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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어느 공항으로 갈까요?

 

비행기 티켓을 끊을 때 무엇을 고려하시나요? 가격, 출발 시간, 경유 여부, 항공사 등 여러 가지 선택의 기준이 있지만, 저는 이에 못지 않게 ‘공항’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착하려는 도시에 2개 이상의 공항이 있는 경우, 어떤 공항으로 입국하느냐에 따라 여행의 경험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여행의 경험은 2가지 측면입니다. 하나는 공항 자체에 대한 경험으로 입국 시스템, 고객 경험 설계, 공항 디자인 등에 따라 도시의 첫인상이 결정됩니다. 또다른 하나는 공항과 도심까지의 거리로 이에 따라 현지에서 여행할 수 있는 시간에 차이가 생깁니다. 도심에서 멀면 왕복 2시간 정도를 이동에 써야하는데, 2박 3일의 여행이라면 여행 시간이 약 5% 줄어드는 셈입니다. 그래서 도쿄를 갈 때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김포-하네다 노선을 선호합니다.

 

이러한 판단 기준이라면 타이베이를 갈 때도 김포-쑹산 노선을 선택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행 프로그램을 신청하신 팀이 인천-타오위안으로 이동하는 특정 항공사로 비행기 티켓을 끊고 싶어하셔서, 사전답사를 갈 때 타오위안 공항 제1터미널로 타이베이에 들어갔습니다. 타이베이에 처음 갔던 터라 공항의 첫인상이 어떨지 궁금해하며 도착했다가 타오위안 공항 제1터미널의 우아한 풍경에 감탄이 나왔습니다.

 

 

보통의 공항은 층고가 높게 탁트이고 박스형 모양으로 생긴 반면, 타오위안 제1터미널은 천장에서 바닥까지 외벽이 현수교처럼 유선형으로 디자인되어 있었습니다. 지붕과 외벽의 경계가 없는, 그래서 처마를 연상시키는 공간 구성이 낯설면서도 우아한 공간감을 만들어냈습니다. 효율적 관점에서 보면 박스 형태로 만드는 것보다 비효율적이었겠지만, 심미적 관점에서 보면 그 어느 공항에서도 보기 어려운 차별적인 형태였습니다. 비효율적인 아름다움에 심취하면서, 한편으로는 이 디자인을 설계한 사람의 상상력과 채택한 사람의 과감함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타오위안 공항 제1터미널을 설계한 디자인 업체를 찾아봤다가 또 한 번 감탄을 하게 됩니다.

 

타오위안 공항 제1터미널은 1979년도에 초대 총통인 장제스의 이름을 따 ‘중정국제공항’으로 오픈했다가 2006년에 공항이 위치한 지명을 따 ‘타오위안 국제공항’으로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이후 공항 노후화로 30년 만인 2009년에 리모델링에 착수했습니다. ‘Norihiko Dan and Associates’라는 일본 디자인 회사가 설계했고, 약 4년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13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재오픈했습니다. 이 과정에 처마형 지붕이라는 비효율적인 아름다움의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원래 타오위안 공항 제1터미널은 중앙 부분이 오목하게 들어간, U자 형의 지붕을 가진 건물이었습니다. ‘워싱턴 덜레스 공항’을 본 따 만들어서 모양이 유사했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대만 여권 속지에 공항을 타오위안 공항이 아닌 덜레스 공항으로 잘못 인쇄하는 바람에 외교부 담당자가 그만두는 일이 벌어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 공항을 부수고 새로 지을 수도 있었지만, 과거의 역사를 이어간다는 차원에서 기존 건물을 뼈대 삼아 공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했습니다. 그래서 U자형에 대칭되는 곡선을 지붕의 외곽선에 연결해 처마로 내는 형태로 지붕을 늘리고, 그 아래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원래 건물의 익스테리어가 새 건물의 인테리어가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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