 채반에 넣기만 하면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본점은 6개의 주문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고, 지점에 따라서는 채반의 개수를 늘리기도 합니다.

 

<<< 베지 크릭의 계산대와 조리대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 테이블에 있어 주문에서 조리까지의 리드 타임이 줄어 들고, 인력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 커다란 스테인리스 국물 통과 여러 개의 채반을 활용해 루웨이를 만드니 조리 시간이 단축됩니다.

 

매장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도 곳곳에 보입니다. 일단 40가지가 넘는 모든 재료들은 한쪽 벽면에 진열되어 있어 자리를 거의 차지하지 않습니다. 소분된 야채들은 2층짜리 나무 선반에 종류별로 분리되어 담겨 있으며,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도록 적당량만 진열해 두고 소진 시 보충합니다. 부피가 큰 녹색 야채들을 벽면에 수직으로 배열한 것도 공간 절약을 위한 아이디어입니다. 테이블도 작은 테이블을 여러 개 두는 것이 아니라 약 2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커다란 원목 테이블을 매장 중앙에 놓습니다. 2인석, 4인석처럼 좌석 수에 구애 받지 않고 몇 명이 와도 함께 수용이 가능하고, 혼자 온 고객들이 2~4명의 테이블을 차지할 일도 없어 유휴 좌석이 줄어 듭니다. 또한 커다란 테이블을 다른 손님들과 공유하다보니, 식사 후 자리에 머물며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고객들이 많습니다. 원테이블은 유휴 공간을 줄이고, 회전율은 높이는 데 큰 몫을 합니다.

 

<<< 식재료들을 모두 한 쪽 벽에 몰고 수직으로 배치해 매장 공간을 절약합니다.

 

 

<<< 베지 크릭의 매장 전경입니다. 매장 중앙의 원목 테이블은 매장 밖에서도 보입니다.

 

베지 크릭은 재료별로 가격이 달라, 고르는 만큼 계산하는 시스템입니다. 면과 19가지 재료는 봉지당 20대만달러(약 800원), 12가지 재료와 녹색 야채 9가지는 개당 35대만달러(약 1,400원)입니다. 면 1가지와 3~4가지의 토핑을 고르면 성인 한 사람이 먹기에 충분한 양입니다. 가격과 양을 기준으로 약 4~7천원이면 1인분의 루웨이를 먹을 수 있는데, 이는 노점에서 사 먹는 루웨이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비슷한 수준의 깔끔한 식당보다는 저렴한 가격입니다.

 

효율적인 매장 운영을 바탕으로 합리적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티나지 않게 추가 구매를 유도하여 객단가를 높입니다. 그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은 고객들이 재료를 고를 때 사용하는 에코백입니다. 매장에 구비되어 있는 넉넉한 크기의 에코백은 마트에서 느긋하게 장을 보는 기분을 연출하여 이것 저것 담고 싶은 심리를 자극합니다. 다른 뷔페식 루웨이 식당처럼 작은 플라스틱 바구니를 사용하거나 사람이 직접 주문을 받았다면 누리지 못했을 효과입니다. 사소한 요소로 고객들의 선택을 설계하는 지혜가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 베지 크릭이 고객들을 위해 마련한 에코백은 티나지 않게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은근한 장치입니다.

 

빈틈없는 한 그릇에 담긴 진정한 채식주의

 

베지 크릭은 ‘레스토랑에서 먹는 채식 루웨이’라는 혁신적인 컨셉을 고객 경험 전반에서 구현합니다. 메뉴 선정, 판매 방식, 매장 운영 등 손님이 접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베지 크릭의 차별화된 컨셉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재료로 들어가는 야채 중 일부는 베지 크릭 공동 창업자의 할머니가 유기농법으로 직접 기른 야채이기도 합니다.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은 건강한 야채들만 사용하고, 재료를 포장하는 포장지도 생분해 가능한 소재로 만들어 환경을 해치지 않습니다. 건강을 생각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자연을 보호하고자 하는 채식주의자들과 뜻을 함께 하는 것입니다. 들어 가는 모든 재료가 식물성이어야 진정한 채식 요리로 인정 받듯, 디테일한 요소에도 채식의 의미를 담아 채식 레스토랑으로서의 정체성을 완성합니다.

 

<<< 베지 크릭은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은 야채들과 생분해 가능한 소재의 포장지를 사용하여 친환경 채식주의를 실천합니다.

 

이런 베지 크릭을 만든 두 명의 창업자들은 원래부터 요식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이 아닙니다. 산업 공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던 베지 크릭의 공동 창업자들은 졸업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하다 자신들만의 가게를 차리기로 결심합니다.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학원을 중퇴하고 호주로 날아가 공장과 농장에서 일하며 종잣돈을 모았습니다. 약 3천만 원의 자금을 모은 그들은 대만으로 다시 돌아와 채식을 장려하고자 베지 크릭을 열었습니다. 베지 크릭 초기에는 직원도 없이 단 둘이 매일같이 새벽 시장에 가서 필요한 야채를 사고, 현장에서 부딪히며 야채의 이름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특별히 요리를 잘하거나, 식재료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의지로 베지 크릭을 만든 것입니다.

 

대만은 중국과 일본 식문화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온난 습윤한 동남아 기후 덕분에 신선한 식재료가 풍부해 미식이 다채롭게 발달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 베지 크릭의 창업자들보다 요리를 더 잘하고, 경력이 오래된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처럼 미식 시장이 발달한 곳에서 요리 초보들이 만들어 낸 성공을 단순히 운으로 치부하기는 어렵습니다. 차별화된 컨셉을 기획하고 구현하는 것은 물론, 디테일에도 컨셉을 반영하는 면밀함이 베지 크릭의 설자리를 만들었고, 창업자들의 진정성 있는 의지가 그 자리를 더욱 공고히 지킬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여행객이라면 대만의 국민 음식인 루웨이를 체험하며 건강함을 찾을 수 있고, 퇴사준비생이라면 건전한 비즈니스의 실마리를 만날 수 있기에, 베지 크릭은 비건 레스토랑이지만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여행을 여행답게 만듭니다.”

여행의 묘미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계획한 일정을 숙제하듯 소화할 때가 아니라, 뜻밖의 상황을 느닷없이 마주칠 때입니다. 예정에 없었던 대화, 있는 지도 몰랐던 공간,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 경험하기 어려웠던 현상, 기대하지 않았던 디테일 등이 여행의 가치를 높여줍니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 계획을 세우는 건 중요하지만, 우연이 끼어들 여지를 남겨둘 필요도 있습니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여행에서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선물해 준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에 대한 기록이자, 계획할 수 없었기에 더 소중한 여행의 조각입니다.

 

참고문헌

• Ringer Hut 홈페이지

• VEGE CREEK 페이스북

• Vegetarianism by country

• Countries with the highest rate of vegetarianism

• <장사의 신>, 우노 다카시

• How a Taipei restaurant turned a meat-filled street snack veg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