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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LA 에서 발견한 할인의 기술

 

홀푸즈는 매장 분위기부터 건강했습니다. 유기농 식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브랜드답게 건강한 제품 선정은 물론이고 정돈된 진열 방식, 깨끗한 매장 관리를 통해 고객들이 건강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슬로건으로만 건강함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 경험 전반에 건강함을 녹여내며 브랜드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 덕분에 건강함을 추구하는 고객들이 모이고, 이들이 뿜어내는 건강미가 매장에 생기를 더합니다.

 

 

원체 건강한 매력을 뽐내던 매장이었는데, 여기에다가 아마존이 가격 경쟁력을 보탰습니다. 아마존은 홀푸즈를 인수한 후 아마존 프라임 고객들이 홀푸즈 매장에서 제품들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매장 곳곳에서 하늘색 푯말을 볼 수 있는데, 이 푯말엔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만을 위한 할인가가 적혀있습니다. 홀푸즈는 유기농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단점이 있는데, 이를 아마존이 프라임 회원가로 보완해주는 것입니다. 아마존이 홀푸즈를 인수한 후 홀푸즈에서 아마존 에코와 간편식을 판매하거나, 매장에 아마존 배송 제품을 픽업할 수 있는 락커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변화가 있었지만, 프라임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가격 할인은 그 중에서도 으뜸인 혜택입니다.

 

 

유일한 단점인 듯 보였던 가격 경쟁력마저 갖추었으니, 홀푸즈가 독식하는 세상이 열렸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홀푸즈의 할인가는 프라임 회원들에 한해 적용되고, 유기농 제품을 할인하는 것이기에 여전히 보통의 제품보다는 비싼 수준입니다. 그래서 홀푸즈와 경쟁하는 마트들에게도 기회가 있습니다. 유기농 제품을 팔아서는 홀푸즈를 넘어서기 힘들겠지만, 가격으로 승부한다면 홀푸즈가 커버할 수 없는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랄프스(Ralphs)’가 이 부분을 파고들었습니다.

 

 

‘신선한 가격'(Fresh fare)
랄프스가 내 건 슬로건입니다. 신선한 제품이 아니라 신선한 가격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가격 경쟁력으로 존재감을 찾겠다는 뜻입니다. 가격이 쌀 거라는 예상하고 매장을 들어서면,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곳곳에 가격을 할인하는 이유가 붙어 있습니다. 최저가 보장으로 고객들을 안심시키기 보다, 이유가 있어서 싸다는 내용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가격이 지나치게 싸면 고객들이 문제가 있는 제품으로 의심할 수 있기 때문에 할인의 근거를 설명해줍니다. 지금부터 랄프스의 근거 있는 저렴함을 알아보기 위해 매장을 둘러 보겠습니다.

 

 

#1. 매장 밖에서 할인한다

 

랄프스 매장에 들어서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팝업 사이니지가 있습니다. 주유할 때 갤런 당 최대 1달러까지 할인해준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마트 내에 주유소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정유사인 ‘쉘(Shell)’과 제휴해 마트에서 적립한 포인트로 마트 근처의 셀 주유소에서 할인받을 수 있게 만든 프로모션입니다.

 

 

방식은 간단합니다. 기본적으로 마트에서 구매를 하면 1달러 당 1연료 포인트를 적립해줍니다. 포인트가 누적되어 100연료 포인트가 넘어가면 그 때부터 쉘 주유소에서 1회의 주유에 한 해 100연료 포인트 씩을 차감하여 갤런 당 10센트 씩을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연료 포인트를 사용할 경우 갤런 당 10센트를, 200연료 포인트를 쓰면 갤런 당 20센트를 절약할 수 있고, 1,000연료 포인트일 때 갤런 당 1달러를 아낄 수 있습니다. 팝업 사이니지에서 갤런 당 최대 1달러까지 할인해준다고 했으니 1,000연료 포인트가 주유 할인폭의 최대치입니다.

 

주유비의 관점에서 보면 혜택이 커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100연료 포인트를 차감할 때는 갤런 당 3.7달러 수준인 기름값을 10센트 절약해 약 2.7% 정도 할인 받는 반면, 1,000연료 포인트일 때는 갤런 당 1달러를 아껴 약 27%의 주유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트 구매액 기준으로 보면 10배를 더 구매해 10배를 더 보상받은 셈이므로 100연료 포인트일 때나 1,000연료 포인트일 때 적립률이 같습니다. 단위 금액 당 혜택의 크기는 같으나 표현을 달리하니 고객들에게 할인폭이 커지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인지적 가치만 높인 것은 아닙니다. 주유소와의 제휴를 통해 연료 포인트의 실질적인 가치도 높였습니다. 예를 들어, 평균적으로 주유 한 번 할 때 10갤런을 채운다고 가정하면 100연료 포인트를 쓸 경우 1달러의 주유비를 아낄 수 있습니다. 100연료 포인트가 있다는 건 100달러 어치의 구매를 했다는 뜻이고, 이에 대해 1달러의 주유비를 절약할 수 있으므로 1%를 적립해주는 셈입니다. 하지만 한 번에 주유를 얼만큼 하느냐에 따라 할인폭이 달라집니다. 한 번에 최대 35갤런까지 할인 받을 수 있어 혜택을 꽉 채워 이용하면 3.5달러까지 절약이 가능합니다. 이는 구매 금액의 3.5%에 해당하는 적립율입니다. 할인의 대상을 마트 내 제품으로 한정하지 않고, 외부 업체와 협업했기에 가능한 할인폭입니다.

 

 

#2. 광고 매대라서 할인한다

 

특정 브랜드 제품을 별도의 매대에서 판매하거나 눈에 띄게 진열하면 주목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판매량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유통 업체 입장에서는 공급 업체에게 주목도 높은 매대를 내주면서 광고비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 서점 등에서 광고 매대임을 밝히고 책을 진열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랄프스에서도 광고 매대임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푯말을 볼 수가 있습니다. 물론 소비자들에게 광고 매대라는 것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어 표시를 해 둔 목적도 있겠지만, 주목해야할 점은 광고 매대이기 때문에 더 싸게 판다는 것입니다. 광고비를 받은 만큼 제품 가격을 할인해서 고객에게 혜택을 돌려주겠다는 뜻입니다.

 

랄프스 입장에서는 공급 업체에게서 받는 광고비가 추가 수익이고, 이를 챙기지 않고 가격 할인에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고객 만족을 높인다는 목적이 크겠지만, 가격 할인을 하면 고객뿐 아니라 공급 업체, 그리고 랄프스도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광고 매대를 별도로 구성할 경우 주목도가 높아져 판매가 늘어나는데, 여기에 가격 할인까지 더하면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격 탄력성이 높은 제품이라면 효과가 더 큽니다. 고객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고, 공급 업체는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랄프스는 매출을 높일 수 있으니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윈윈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3. 행동하는 고객에게 할인한다

 

가격 탄력성이 높은 제품을 광고 매대에 진열할 경우, 고객은 제품을 싸게 사서 이익이고, 공급 업체는 광고 효과를 볼 수 있으며, 랄프스는 매출을 높일 수 있으니 모두가 윈윈하는 모델인 셈입니다.

 

랄프스 매장을 둘러보다 보면 특정 매대 앞에 쿠폰 발급기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센서에 손을 갖다 대면 1달러가 할인되는 쿠폰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쿠폰에 적혀 있는 ‘유니레버(Unilever)’ 제품이 할인 대상입니다. 아마도 유니레버가 할인을 지원하는 프로모션인 듯 합니다.

 

 

그냥 팝업 사이니지로 1달러 할인을 표시해두어도 될텐데 굳이 쿠폰 발급기를 설치한 목적은 무엇일까요? 주목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고 고객의 행동을 유도하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격 차등화를 통해 고객 만족과 판매 수익을 동시에 챙기려는 목적이 담겨 있습니다.

 

팝업 사이니지를 걸어 제품 자체에 1달러 할인을 해준다면 가격 할인과 관계없이 구매할 의사를 가진 고객들까지도 할인해주게 됩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수익이 줄어듭니다. 반면 쿠폰 발급기를 설치해 쿠폰을 발급 받은 고객들만 할인해줄 경우,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에게는 가격 할인 혜택을 제공해 구매 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동시에 가격에 덜 민감해 쿠폰 발급기를 그냥 지나치는 고객들에게는 정가를 받을 수 있어 마진을 줄이지 않아도 됩니다.

 

 

랄프스에서는 현장에서 출력하는 쿠폰 발급기뿐만 디지털 쿠폰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Free Friday Download’라는 프로모션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이 때 랄프스 온라인 쿠폰 사이트에 접속하면 랄프스에서 공짜로 제공하는 제품의 디지털 쿠폰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5달러로 판매되는 에너지바를 무료로 나눠주는 식입니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 입장에서는 현물로 할인을 받는 셈입니다.
이제 랄프스가 시도하고 있는 가격 할인의 기술 중 절반을 둘러봤습니다. 나머지 3개에 대해서는 다음주 뉴스레터에서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퇴사준비생의 타이베이
커피향 대신 밥내음이 나는 카페 – 카페 드 리즈

 

요즘 일본에서는 ‘라이스쥬레’ 열풍입니다. 라이스쥬레는 쌀과 물로 만든 겔화제로, 빵이나 과자 등을 만들 때 밀가루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급감하는 쌀 소비량을 진작시킬 수 있는 식재료로서 각광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밀가루가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훌륭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처럼 쌀을 활용해 현대인의 식생활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쌀을 재발견하는 방법이지만,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하지 않고도 본연의 쌀이 설 자리를 넓힐 수는 없을까요? 타이베이의 ‘카페 드 리즈(Café de riz)’는 그 방법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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