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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스탠다드를 만드는 타이베이의 매장 5곳

독창성은 남들이 만든 기준을 따를 때가 아닌 자신의 기준을 만들 때 생겨납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트렌드나 모두가 인정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보다는, 고유한 문화를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방식으로 풀어낼 때 독창적인 컨셉에 한 걸음 가까워 집니다. 타이베이에는 대만의 문화를 활용하여 글로벌 무대에서도 빛날 만한 ‘로컬 스탠다드’를 만들어 가는 매장들이 있습니다. 그 중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가진 5개의 매장을 소개합니다. 고유한 문화를 계승하고도 경쟁력을 갖는 방법을 배워 보세요.

 

Quick View

 

• #1. 브랜드 정신을 말하는 패키지 디자인 – 차쯔탕

• #2. 로컬 문화를 세련되게 계승하는 방법 – 카마로안

• #3. 샴페인 한 잔이 바꾸는 대만 요리의 품격 – 푸진 트리 타이와니즈 퀴진 앤 샴페인

• #4. 메뉴판에도 컨셉이 필요합니다 – 인덜지 익스페리멘탈 비스트로

• #5. 대만 문화를 양조하는 맥주 브랜드 – 타이후 브루잉

 

본 콘텐츠는 읽는 데 총 6분 정도 소요됩니다.


1. 브랜드 정신을 말하는 패키지 디자인 – 차쯔탕 (茶籽堂)

대만산 동백나무 열매를 주재료로 오일, 헤어 및 바디 제품, 세제 등을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자연을 활용해 생활용품을 만드는 만큼 자연과 사람 사이의 조화를 패키지 디자인에 반영합니다. 디자인의 톤앤매너는 전통적인 흑백 판화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판화 특유의 질감으로 무성한 동백나무를 표현했는데, 동백나무 사이로 사슴, 호랑이, 두루미, 까치가 등장합니다. 중화권에서 장수, 행복, 번영, 축복을 가져다 준다고 여기는 4가지 동물을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소재로 활용한 것입니다. 차쯔탕에 패키지 디자인은 제품의 정신을 담는 소재입니다.

 

<<< 차쯔탕의 시그니처는 동백유입니다. 오일 방울을 본 뜬 병, 동백꽃 모양의 뚜껑, 동백나무 잎을 닮은 입구 디자인이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냅니다.
<<< 차쯔탕의 선물 세트는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을 인정받아 중화권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인 ‘진마쟝(金馬奬)’의 공식 선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차쯔탕은 대만에서 재배되는 대만 특유의 농산물들을 사용합니다. 동백유의 재료인 동백나무 열매는 물론 수련, 삼나무잎, 오이, 연잎 등 모든 주재료를 대만 각지에서 조달합니다. 대만산 농산물을 활용해 대만의 농업을 살리려는 목적입니다. 그렇다고 제품이 촌스러우면 경쟁력을 잃습니다. 그래서 차쯔탕은 패키지 디자인뿐만 아니라 판매 채널에도 신경을 씁니다. 힙한 호텔의 어메니티로 제품을 공급하기도 하고,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융캉제에서 컨셉 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곳들에서 차쯔탕 제품이 고급스럽게 보이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2. 로컬 문화를 세련되게 계승하는 방법 – 카마로안 (Kamaro’an)

<<< ⓒKamaro’an

 

토속 문화를 일상 생활에 녹여낼 수 있을까요? 카마로안은 대만의 토착민인 ‘아미스족’의 토속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만듭니다. 대표 제품은 조명과 가방입니다. 조명은 아미스족의 직조 문화에서 가장 강한 소재로 꼽히는 ‘삿갓사초’를 활용합니다. 삿갓사초를 금속 프레임 위에 엮어 세련된 형태의 조명으로 제작하는 것입니다. 가방은 아미스족에게 최고의 직물 소재인 등나무 껍질을 10여 가지 전통 방식으로 꼬아 완성합니다. 가방의 본체는 무두질한 가죽을 사용해 실용성을 높였습니다. 토착민들의 지혜가 깃든 재료나 제조 기법으로 현대적인 디자인을 소화하니 도시의 일상과 위화감이 없습니다.

 

‘카마로안’은 아미스족의 언어인 아미스어로 ‘사는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이름에는 아미스족의 젊은 사람들이 다시 대만의 화롄 현으로 돌아가 그들의 전통 문화와 기술을 계승해 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바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카마로안은 아미스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전통 공예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카마로안의 모든 제품은 숙련된 직조 기술을 가지고 있는 아미스족 사람들이 수작업으로 만듭니다. 그만큼 이들의 경제적 수입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입니다. 브랜드에 담긴 뜻을 실천하기에 브랜드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3. 샴페인 한 잔이 바꾸는 대만 요리의 품격 – 푸진 트리 타이와니즈 퀴진 앤 샴페인 (Fujin Tree Taiwanese Cuisine & Champagne)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고, 좋은 일을 축하하는 자리에 빠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샴페인입니다. 푸진 트리 타이와니즈 퀴진 앤 샴페인은 샴페인을 일상적인 대만 음식과 페어링해 대만 음식의 의미를 재해석합니다. 물론 가정식을 단순히 샴페인과 페어링하는 것이 아니라 맛도 재해석해 새롭게 만듭니다. 평범한 음식이라도 샴페인과 함께 먹으니, 그 순간을 기념하는 우아한 음식이 됩니다. 또한 샴페인을 내세우는 레스토랑인 만큼, 메뉴판의 첫 장부터 20가지가 넘는 샴페인을 선보입니다. 게다가 부담없이 샴페인을 주문할 수 있도록 잔 단위로 판매하기도 합니다. 샴페인 한 잔에 식사의 품격이 달라집니다.

 

<<< 대만의 자연을 모티브로 한 인테리어 요소들과 유리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어우러져 편안하면서도 유니크한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푸진 트리 타이와니즈 퀴진 앤 샴페인의 ‘푸진’은 거리 이름입니다. 실제로 근처에 ‘푸진(富锦)’이라는 거리가 있는데, 이 거리에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푸진 트리 355’, 카페 ‘푸진 트리 카페’ 등이 있습니다. 이 매장들은 모두 ‘푸진 트리 그룹’이 운영하는 매장들입니다. 푸진 트리 그룹은 자체 매장 외에도 ‘빔즈(BEAMS)’, ‘프라이탁(FREITAG)’ 등을 대만에 들여와 푸진 거리에 매장을 열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평범한 골목길이었던 거리가 주목받는 상권이 되었습니다. 푸진 거리에 스타일을 더하며, 매장이 아니라 거리를 만든 셈입니다.

 

4. 메뉴판에도 컨셉이 필요합니다 – 인덜지 익스페리멘탈 비스트로 (Indulge Experimental Bistro)

우롱차, 대나무 같은 대만 식재료를 넣거나 대만 향신료에서 영감을 받아 칵테일을 만드는 바입니다. 인덜지 익스페리멘탈 비스트로의 컨셉을 살리는 건 대만 지도를 활용한 메뉴판입니다. 큰 종이 한 장으로 된 칵테일 메뉴판은 여러 번 접혀 있습니다. 표지에는 풍부한 자연을 품은 대만 섬을 묘사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어 지도가 연상됩니다. 지도를 펼치듯 메뉴판을 펼치면 36가지 칵테일 메뉴가 표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가로 행은 ‘상큼한’, ‘달콤한’ 등 6가지 맛이고, 세로 열은 칵테일의 특색을 나타내는 6가지 카테고리입니다. 지도를 따라 보물을 찾듯, 메뉴판의 기준을 따라 취향에 맞는 칵테일을 찾을 수 있습니다.

 

<<< 요리 메뉴로도 대만을 표현합니다. 대만을 5개 지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의 자연과 식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독창적인 요리를 선보입니다.

 

인덜지 익스페리멘탈 비스트로를 만든 아키 왕(Aki Wang)은 바텐더입니다. 아키 왕은 해외에 체류하면서 미국의 버번, 프랑스의 와인처럼 각 국을 대표하는 음료를 보며 대만의 아이코닉한 음료는 우롱차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차가 들어간 칵테일을 만들고자 차를 재배하는 방법, 블렌딩하는 방법 등 차를 전문적으로 배우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독창적인 티 칵테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선보이기 위해 2009년에 인덜지 익스페리멘탈 비스트로의 문을 열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이국적인 모던 바지만, 뿌리를 잊지 않는 바이기에 익숙한 새로움이 있는 곳입니다.

 

5. 대만 문화를 양조하는 맥주 브랜드 – 타이후 브루잉 (Taihu Brewing)


대만의 문화를 담아 한정판 맥주를 출시하는 로컬 맥주 브랜드입니다. 맥주 패키지 디자인에 대만의 문화를 반영하는 것은 물론, 대만의 주요 식재료를 맥주 재료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커피가 들어간 흑맥주 병에는 대만의 마스코트인 반달가슴곰 캐릭터를 그려 넣기도 하고, 화이트 데이를 기념해 출시한 사과 사이다의 패키지에는 중화권의 큐피드인 월하노인 일러스트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우롱차로 만든 맥주에는 차밭을 표현한 그래픽으로, 파인애플, 구아바 등 대만의 대표적인 과일이 들어간 맥주에는 각 과일 일러스트로 캔을 장식합니다. 이처럼 디자인으로 맛을 보여주니, 맥주의 다채로움이 살아납니다.

 

<<< 타이후 브루잉의 로고는 대만을 상징하는 호랑이, 맥주의 주재료인 홉, 과거에 술을 담는 통으로 사용되었던 박을 모티브로 디자인되었습니다.
<<< 타이후 브루잉 랜드마크(Landmark) 지점에는 실내 좌석이 없는 대신 야외 스탠딩 자리가 마련되어 있어 맥주를 가볍게 즐길 수 있습니다.

 

타이후 브루잉은 2013년에 5명의 대만 젊은이들이 모여 만든 맥주 브루어리입니다. 신타이베이 시에 양조장을 두고, 타이베이에서 바를 운영하며 크래프트 맥주를 선보이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그들이 주조한 4가지 맥주를 캔맥주로 만들고, 각 캔에 대만의 주요 도시인 타이베이, 타이둥, 타이중, 타이난의 풍경을 표현한 디자인을 입히면서 본격적으로 맥주 캔에 대만을 담아냅니다. 이후 타이후 브루잉은 맥주와 대만의 문화를 입체적으로 연결시키면서 편의점, 술집 등에서는 물론 기념품 숍에서도 판매될 정도로 성장합니다. 로컬 맥주에 로컬 문화를 입히니, 대만을 대표하는 데 손색이 없습니다.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여행을 여행답게 만듭니다.”

여행의 묘미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계획한 일정을 숙제하듯 소화할 때가 아니라, 뜻밖의 상황을 느닷없이 마주칠 때입니다. 예정에 없었던 대화, 있는 지도 몰랐던 공간,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 경험하기 어려웠던 현상, 기대하지 않았던 디테일 등이 여행의 가치를 높여줍니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 계획을 세우는 건 중요하지만, 우연이 끼어들 여지를 남겨둘 필요도 있습니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여행에서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선물해 준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에 대한 기록이자, 계획할 수 없었기에 더 소중한 여행의 조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