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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에 등장한 무인양품의 미래

무인양품 유라쿠초점에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계산대 앞에 줄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20~30% 수준의 할인 행사를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무인양품이 일시적인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세일 행사를 했을리 만무합니다. 플래그십 스토어였던 무인양품 유라쿠초점이 문을 닫고 확장 이전을 해야하는 상황이라, 그동안의 성원에 대한 고마움과 영업 종료로 인한 미안함을 전하면서 재고 소진을 하기 위해 파격적인 할인을 한 것입니다. 2018년 11월에 문을 닫았던 무인양품은, 약속했던 대로 2019년 4월에 더 탄탄해진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새롭게 태어난 플래그십 스토어인 무인양품 긴자점에도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오픈 시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서 들어갔습니다. 유라쿠초점과 달리 할인 행사 때문이 아니라, 업그레이드된 무인양품 매장을 보기 위해서 도쿄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무인양품 팬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연면적 4,000m2(매장 기준, 호텔 제외)로 전세계 1,000여개의 무인양품 매장 중에 가장 큰 데도, 인파가 몰려 매장이 비좁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플래그십 스토어인 긴자점 역시 유라쿠초점과 마찬가지로 무인양품에서 운영하는 모든 서브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간 크기 및 공간 구성에서는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우선 긴자점의 규모는 3,500m2의 연면적을 자랑했던 유라쿠초점 대비 15% 정도 더 커졌습니다. 또한 3개 층으로 이루어진 유라쿠초점은 층마다 바닥면적이 넓어 한 층에 여러 서브 브랜드들이 흩어져 있었던 반면, 지하층을 포함해 총 7개층(매장 기준, 호텔 제외)으로 구성된 긴자점은 바닥면적이 상대적으로 좁아서 서브 브랜드들이 층별로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7개의 층 중에 유라쿠초점 대비 눈에 띄는 층은 지하 1층, 1층, 그리고 6층입니다. 지하 1층은 ‘Muji diner’로 식사를 판매하는 공간입니다. 유라쿠초점에도 ‘Cafe & Meal’이 있어 식사를 할 수 있었지만 푸드코드나 구내식당에서 배식을 받는 듯한 방식으로 판매하던 곳이었습니다. 이랬던 식당이 더 건강하고 세련되면서도 무인양품 브랜드와 어울리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오픈 전부터 줄서 있는 것은 물론이고, 월요일 오전 11시 15분 경에 방문했을 때 이미 대기가 42팀이나 있을 정도로 인기인 식당으로 거듭났습니다.

 

 

1층의 변화는 더 극적입니다. 1층 전체를 제품이 아니라 먹거리로 채웠습니다. 무인양품이 생활용품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제안에서 벗어나 먹는 것에 대한 라이프스타일까지 제안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유라쿠초점에서도 2017년 7월부터 야채, 과일 등의 식재료를 판매하는 공간을 운영했지만, 테스트 베드로 마련한 공간이라 규모가 크진 않았습니다. 반면 긴자점에서는 한층으로 다 활용하며 대대적으로 확장했을 뿐만 아니라, 취급하는 품목도 다양해졌습니다. 야채, 과일은 물론이고 도시락, 베이커리, 냉동식품, 주스, 아이스크림, 티 등 실생활과 더 가까운 식료품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상 무인양품 마트인 셈입니다. 1층을 마트처럼 구성한 건 전략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식료품은 더 자주 구매하는 품목이기 때문에 고객의 방문 주기가 짧아지고, 방문객들의 구매전환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층에서는 제품을 사지 않더라도 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줄서 있는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지하 1층과 1층의 공간에서 먹는 것에 대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면, 6층부터는 머무르는 것에 대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 위해 ‘무지 호텔’로 구성했습니다. 중국 선전, 베이징에 이은 세번째이자,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호텔입니다. 의식주 중에 ‘주’의 영역까지 라이프스타일 제안의 범주를 넓히며, 총체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겠다는 뜻입니다. 6층에 호텔 로비가 있는데, 투숙객이 아닌 이상 방이 있는 7~10층으로 올라갈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6층까지 올라갈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6층에는 ‘아뜰리에 무지’라는 전시 공간과 휴식 공간이 있어 방문객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뜰리에 무지의 초대 전시(2019.4.4~6.23)는 ‘밤나무 프로젝트(The chestnut tree project)’ 였습니다. ‘디자인은 말에서부터 시작된다(Design emerging from words)’는 생각으로, 각계각층의 크리에이터들에게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정의하는 디자인을 종이에 적어 전시했습니다. 유선형의 꽃잎 모양을 하고 있는 종이를 가는 막대에 연결하여 특정 영역에 촘촘히 심어두니, 마치 디자인을 정의하는 말들이 하나의 씨앗이 되어 꽃으로 피어나 꽃밭을 이룬 듯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103명의 크리에이터들이 정의한 디자인은, 의미가 유사한 경우는 있어도 표현은 하나같이 모두 달랐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크리에이터들의 정의가 디자인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하라 켄야가 무인양품의 디자인 철학과 체계를 정립한 이후 재도약한 무인양품이기에 초대 전시에서 디자인에 대한 고찰을 하는 것은 뜻깊은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하라 켄야, 후카사와 나오토, 재스퍼 모리슨 등 크리에이터 103명의 디자인에 대한 정의를 보고 싶다면)

 

 

어쩌면 서울에서도 갈 수 있는 무인양품 매장을 도쿄까지 가서 방문할 필요가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인양품의 팬이라면, 라이프스타일 관련 비즈니스의 모범 사례를 경험하고 싶다면 도쿄에 갔을 때 시간을 내서 무인양품 긴자점에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무인양품 매장이어서가 아니라, 무인양품이 30여년 동안 다져온 라이프스타일 제안이 무인양품답게 응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무인양품 긴자점에서 보여준 무인양품의 현재를 베이스 캠프 삼아 무인양품이 만들어나갈 미래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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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 긴자점’과 ‘무지 호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추후 ‘퇴사준비생의 여행’ 도쿄편에서 공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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