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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를 재해석해 설 자리를 넓힌 타이베이의 매장 4곳

제품도, 판로도 넘쳐 나는 시대에 새로운 것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같은 소재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같은 제품이라도 새로운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타이베이에는 어느 하나 새로울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아이스크림, 콘크리트, 생강, 차 등의 4가지로 각자의 독자적인 가치를 만들어 내는 매장들이 있습니다. 진부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 기존의 것을 재해석한 결과물로 자신의 설 자리를 만든 장소들을 소개합니다.

 

Quick View

 

• #1. 콘크리트로는 건물만 만들어야 하나요 – 22스튜디오

• #2. 아이스크림을 녹여서 먹는 젤라토 가게 – 자이트 린크

• #3. 생강을 피부에 양보한다면 – 지앙신비신

• #4. 취하지 않는 술의 비밀 – 권룽투안

 

본 콘텐츠는 읽는 데 총 5분 정도 소요됩니다.


1. 콘크리트로는 건물만 만들어야 하나요 – 22스튜디오

22스튜디오(22STUDIO)는 콘크리트를 재료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콘크리트는 건축, 토목 등의 공학 분야에서 사용되는 소재이자 산업화를 상징하는 소재입니다. 이런 콘크리트를 시계, 액세서리, 장식품 등 작고 섬세한 제품의 재료로 활용하니, 고정관념이 깨집니다. 또한 기하학 패턴의 간결한 디자인으로 콘크리트의 내구성과 심미성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대표 제품인 시계는 시멘트로 만든 12개의 계단이 숫자판을 대신하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단을 오르는 듯합니다. 그뿐 아니라 콘크리트를 일상 속으로 들여온 덕분에 차가웠던 콘크리트에 온기가 스며듭니다.

 

 

‘콘크리트’하면 떠오르는 건축가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의 안도 다다오입니다. 노출 콘크리트 건축의 원조 격인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오모테산도 힐즈’를 보고 22스튜디오의 유쉔야오(游聲堯) 공동 대표는 콘크리트에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디자이너인 유쉔야오는 투박한 콘크리트로 부드럽고 섬세한 질감을 구현한 안도 다다오의 건축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시멘트는 원자재 가격도 저렴해 제품을 상업화하는 데에 더할 나위없는 소재였습니다. 도쿄에서 돌아온 그는 안도 다다오의 디자인 컨셉에 따라 기하학 패턴의 콘크리트 반지를 만들었고, 그것이 22스튜디오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 22스튜디오는 설립 10주년을 맞이해 2017년에 ’22 워크/숍(22 work/shop)’을 오픈했습니다. 1층은 사무실 겸 쇼룸이고, 지하 1층은 작업실입니다.

 

2. 아이스크림을 녹여서 먹는 젤라토 가게 – 자이트 린크

녹은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술로 녹여 먹는 아이스크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자이트 린크(ZEIT X LINCK)에는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를 넣어 먹는 아포가토를 재해석한 ‘와인포가토(Wineffogato)’가 있습니다. 와인포가토를 시키면 6가지 젤라토 중 1가지와 선택한 젤라토와 어울리는 술을 와인잔에 따라 각각 내어줍니다. 아마란스 젤라토에는 셰리를, 망고 젤라토에는 진을, 헤이즐넛 젤라토에는 럼을 페어링하는 식입니다. 젤라토와 술을 섞기 전 각각 먹어 본연의 맛을 본 후, 젤라토에 술을 부어서 녹여 마시면 술과 젤라토의 조화를 더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 자이트 린크의 기본이 되는 6가지 젤라또의 종류는 자주 바뀝니다. 제철 재료나 새로운 재료를 끊임없이 연구하기 때문입니다.
<<< 자이트 린크는 저녁이 되면 바(Bar)로 변신합니다. 자이트 린크가 큐레이션한 와인, 위스키, 럼 등은 젤라또와 조합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훌륭합니다.

 

자이트 린크는 ‘린크(Linck)’라는 대만의 타오위안에 위치한 이탈리안 정통 젤라토 가게에서 선보인 매장입니다. 린크는 인공 감미료를 쓰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수제로 젤라토를 만드는 곳으로, 대만의 소규모 농가들로부터 땅콩, 복숭아 등의 첨가물을 조달해 이탈리아의 맛과 대만의 맛을 조화시킵니다. 이러한 조화의 철학은 자이트 린크에도 이어집니다. 자이트 린크에서는 린크의 젤라토를 활용해 독창적인 미각을 탐구하고자 술 외에도 디저트 등과 다양한 방식으로 페어링합니다. 젤라토와 어울리는 젤리, 케이크 등을 개발하기 위해 일본인 셰프를 초청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조합을 조화로 만드는 노력 덕분에 젤라토가 새로워집니다.

 

3. 생강을 피부에 양보한다면 – 지앙신비신

알싸하고 매운 맛의 생강은 요리는 물론 차, 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쓰이는 식재료입니다. 게다가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감기와 피로 회복에 약재처럼 사용되기도 합니다. 지앙신비신(薑心比心)은 이런 생강의 효능에 착안해 생강을 퍼스널 케어 제품의 원료로 재해석했습니다. 생강을 원료로 바디 오일, 비누, 샴푸, 치약 등 약 20가지 제품군을 선보입니다. 생강의 향을 살리기도 하지만, 복숭아나 라벤더처럼 사람들이 익숙한 원료를 배합해 괴리감을 없애고 선택지를 넓히기도 합니다. 오랫 동안 식재료로 쓰이던 생강을 생활용품의 원료로 재해석하니, 생강의 에너지가 일상과 더 가까워집니다.

 

<<< 지앙신비신의 치약은 구강 염증과 구취에 효과적입니다. 게다가 제품의 형태도 튜브가 아닌 병으로 되어 있어 새로워 보입니다.

 

지앙신비신은 창립자인 주 지알린(朱嘉琳)이 우연히 생강의 효능을 발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주 지알린은 유통기한이 지난 생강즙을 버리기 아까워 욕조에 넣고 목욕을 했는데, 피로가 사라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이후 그녀는 주변에 생강의 효능을 꾸준히 알렸습니다. 그러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타이동의 생강 농가들을 알게 되고, 그들을 돕기 위해 본격적으로 생강을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생강을 먹지 않고도 효능을 체험했던 그녀는 식료품이 아닌 용도에 초점을 맞춰 생강의 새로운 쓸모를 찾았습니다. 우연히 힌트를 얻었지만, 힌트를 재해석한 결과는 우연이 아닙니다.

 

4. 취하지 않는 술의 비밀 – 권룽투안

차가 술을 대신할 수 있을까요? 취기가 목적이라면 어려울지 모르지만, 기분이 목적이라면 가능합니다. 권룽투안(丨龍團)에는 향이 풍부한 차에 탄산을 더해 샴페인처럼 즐길 수 있는 차가 있습니다. 이런 차들은 ‘기운’을 뜻하는 ‘치(气)’ 카테고리로 분류되는데, 기운이 우주를 순환하듯 이 차를 마시면 몸에 좋은 기운이 돈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또한 위스키를 닮은 차도 있습니다. ‘술을 담는 통’이라는 뜻의 ‘유(酉)’로 분류되는 차들은 농축된 차입니다. 그래서 숙성된 술처럼 깊고 풍부한 맛을 내는 것은 물론, 색깔도 위스키와 비슷합니다. 술을 닮은 차를 파는 권룽투안에서는 누구나 과음해도 괜찮습니다.

 

 

전달되지 않는 새로움은 공허한 외침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권룽투안은 차의 신선한 매력을 고객이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돕습니다. 각 차의 특징을 고려해 차마다 다른 형태의 컵을 사용합니다. ‘치’ 차는 샴페인 잔처럼 길고 좁은 유리컵을 사용합니다. 탄산의 기포가 올라가는 것을 오래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게다가 찻잔이 두 겹의 유리로 되어 있어 찻잔을 잡은 손의 열이 차의 온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도 특징입니다. 또한 진하고 강한 맛의 ‘유’ 차에는 차를 조금씩 음미할 수 있도록 높이가 낮고 크기가 작은 컵을 내어 줍니다. 전달력 있는 찻잔이 컨셉에 설득력을 더합니다.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여행을 여행답게 만듭니다.”

여행의 묘미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계획한 일정을 숙제하듯 소화할 때가 아니라, 뜻밖의 상황을 느닷없이 마주칠 때입니다. 예정에 없었던 대화, 있는 지도 몰랐던 공간,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 경험하기 어려웠던 현상, 기대하지 않았던 디테일 등이 여행의 가치를 높여줍니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 계획을 세우는 건 중요하지만, 우연이 끼어들 여지를 남겨둘 필요도 있습니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여행에서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선물해 준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에 대한 기록이자, 계획할 수 없었기에 더 소중한 여행의 조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