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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금문교 수익모델 파헤치기

외국에서 운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는 쉽습니다.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국제운전면허증을 신청해 그 자리에서 바로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국제운전면허증은 교육이나 심사 없이 쉽게 발급받을 수 있지만, 막상 외국에 나가서 운전을 하려고 하면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운전 방향이 반대인 지역은 물론이고, 운전 방향이 같더라도 도로 시스템에 차이가 있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샌프란시스코도 예외는 아닙니다. 신호 없는 사거리를 수차례 지나며 구비진 언덕을 넘어 다녀야 하고, 전기로 다니는 트램과 함께 도로를 써야 하며, 쌩쌩 달리는 차들 사이로 비보호 좌회전을 시도하는 상황 등을 마주해야 합니다. 운전의 난이도가 높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운전을 포기하기도 어렵습니다.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 이동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우버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생겨난 이유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벗어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지역들까지 여행할 계획이라면 더욱 운전대를 잡는 것이 유리합니다. 샌프란시스코를 운전하다 보면 난이도가 높아서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서울과는 다른 교통 시스템을 경험하며 뜻밖의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샌프란시스코에 간 김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불리는 금문교를 전망대에서 보기 위해 차를 타고 다리를 건넜습니다. 다리를 건너니 톨게이트가 있었습니다. 통행료를 내야할 거 같은데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다리를 건너 북쪽으로 나가는 방향에서는 통행료를 징수하지 않고, 시내로 들어오는 방향에서만 통행료를 받았습니다. 섬처럼 다리를 건넜을 때 반드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지형적 특성이 아니라면 들어오거나 나가는 모든 차량에게 돈을 걷어야 누락되는 매출이 없을텐데, 한쪽에서만 통행료를 받도록 설계한 이유가 궁금해져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교통 정체를 해소하려는 목적이 커보였습니다. 보통의 경우 톨게이트 앞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는데, 한쪽에서만 돈을 받으면 다리를 드나들 때 병목 현상이 두 번이 아니라 한 번만 생기게 됩니다. 특히 다리를 건너 북쪽으로 나가는 방향에서 병목 현상이 생기면 다리 위에서 차들이 멈춰서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럴 경우 톨게이트가 금문교를 찾은 관광객들의 고객 경험을 망칠 수 있기 때문에 반대 방향에서만 돈을 받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쪽 톨게이트에서 받는 통행료를 편도의 2배로 책정하면 수익적 관점에서도 이익일 거란 계산이 가능했습니다. 금문교를 건너는 차량은 왕복을 하거나 편도로 이용하거나 둘 중에 하나입니다. 왕복 차량은 어차피 편도 통행료를 2번 내야하기 때문에, 한쪽 톨게이트에서 편도 통행료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 번만 받으면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병목 현상이 한 번 줄기 때문에 시간을 아끼는 효용이 생깁니다. 반대로 관리자 측은 한쪽 톨게이트를 줄여 운영에 따른 인건비 등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비용을 낮춰 수익을 개선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리를 무료로 지나가는 편도 차량에 대한 매출 실기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한쪽에서 통행료를 편도의 2배로 받고, 북쪽행과 남쪽행을 이용하는 차량의 비율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매출이 줄어들지도 않습니다. 비율의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평균을 놓고 보면 그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고 줄일 수 있는 운영비를 생각했을 때 손해보다는 이익이 더 클 것입니다.

 

돈을 내지 않고 북쪽으로 올라가는 차량과 다리를 관리하는 주체 입장에서는 이익이지만, 반대로 남쪽으로 이동하는 차량은 편도의 2배 비용에 해당하는 금액을 내야하기 때문에 부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금문교가 위치한 주변 지역의 지도를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금문교를 이용하지 않고 샌프란시스코 시내 쪽으로 가려면 지리적 특성상 한참을 돌아가야 합니다. 편도의 2배 비용이라 치더라도 7.75달러를 내고 다리를 건너는 편이 시간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이득입니다.

 

가설적인 추론이긴 하지만 금문교 톨게이트의 변화를 보면 추론에 힘이 실립니다. 금문교의 톨게이트는 2013년부터 현금 결제라인을 없애고 한국의 하이패스와 같은 Fastrak 으로 전면 교체하였습니다. 통행의 흐름이 개선되고, 인건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더 크게 생기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바꾼 것입니다. 차로 다리를 건너는 건 서울과 다를 바 없지만, 통행료 징수 방식의 차이 때문에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었습니다.

 

다음주 뉴스레터에서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운전하면서 발견한 또다른 아이디어를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