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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을 깬 역발상으로 기회를 찾은 타이베이의 매장 5곳

역발상은 발상의 방향을 바꾸는 것입니다. 기존의 관습과 고정관념에 대해 ‘왜 그래야만 하지?’라는 물음으로 시작해 허를 찌르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역발상의 힘입니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업계의 관습, 판매 방식, 태생적 한계 등에 대한 문제의식은 전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타이베이에는 긴장감이 느슨해진 영역에서 역발상으로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 내고, 콜럼버스의 달걀을 이룬 매장들이 있습니다. 타이베이의 5개 매장에서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역발상에 대한 힌트를 얻어 보세요.

 

Quick View

 

• #1. 디저트계의 ATM을 꿈꾸다 – YTM

• #2. 품질이 고르지 않아 품절되는 티 브랜드 – 울프 티

• #3. 대만 문화로 대만 여행을 추억해 주세요 – 라이 하오

• #4. 숙성 기간을 표기하지 않는 위스키 – 카발란

• #5. 대만산 초콜릿을 아시나요? – 푸 완 초콜릿

 

본 콘텐츠는 읽는 데 총 6분 정도 소요됩니다.


1. 디저트계의 ATM을 꿈꾸다 – YTM

ATM이 현금 자동 인출기라면, YTM(Yannick To-go Machine)은 케이크 자동 인출기입니다. YTM은 디저트 회사인 ‘얀닉(Yannick)’에서 개발한 자판기로, 일본 홋카이도에서 공수한 크림으로 당일에 만든 생크림 롤 케이크를 판매합니다. YTM의 컨셉도 놀랍지만, YTM의 위치는 더 예상 밖입니다. YTM은 타이베이의 50개가 넘는 지하철역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입니다. 동시에 체계적인 시스템과 설비를 통해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여 자판기나 지하철역에서 판매하는 디저트에 대한 선입견을 바꿉니다. 롤 케이크를 포장한 상자와 쇼핑백으로 편의와 품격을 높이는 것은 물론입니다.

 

<<< 지하철 역사에 설치되어 있는 기계인만큼, 타이베이 교통 카드인 ‘이지카드(Easycard)’로도 결제가 가능합니다.
<<< YTM에서는 상시 판매하는 오리지널 맛과 라즈베리, 망고 등 제철 재료를 활용해 정기적으로 바뀌는 2가지 기간 한정 롤 케이크를 판매합니다.
<<< YTM에서 롤 케이크를 사면 깔끔하게 포장된 롤 케이크가 나옵니다.
<<< 롤 케이크의 포장을 뜯은 내부 모습입니다. 패키지 내부에는 롤 케이크 재료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어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 갑니다.
<<< 제품과 함께 쇼핑백을 동봉해 주어 주문한 케이크를 가져 가거나 선물하기에도 편합니다.

 

얀닉은 타이베이 곳곳에 번듯한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장 수를 늘려야 판매량을 올릴 수 있고 그래야 규모의 경제가 생겨 비용이 줄어드는데, 매장 오픈을 통해서 성장을 추구하면 그만큼 비용과 리스크가 높아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간이 매장 역할을 하는 YTM을 개발해 지하철역에 설치한 것입니다. 하지만 지하철역과 자판기에 대한 인식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얀닉은 YTM 롤 케이크의 제조, 배송, 관리 등에 대한 과정을 담은 영상을 자판기에 설치된 화면에서 지속적으로 보여줍니다. 매일 아침 채워지는 신선한 롤 케이크와 철저한 관리 과정을 보면 자판기 롤 케이크에 대한 편견이 깨집니다.

 

#2. 품질이 고르지 않아 품절되는 티 브랜드 – 울프 티

차는 공산품이 아닙니다. 날씨, 토양, 시기 등 재배 환경에 따라 차의 맛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차 브랜드들은 차의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공을 들입니다. 반면 울프 티는 매번 달라지는 차의 풍미를 그대로 살려 한정 수량만 판매하고, 판매가 다 되었을 경우 품절 처리를 합니다. 울프티의 차는 한정판이기에, ‘일생에 한 번뿐’인 차가 됩니다. 이런 울프 티의 한정판 차에는 차가 재배된 시기를 이해하고, 그 순간을 산다는 차 문화의 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고객의 구매욕구를 자극하기 위한 한정판이 아니라, 차의 의미를 반영하기 위한 한정판이라 더욱 특별합니다.

 

<<< 상자 패키지 안쪽에는 차를 음용하는 방법을 적혀 있습니다. 미니멀한 외관과 대조적으로 내부는 실용적으로 활용한 지혜가 엿보입니다.

 

울프 티는 대만 차가 가진 섬세한 매력을 젊은 세대와 외국에 알리고자 하는 티 브랜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정판 차를 선별하는 데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입니다. 울프 티의 공동대표인 아웬(Arwen)과 데이빗(David)은 대만 곳곳의 차밭을 직접 다니며 그 시즌에 가장 좋은 명차를 발굴합니다. 또한 대만산 차의 품질에 집중하는 브랜드 컨셉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패키지과 매장 공간을 디자인합니다. 미니멀한 티 패키지 디자인은 차가 가진 아름다움에 집중하게 만들고, 2평 남짓한 매장 공간도 고객들과 차 사이의 물리적, 심리적 간격을 좁힙니다.

 

<<< 울프 티의 매장은 원래 울프 티의 사무실 겸 스튜디오였습니다. 방문객들이 많아지면서 작은 매장이 되었습니다.

 

#3. 대만 문화로 대만 여행을 추억해 주세요 – 라이 하오

여행자에게 기념품은 여행지의 추억입니다. 그러나 여행지의 랜드마크를 본 떠 만든 기념품은 여행의 감동을 담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라이 하오는 ‘상징’을 모티브로 한 기념품이 아닌 ‘문화’를 반영한 기념품을 판매합니다. 기념품의 소재, 제조 기법, 디자인, 브랜드 철학 등을 고려해 대만의 문화적 깊이가 반영된 제품을 큐레이션하는 것입니다. 기념품의 품격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고 범위가 식료품, 가방, 문구 등으로 확장됩니다. 대만의 상징 대신 대만의 문화를 품은 기념품 덕분에 여행에서의 추억이 더욱 풍부해집니다.

 

 

라이 하오는 대만의 매력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2014년에 문을 연 기념품 숍입니다. 질감이 풍부한 대만의 디자인과 수준 높은 대만의 제조력이 만들어 낸 제품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대만의 가치를 전달합니다. 하지만 제품을 진열해 두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의 공감을 사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라이 하오는 제품 옆에 제품을 만든 사람이나 브랜드에 대한 설명을 적어 두거나 브로셔를 함께 비치해 둡니다. 제작자의 의도, 브랜드의 역사, 디자인의 의미 등을 통해 만든 이의 철학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덕분에 라이 하오는 대만의 실력있는 신진 브랜드들에게 중요한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 매장 곳곳에서 각 기념품을 만든 사람, 브랜드, 디자인 등에 대한 설명을 찾을 수 있습니다.

 

#4. 숙성 기간을 표기하지 않는 위스키 – 카발란

업계의 정설을 깨고 설 자리를 만든 위스키 브랜드입니다. 열대 기후인 대만은 위스키의 원료인 보리도 나지 않고, 높은 기온 때문에 위스키를 숙성하는 동안 증발량이 많아 숙성에도 불리합니다. 위스키 종주국인 스코틀랜드처럼 서늘한 기후가 위스키 생산에 유리하다는 게 통념입니다. 하지만 카발란은 오히려 더운 날씨가 위스키를 빨리 숙성시킨다는 점을 이용해 위스키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절반 이상 단축시킵니다. 게다가 원료는 엄선해 수입하되, 대신 오크통의 품질과 블렌딩 기술에 집중합니다. 위스키 제조에 맞는 날씨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날씨마다 맞는 제조 방법이 있을 뿐입니다.

 

<<< 카발란 위스키 바 간판 밑의 대만 지도 모양 버튼을 클릭해 보세요. 오른쪽에 있는 오크 통 모양의 문이 열리면서 카발란 위스키 바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 바에 들어서면 실제로 위스키가 들어 있는 6가지 오크통이 고객을 맞이합니다.
<<< 위스키를 주문하면 오크통에서 바로 위스키를 내려 줍니다.
<<< 카발란 위스키 바에서는 카발란 위스키뿐만 아니라 카발란 위스키로 만든 칵테일, 푸드 페어링 등을 통해 카발란의 매력을 다각도로 제안합니다.

 

카발란은 대만의 ‘킹 카 그룹(King Car Group)’이 만든 대만 최초의 위스키입니다. 킹 카 그룹은 커피, 물, 간편식 등의 식음료 분야에서 40년 이상의 업력을 갖고 있습니다. 킹 카 그룹의 창업주 리톈차이(李添財) 회장은 2002년, 대만 정부가 독점하던 주류 사업에 대한 규제가 풀리자마자 위스키를 만드는 데에 착수했습니다. 평소 위스키를 즐겨 마시던 그의 숙원 사업이기도 했지만 회사가 보유한 연구 시설과 유통 채널을 고려한 전략적 의사 결정입니다. 사업 초기에 내외부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의 역발상과 의지는 대만 위스키의 처음을 만들어 냈습니다.

 

#5. 대만산 초콜릿을 아시나요? – 푸 완 초콜릿

중남미에서 재배된 카카오는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해 유럽에서 초콜릿으로 가공됩니다. 초콜릿에 관한다면 원산지도, 제조도, 아시아가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하지만 푸 완 초콜릿은 공식처럼 여겨지는 이 틀을 깨고 최초로 카카오 재배도, 초콜릿 제조도 모두 대만에서 소화하며 ‘동방의 카카오’를 전 세계에 알립니다. 푸 완 초콜릿은 대만 핑둥 현에서 재배된 카카오로 초콜릿을 만들고, 여기에 우롱차, 홍옥 홍차, 후추, 리치 등 대만의 대표 식재료를 가미해 참신한 맛의 초콜릿을 개발합니다. 그 결과 푸 완만의 고유한 초콜릿으로 수많은 국제 초콜릿 대회에서 수상하며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 푸 완 초콜릿 매장은 트리 투 바 컨셉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데에 집중한 매장입니다. 매장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의 카카오 콩을 구경해 보세요.

 

푸 완 초콜릿의 창립자 슈화렌(許華仁)은 원래 리조트의 총괄 셰프였습니다. 그는 식재료를 공수하던 중 우연히 대만산 카카오를 알게 됩니다. 2011년 당시만 해도 대만산 카카오는 생소했습니다. 중남미나 아프리카의 적도 부근에서만 재배되던 카카오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대만 남부 지역에서도 막 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슈화렌은 대만산 카카오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카카오 가공부터 초콜릿 제조까지 아우르는 ‘트리 투 바(Tree to bar)’ 과정을 연구하며 2015년 푸 완 초콜릿을 만듭니다. 덕분에 대만은 카카오도 생산되고 고도의 가공 기술도 갖춘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로 부상했습니다.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여행을 여행답게 만듭니다.”

여행의 묘미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계획한 일정을 숙제하듯 소화할 때가 아니라, 뜻밖의 상황을 느닷없이 마주칠 때입니다. 예정에 없었던 대화, 있는 지도 몰랐던 공간,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 경험하기 어려웠던 현상, 기대하지 않았던 디테일 등이 여행의 가치를 높여줍니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 계획을 세우는 건 중요하지만, 우연이 끼어들 여지를 남겨둘 필요도 있습니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여행에서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선물해 준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에 대한 기록이자, 계획할 수 없었기에 더 소중한 여행의 조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