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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빨대 꽂을 줄 아는 발리

 

발리에 2주간 머무는 동안 볼 수 없었던 것이 있습니다. 플라스틱 빨대입니다. 첫 목적지인 포테이토 헤드에서 대나무 빨대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인지는 했지만 예외적인 케이스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포테이토 헤드가 제로 웨이스트와 업사이클링을 추구하면서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플라스틱 빨대 대신 대나무 빨대를 사용하는 줄 알았습니다. 폐창문을 활용해 건물을 디자인하고, 입구 쪽에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 슬리퍼 등으로 만든 작품을 전시할 정도이니, 빨대도 플라스틱을 안쓰는 것이 당연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발리를 다니다보니 예외인 줄 알았던 포테이토 헤드가 평범한 케이스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채식을 강요하기 보다 육류 대체 음식이나 과채 등으로 유연하게 채식에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플렉시테리언(Flexiterian) 식당 ‘발리볼라’에서도, 고급 리조트에서만 경험할 수 있었던 플로팅 브런치를 일반 카페에서도 즐길 수 있게 만든 ‘카비나 발리’에서도,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업 이익의 전부를 기부하는 ‘기브 카페(Give cafe)’에서도 플라스틱 빨대는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대나무, 종이, 알루미늄 등 소재의 다를 뿐이었습니다. 전수 조사를 할 수는 없었지만, 2주 동안 머무른 모든 곳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볼 수 없었으니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않는 게 큰 흐름인 건 분명했습니다.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을 제한하는 규제가 있는 건지, 아니면 대나무나 종이가 흔해서 그런지, 혹은 알루미늄 빨대를 설거지하는 데 드는 인건비가 저렴해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플라스틱 빨대의 편리함과 경제성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건, 의식과 의지가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지구의 내일을 위해 오늘 할 수 있는 사소한 일을 하며 바꿔나가는 일상의 풍경이 자연의 풍경만큼이나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빨대에 대한 이야기를 쓰다보니 스타벅스에서 생긴 일도 떠오릅니다.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을 때는 돔형의 뚜껑을 씌워주는 대신 입을 대고 마실 수 있는 뚜껑을 씌워주며, 바리스타가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다고 친절하게 안내해주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스타벅스에서도 볼 수 있는 뚜껑이지만, 빨대 없이 마셔보라고 권유를 하는 건 새로웠습니다. 별거 아닐 수 있어도 빨대에 대한 언급을 하고 안하고의 차이는 큽니다. 설명이 없다면 습관처럼 빨대를 꽂을 테니까요. 종이 빨대마저도 쓰지 않게 유도하는 모습에서 지구의 내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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