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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감각이 돋보이는 타이베이의 매장 4곳

타이베이는 2016년 WDO가 선정한 ‘세계 디자인 수도(World Design Capital)’입니다. 타이베이에는 아시아 최초의 디자인 전문 박물관도 있습니다. 매해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Golden Pin Design Award)’라는 자체적인 디자인 어워드를 개최해 iF 디자인 어워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등과 같은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타이베이는 디자인에 관해서라면 할 이야기가 많은 도시입니다. 타이베이가 남다른 디자인 역량을 갖추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 대만의 경제력을 견인하던 하청 사업이 중국이나 베트남같은 신흥 시장으로 넘어가면서 기존의 제조력과 생산 설비를 기반으로 새롭게 찾은 성장 동력이 바로 ‘디자인’이기 때문입니다. 탄탄한 과거 위에 쌓아올린 대만의 디자인 역량을 타이베이 곳곳에서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Quick View

 

• #1. 미니멀리즘을 경험한다는 것 – 스위오 호텔

• #2. 권위를 등에 업고도 권위적이지 않은 디자인 숍 – 디자인 핀

• #3. 요즘의 옛날 비누 – 다춘 솝

• #4. 하나의 매장에서 만나는 30개의 플래그십 – 웨이라이시

 

본 콘텐츠는 읽는 데 총 5분 정도 소요됩니다.


1. 미니멀리즘을 경험한다는 것 – 스위오 호텔

스위오 호텔은 이유 있는 미니멀리즘이 시그니처가 된 호텔입니다. 기하학 패턴의 백색 외관이 회색 건물로 가득 찬 도시와 대조되어 눈길을 끕니다. 호텔 내부나 객실도 백색을 중심으로 무채색을 활용해 미니멀한 인테리어를 구현했습니다. 호텔 디자인은 직원 유니폼과 호텔 내 레스토랑까지 이어집니다. 무채색과 기하학 무늬를 살린 유니폼은 호텔과 닮아 있습니다. 레스토랑 이름은 ‘르 블랑(Le blanc)’으로, 프랑스어로 흰색을 뜻합니다. 저녁 메뉴도 스테이크, 랍스터, 반반 메뉴 3가지 뿐입니다. 메뉴를 단순화해 선택지 과잉으로 인한 고객의 고민을 줄인 것입니다. 호텔 전체를 관통하는 단순함이 방문자의 여정에 편의를 더합니다.

 

<<< 스위오 호텔은 독특한 외관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인정받아 2017년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 호텔의 복도마저 데코레이션 하나 없는 미니멀리즘을 지향합니다. ⓒswiio hotel

<<< 객실에 비치된 유기농 대만차, 나무 칫솔, 패브릭 케어 제품 등은 스위오 호텔이 엄선한 어메니티들입니다. 호텔에 머무는 동안 꼭 한 번 체험해 보세요.

 

2015년 개관한 스위오 호텔은 아파트였던 건물을 개조해 만들었습니다. 디자이너 팡쉬중(方序中)이 전체적인 호텔의 브랜드를 설계했고, 영화 미술 전문가인 궈치다(郭志達)가 인테리어를 맡았습니다. 기하학 패턴의 백색 외관은 호텔 대표인 둥홍린(董鴻林)의 아이디어로, 순백의 깨끗한 느낌을 살리고 지속력을 높이기 위해 방수 페인트를 사용했습니다. 호텔과의 조화는 물론, 기능까지 충실한 직원 유니폼은 유명 남성 의류 브랜드 ‘플레인 미(Plain-me)’가 제작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의 내공이 발휘된 일관성 있는 컨셉 덕분에 오래된 아파트는 머물고 싶은 호텔이 되었습니다.

 

2. 권위를 등에 업고도 권위적이지 않은 디자인 숍 – 디자인 핀

디자인 핀은 디자인의 정점에 있는 제품들을 한 자리에 모은 디자인숍입니다. 디자인 핀은 대만의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 독일의 ‘iF 디자인 어워드’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미국의 ‘IDEA’, 일본의 ‘굿 디자인 어워드’ 등 국제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제품들을 판매합니다. 하지만 이미 인정받은 제품들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집중된 이목을 토대로 신인들을 위한 무대를 자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상 이력이 없는 젊은 대만 디자이너가 만든 제품들을 선보이고, 중화권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위한 섹션도 따로 운영합니다. 권위를 등에 업었지만, 권위적이지 않은 디자인숍입니다.

 

ⓒMot Times
ⓒMot Times

 

디자인 핀의 매장은 모던함을 뽐내거나 위엄이 있을 법도 하지만,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오히려 단순하고 소박하기까지 합니다. 매장은 옛날 담배 공장 건물을 개조해 만든 ‘송산문화창조단지(松山文創園區)’에 위치해 있는데, 과거의 공간 구조는 물론이고 과거의 요소들을 활용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합니다. 대표적으로 과거에 창고에서 쓰였던 철로 제품을 전시하는 선반을 만들었습니다. 선반의 색은 대만의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를 상징하는 금색으로 색칠해 디자인 핀이 전세계 디자인 어워드의 창고 역할을 한다는 의미를 표현했습니다. 소박해도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들을 담을 자격이 있는 이유입니다.

 

3. 요즘의 옛날 비누 – 다춘 솝

 

다춘 솝은 3대째 운영하고 있는 비누 가게입니다. 다춘 솝의 비누는 용도에 따라 피부용, 머리카락용, 세탁용으로 나뉘고, 그 안에서 효능에 따라 세분화됩니다. 그리고 효능을 내기 위해 쌀, 우롱차, 숯 등의 자연 재료를 사용합니다. 이처럼 시간과 지혜를 축적한 제품력은 기본이고,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디자인으로 제품의 가치를 높입니다. 다춘 솝의 로고는 창립 때부터 쓰였던 ‘미소짓는 얼굴’입니다. 제품 패키지에 예스러운 로고와 함께 비누의 재료나 대만의 풍경을 세련된 디자인으로 표현합니다.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패키지 덕분에 다춘 솝의 매력이 빛을 발합니다.

 

다춘 솝은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가업을 리뉴얼하면서도 선대의 철학을 존중합니다. 다춘 솝의 창립자인 리슈이투(李水土)는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 가족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비누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다춘 솝은 창립자의 뜻을 이어받아 여전히 환경이나 사람에 해로운 재료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다춘 솝을 사용하고 난 비눗물은 생분해되어 강물의 생태계에 흡수됩니다. 매장에서는 이런 선대의 뜻이 담긴 브랜드 컨셉과 역사를 흑백 판화 질감의 일러스트와 함께 설명하기도 합니다. 과거에 만들었던 비누는 녹아 없어졌지만, 철학은 지금까지도 녹아 있습니다.

 

4. 하나의 매장에서 만나는 30개의 플래그십 – 웨이라이시

웨이라이시는 제품이 아닌 브랜드를 큐레이션한 매장입니다. 웨이라이시는 생활 소품, 조명, 패션, 문구 등 일상과 밀접한 분야의 아시아 브랜드들 중에서 디자인 감각이 돋보이는 30여 개의 브랜드를 큐레이션합니다. 웨이라이시는 브랜드들에 똑같은 모양의 하얀색 부스를 배정할 뿐, 배정받은 부스를 꾸미는 것은 각 브랜드의 몫입니다. 브랜드마다 각자의 컨셉과 제품이 돋보이도록 부스를 하나의 플래그십 매장처럼 활용하고, 정기적으로 테마와 제품을 바꿉니다. 모든 부스에는 동일한 위치에 모니터를 설치해 브랜드명이나 브랜드를 설명하는 영상을 보여줍니다. 작지만 밀도 있는 부스들이 모여 아시아의 미의식을 알리는 플랫폼이 됩니다.

 

<<< 부스의 돔을 유심히 살펴 보세요. 꼭대기에 각 브랜드의 로고나 정체성을 드러내는 조형물이 꽂혀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 매장 안쪽에는 5개의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습니다. 흰색 부스 대신 길고 하얀 부엌을 함께 사용해 일관성 있는 공간에서 개성을 드러냅니다.

 

웨이라이시의 컨셉을 빛내는 건 도화지 같은 공간감입니다. VVG 그룹의 창업자이자 웨이라이시의 총 책임자인 그레이스 왕(Grace Wang)의 감각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매장 공간도, 매장을 채우는 부스도 모두 화이트 톤으로 구성해 미니멀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게다가 흰색은 반사판의 역할을 해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돔 모양의 지붕을 가진 부스들은 나란히 배치되어 있어 수십 개의 브랜드들이 각축전을 벌여도 번잡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채로운 미의식의 세계를 탐구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미의식을 알리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미의식을 살리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여행을 여행답게 만듭니다.”

여행의 묘미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계획한 일정을 숙제하듯 소화할 때가 아니라, 뜻밖의 상황을 느닷없이 마주칠 때입니다. 예정에 없었던 대화, 있는 지도 몰랐던 공간,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 경험하기 어려웠던 현상, 기대하지 않았던 디테일 등이 여행의 가치를 높여줍니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 계획을 세우는 건 중요하지만, 우연이 끼어들 여지를 남겨둘 필요도 있습니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여행에서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선물해 준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에 대한 기록이자, 계획할 수 없었기에 더 소중한 여행의 조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