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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레시피 없이 미쉐린 스타를 단 레스토랑 – 인 시투

‘인 시투’에서는 세계 각국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그들의 레시피를 그대로 카피해 맛부터 플레이팅까지 똑같이 선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레스토랑도 독창성을 인정받아 미쉐린 스타를 달았습니다. 어찌된 영문일까요?

 

Quick View

• 들어가며

• 미쉐린 가이드의 기준을 파괴하는 레스토랑

• #1. 고객의 혜택 – 앉아서 미식 여행을 떠납니다

• #2. 레스토랑의 혜택 – 메뉴 개발 고민이 사라집니다.

• #3. 원조 셰프의 혜택 – 요리가 예술 작품이 됩니다.

• 위치가 높이는 가치

 

본 콘텐츠는 읽는 데 총 8분 정도 소요됩니다.

 


 

베낀 작품이 버젓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남몰래 베낀 게 아닙니다.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의 다비드 조각상(The statue of David), 라파엘로(Raffaello Sanzio)의 아테네 학당(The school of Athens), 로마 시대의 트라야누스 기둥(Trajans’ column) 등 내로라하는 작품들로 가득합니다. 원작을 바탕으로 새롭게 변형한 것도 아닙니다. 원작을 있는 그대로 복제했습니다. 이름 모를 박물관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런던을 대표하는 박물관 중 하나인 V&A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의 ‘캐스트 코트(The cast courts)’ 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보통의 경우 원작을 가져다가 전시하는데, 어떤 연유로 V&A 박물관은 캐스트 코트 관을 복제품으로 가득 채워 놓았을까요?

 

V&A 박물관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고 나면 캐스트 코트 관에 펼쳐진 역설적인 상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V&A 박물관을 열 당시, 영국은 산업 혁명으로 인해 기술적으로는 발전했지만, 주변 유럽 국가들에 비해 예술적 수준은 뒤처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국 사람들의 전반적인 미적 감각을 향상시키고 아티스트를 교육시키려는 목적으로 V&A 박물관을 설립했습니다.

 

예술에 대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소장품들을 전시했으나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조각, 회화 등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작품들은 소장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교육시키기 위해 아티스트들이나 시민들을 유럽 대륙으로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작가들을 보내 최고의 작품들을 복제해서 영국으로 가져와 캐스트 코트에 전시했습니다. 물론 불법 복제는 아니고, 1867년에 유럽 대표들이 모여 예술 작품들을 복제해 공유하자는 국제 조약을 맺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카피한 작품들로 채운 공간인데,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자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합니다. 원본이 파손되거나 소실될 경우, 캐스트 코트의 복제 작품들이 원본의 역할을 대신해 미술사 연구의 대상이 됩니다. 예를 들어, 트라야누스 기둥의 원본은 광장에 위치해 있어 기둥 일부에 부식이 진행된 반면 캐스트 코트 실내에 자리한 복제 작품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연구에 더 적합해졌습니다. 교육적 목적을 위해 본떠온 작품들에 역사적 맥락이 생기면서 오리지널로서의 가치가 생기는 셈입니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카피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카피하는 목적이 건설적이고, 카피의 대상인 원작자를 존중하며, 카피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면 카피한 결과물도 오리지널만큼이나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런던의 V&A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샌프란시스코의 ‘인 시투(In Situ)’라는 레스토랑도 카피를 독창적으로 할 줄 아는 곳입니다.

 

미쉐린 가이드의 기준을 파괴하는 레스토랑

 

<<미쉐린 가이드(Michelin guide)>>는 각 도시별로 레스토랑에 별점을 매겨 소개합니다. 미쉐린 가이드의 선택을 받은 레스토랑은 복권에 당첨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음식이 달라진 것도, 셰프가 바뀐 것도 아닌데 미쉐린 가이드의 별을 달았다는 이유로 레스토랑의 명성과 인기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레스토랑에 날개를 달아주는 별점은 크게 3 등급으로 구분됩니다.

 

별 3개 – 요리를 맛보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 (Exceptional cuisine, worth a special journey)

 

별 2개 – 요리가 훌륭해 멀리 찾아갈 만한 레스토랑 (Excellent cooking, worth a detour)

 

별 1개 – 해당 카테고리에서 음식 맛이 뛰어난 레스토랑 (Very good cooking in its category)

 

요리 재료의 수준,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요리의 창의적인 개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일관성과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 등의 평가 기준으로 시간을 투자해 가볼 만한 레스토랑들을 선정하는 것입니다.

 

이 기준에 의하면 인 시투는 해당 카테고리에서 음식 맛이 뛰어난 레스토랑입니다.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 1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요리가 훌륭해 멀리 찾아갈 만한 레스토랑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요리를 맛보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미쉐린 가이드의 기준은 명확한데 어떻게 인 시투는 별 1개를 받고도, 별을 2개 혹은 3개를 단 곳과 동등한 지위를 가질 수 있는 걸까요?

 

인 시투의 메뉴를 보면 미쉐린 가이드의 별점 기준을 넘나든다는 설명에 공감할 수 있습니다. 별 개수를 막론하고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페루 등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들의 요리를 카피해 메뉴로 구성했기 때문입니다. 언뜻 보기엔 아류 레스토랑 같지만 인 시투의 컨셉과 구현 방식 덕분에 레시피(Recipe)를 카피하고도 참여자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독창적인 레스토랑으로 거듭납니다.

 

#1. 고객의 혜택 – 앉아서 미식 여행을 떠납니다

 

아무리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레시피로 요리를 했다고 해도 원조가 아닌데 고객들의 발길을 이끌 수 있을까요? 세계 각국의 미쉐린 스타 셰프의 요리를 똑같이 카피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간의 찬사를 받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인 시투에서 제공하는 요리 자체와 고객 경험을 구분해서 살펴봐야 합니다.

 

<<< 메뉴에는 요리를 만든 셰프의 이름, 가게에 대한 설명 등이 상세하게 적혀져 있습니다.

 

우선 고객 경험을 만드는 출발점이 탄탄합니다. 인 시투에서 내놓는 요리는 미쉐린 레스토랑의 레시피를 모티브로 하거나 흉내 내는 정도가 아니라, 원본 그대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래서 메뉴명, 재료, 조리 방식은 기본이고, 사용하는 접시, 플레이팅(Plating)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원본과 똑같이 만들어 내놓습니다. 어느 정도로 집착하냐면 원재료를 샌프란시스코에서 구할 수 없을 경우 현지에서 조달해서 사용하고 재료가 떨어지면 판매를 일시 중지하기도 합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미쉐린 스타 셰프들의 요리 중에는 셰프의 자율성과 재료의 현지화를 허용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에는 레시피와 다른 재료를 쓰기도 합니다.

 

이처럼 요리를 똑같이 만들기 때문에 요리의 맛은 차이가 없지만, 요리를 맛보는 경험은 다릅니다. 하나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요리만 재현해냈다면 분점에 그쳤겠지만, 인 시투는 15개 내외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요리를 동시에 선보입니다. 덕분에 고객들은 한자리에서 전 세계 여러 미쉐린 스타 셰프의 요리를 선호에 따라 즐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일부 상시 메뉴를 제외하고 3개월 정도마다 순차적으로 메뉴를 바꾸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고객들이 맛볼 수 있는 미쉐린 스타 셰프의 요리는 계속해서 늘어납니다. 고객들이 일일이 미쉐린 셰프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미쉐린 셰프 요리가 고객들을 찾아오는 셈입니다.

 

15여 개의 서로 다른 미쉐린 스타 셰프의 요리는 S(Small), M(Medium), L(Large) 등 3가지로 구분되는데, S는 한 입 거리의 에피타이져(Appetizer), M은 입맛을 돋우는 에피타이져 요리이고 L은 메인(Main) 요리입니다. 이렇게 메뉴 구분을 하자 S, M, L 순서의 코스로 즐길 경우 미쉐린 스타 셰프 요리를 즐기는 방법이 100가지 이상으로 늘어납니다. 모든 요리는 각각의 원조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지만, 전 세계의 여러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요리를 고객들이 능동적으로 선택해 코스처럼 먹을 수 있게 구성하자 원조 레스토랑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고객 경험이 가능해집니다.

 

<<< 메뉴는 S, M, L로 분류되어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코스를 선택해 먹을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요리를 예약 없이 먹을 수 있는 점도 인 시투를 원조 레스토랑들과 차별화시킵니다. 보통의 경우 미쉐린 가이드의 별점이 높은 레스토랑들은 몇 달 전부터 예약해야 하는 곳들이 수두룩하며,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일에 즉흥적으로 방문하는 건 엄두도 못 냅니다. 하지만 원조 레스토랑들과 달리 인 시투는 공간을 다이닝 룸(Dining room)과 라운지(Lounge) 등 2개로 구분해 운영하면서 당일에 방문하는 고객들에게도 기회를 열어 둡니다. 사전에 자리 확보가 필요한 고객들을 위해 다이닝 룸 구역은 예약을 받는 대신 라운지 공간에서는 원칙적으로 예약을 받지 않고 당일에 오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배려합니다. 그래서 미쉐린 가이드 별 3개를 받은 레스토랑의 요리도 몇 달이 아니라 몇 분만 기다리면 먹어볼 수 있습니다.

 

#2. 레스토랑의 혜택 – 메뉴 개발 고민이 사라집니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레시피를 복제해서 요리를 내놓지만, 인 시투 레스토랑 스스로도 미쉐린 가이드의 별 1개를 달았습니다. 전 세계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요리를 한 자리에서 먹을 수 있다는 독창성 덕분입니다. 인기몰이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입니다. 이처럼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요리를 그대로 재현한다는 컨셉이 매출을 올려주는 역할만 해도 고마울 텐데, 심지어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인 시투가 절감하는 비용을 이해하기 위해선 주방 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방의 고민 중 하나는 메뉴 개발입니다. 재방문을 유도하고 신규 고객을 불러들일 때 시그니처(Signature) 메뉴만큼이나 새로운 메뉴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매장 수가 많은 경우 신메뉴 개발에 적극적일 수 있어도, 레스토랑이 하나뿐이라면 지속적으로 메뉴를 개발하는 게 부담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상황을 설정해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A 레스토랑은 10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고 B 레스토랑은 단독 매장인데, 두 레스토랑 모두 단일 레스토랑의 공간 크기는 같고 매장당 손님 수도 비슷합니다. 두 레스토랑 모두 계절 메뉴 개발에 각각 1,000만 원씩 들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두 레스토랑은 계절 메뉴 개발에 들어간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어떻게 가격 책정을 해야 할까요?

 

A 레스토랑의 경우 모든 지점에서 매일 10개씩 100일 동안 계절 메뉴를 판다고 하면, 개당 메뉴 개발 비용은 1,000원입니다. 가격에 1,000원만 포함하면 R&D(Research and development) 비용을 커버할 수 있으니 큰 부담은 아닙니다. 반면 B 레스토랑은 매장이 하나이므로 매일 10개씩 100일 동안 계절 메뉴를 팔 경우, 개당 메뉴 개발 비용이 만 원으로 올라갑니다. R&D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가격을 만 원가량 높인다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원작의 레시피는 물론 그릇까지도 그대로 재현합니다.

 

이렇듯 단독 매장일 경우 새로운 메뉴 개발이 어려울 수 있는데, 인 시투는 매장이 하나뿐이어도 새로운 메뉴 개발에 부담이 없습니다. 메뉴를 직접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미쉐린 스타 셰프들이 개발한 메뉴를 가져다 쓰기 때문입니다. 레시피 전달도 주로 원격으로 이루어져 큰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가령 홍콩의 다니엘 뵐루(Daniel Boulud)는 요리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보내주거나, 오클랜드의 탄야 홀랜드(Tanya Holland)는 전화 통화를 하면서 요리를 알려주거나, 도쿄의 세이지 야마모토(山本征治)는 40페이지가 넘는 레시피를 이메일로 보내주는 식입니다. 오히려 페루의 가스톤 아쿠리오(Gastón Acurio)처럼 레시피 전수를 위해 특사를 보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3. 원조 쉐프의 혜택 – 요리가 예술 작품이 됩니다

 

미쉐린 쉐프 레스토랑의 레시피를 그대로 재현한다는 컨셉은 인 시투의 매출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중요한데 인 시투가 그냥 베낄 리 없습니다. 원작자에게 공식적인 허락을 받고 메뉴에 포함시킵니다. 그렇다면 미쉐린 스타 쉐프들에게는 어떤 혜택이 있길래 인 시투에 레시피를 공유하는 것일까요?

 

인 시투는 스스로를 ‘전시 레스토랑(Exhibition restaurant)’이라고 부릅니다. 혁신적이고, 아이코닉(Iconic)하며, 영향력 있는 미쉐린 스타 셰프들의 요리를 전시회처럼 주기적으로 바꿔서 소개하면서 셰프와 대중 사이에 접점을 제공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모든 메뉴에는 셰프, 레스토랑, 도시, 국가, 요리를 만든 연도 등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메뉴판의 뒷면에는 현재 시점에서 전시되고 있는 모든 미쉐린 스타 셰프들에 대한 정보를 한 문단 정도의 길이로 설명해 줍니다.

 

<<< 레스토랑의 한켠에는 레시피를 제공한 셰프들의 레시피북이 있습니다.

 

원조 셰프의 요리를 작품으로 여기고 이를 소개하는 메뉴판에서 관련 정보를 보다 보면 특징적인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요리를 만든 연도에서 최신 연도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요리는 과거에 창작되어 현재는 원조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판매하지 않는 요리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쉐린 스타 셰프 입장에서도 레시피를 공유하는 데 부담이 없습니다. 오히려 과거의 요리를 다른 곳에서 리바이벌시키면서 그들의 존재를 알리고 명성을 쌓을 수 있어 원조 셰프들에게도 득이 됩니다.

 

이 정도로도 원조 쉐프들이 인 시투에 그들의 레시피를 공유할 수 있겠지만, 그들의 마음을 여는 데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인 시투를 만든 ‘코리 리(Corey Lee)’ 쉐프의 존재감입니다. 그가 샌프란시스코에 첫 번째로 오픈한 레스토랑이 ‘베누(Benu)’인데, 이 레스토랑이 2014년도에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 3개를 받았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레스토랑 중에는 최초입니다. 코리 리 스스로가 최고의 미쉐린 스타 셰프이기 때문에 그의 제안에 미쉐린 스타 셰프들이 선뜻 그들의 레시피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것입니다.

 

위치가 높이는 가치

 

미쉐린 가이드의 평가 기준에서도 설명했듯이 미쉐린 가이드는 요리의 맛으로만 별점을 매기지 않습니다. 역사적 가치, 지역적 특수성, 창의적 스토리 등 요리의 맥락적인 부분까지도 평가에 포함합니다. 맥락은 직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미쉐린 가이드에서 선정한 레스토랑 혹은 요리들이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인 시투에서도 판매를 했던 ‘이런! 레몬 타르트를 떨어뜨렸네(Oops! I dropped the lemon tart)’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요리는 미쉐린 가이드 별 3개를 받은 이탈리아 쉐프 ‘마시모 보투라(Massimo Bottura)’가 창작한 디저트로 레몬 타르트를 엎어서 깨뜨려 놓은 모습입니다. 형태적 요소만 보면 엉망인 듯 보여 요리인지 의문이 들지만, 이 요리가 만들어진 맥락을 들어보면 불완전성이 예술성으로 바뀝니다. 직원이 서빙을 하다가 레몬 타르트를 실수로 떨어뜨렸는데, 그 장면을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요리이기 때문입니다. 파괴된 모습에서 창조적 가치를 떠올린 낸 셈입니다.

 

<<< 인 시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의 전경입니다.

 

마시모 보투라의 요리처럼 맥락은 중요합니다. 인 시투를 만든 코리 리는 미쉐린 스타 셰프로서 이를 모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 시투의 위치도 맥락적 요소를 고려해 선정했습니다. 인 시투는 거리, 쇼핑몰, 오피스 건물 등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SFMOMA)의 1층에 입점해 있습니다. 미술관이 전 세계의 예술 작품들을 모아 대중이 감상할 수 있게 했듯, 인 시투는 미쉐린 스타 셰프들의 예술 작품 같은 요리를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전시 레스토랑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미술관과 일맥상통한다는 설명입니다.

 

인 시투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카피에도 맥락이 중요합니다. 그냥 레시피를 베낀 것이라면 아류로 남았겠지만, 전시 레스토랑이라는 맥락을 부여하니 오리지널로서의 가치가 생깁니다. 인 시투가 남의 레시피를 가져다 쓰면서도 당당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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