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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받은 멤버십의 위엄 – 이키나리 스테이크

<퇴사준비생의 도쿄>에서 소개한 매장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브랜드는 진화합니다. 정체성을 더 뚜렷하게 보여주기 위해서, 혹은 매출을 늘려 성장하기 위해서, 혹은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퇴사준비생의 도쿄>에서 소개한 브랜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브랜드를 가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퇴사준비생의 도쿄>에서 소개했던 브랜드들의 진화한 모습을 공유합니다. 트래블코드 팀이 <퇴사준비생의 도쿄> 책을 출간한 이후 <퇴사준비생의 도쿄> 여행 프로그램을 20여 차례 운영하며 관찰하고 취재한 변화의 기록입니다.


손님에게 명함을 만들어주는 이자카야가 있습니다. ‘츠카다 농장’입니다. 이 이자카야에서는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시스템화된 포인트 카드 대신에 손님의 이름이나 별명을 적은 명함을 건내줍니다. 명함이 포인트 카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고객의 방문 횟수에 따라 명함 속의 직급이 바뀝니다. 주임부터 시작해 36번 가량 매장에 방문하면 사장까지 승진을 시켜주는데, 승진할 때마다 파티도 열어주고 직급에 따른 차등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자주 오는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입니다. 충성 고객을 대하는 방식이 아날로그적이고 친밀도가 높다는 점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갖습니다.

 

츠카다 농장처럼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차별화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시스템화 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고객이 명함을 가져 오지 않을 경우 방문 횟수를 기록하기가 불편해지는 경우가 생기거나 서비스를 직원의 재량에 맡기다 보니 지점마다 혜택이 차이가 나는 사례도 발생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포인트 카드 등을 통해 충성 고객을 시스템적으로 관리하려는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충성 고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도 포인트 카드를 차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이키나리 스테이크의 포인트 카드 시스템을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1. 횟수가 아니라 그램수

 

이키나리 스테이크 매장에 1년 동안 매달 한 번씩 방문하는 고객과 두 달에 한 번씩 방문하는 고객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둘 중에 누가 더 매장에 도움이 되는 고객일까요? 보통의 경우라면 매달 한 번씩 방문하는 고객이 더 환영할 만한 고객입니다. 하지만 조건을 추가해보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매달 한 번씩 오는 고객은 올 때마다 150g의 스테이크를 먹고 두 달에 한 번씩 오는 고객은 올 때마다 450g의 스테이크를 먹는다면 후자의 고객이 더 중요합니다. 전자의 고객은 1년 동안 1,800g의 고기를 먹는 반면, 후자의 고객은 같은 기간 동안 2,700g의 고기를 먹으니 이키나리 스테이크 입장에서는 두 달에 한 번 오는 고객이 더 영양가 있습니다.

 

 

이키나리 스테이크의 멤버십은 고객의 이런 특성을 반영해 멤버십을 설계했습니다. 충성 고객을 판단하는 기준을 고객이 매장을 방문한 횟수가 아니라 고객이 매장에서 섭취한 고기양으로 정한 것입니다. 멤버십에 가입하고 매장에서 먹는 고기양을 늘리다보면 등급을 3번 올릴 수 있습니다. 3,000g 부터는 ‘골드’ 멤버십, 20,000g 부터는 플래티넘 멤버십, 100,000g 부터는 다이아몬드 멤버십으로 등급이 높아집니다. 여느 멤버십과 같이 등급별로 혜택의 크기가 커집니다.

 

이키나리 스테이크는 이 멤버십 시스템에 대해 특허를 냈습니다. 포인트 카드와 같은 멤버십은 범용적인 모델인데, 어떻게 특허가 가능한 걸까요? 만약 이키나리 스테이크가 매장에 올 때마다 더 많이 고기를 먹은 고객을 대우하기 위해 결제 금액 기준으로 일정 %를 포인트로 적립해주었다면 이미 보편화된 모델이라 특허를 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고객이 고기를 먹은 g 단위로 포인트를 적립해주면 특허를 낼 여지가 생깁니다. g 단위로 스테이크를 판매하는 것도 유별난데, 고객이 주문한 고기의 g수를 시스템에 연동시키는 일은 더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g수를 멤버십 등급의 기준으로 삼으면 특허를 받을 만큼 차별화되기도 하지만, 충성 고객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스테이크 1g당 100원이라고 가정하면 다이아몬드 멤버십이 되기 위해서는 1,000만원 가량을 지출해야 합니다. 등급의 기준을 결제 금액으로 했을 경우 다이아몬드 멤버십이 된 고객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걱정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고기 먹는데 1,000만원을 썼다고 생각하면 한심해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g수로 등급을 매긴다면 주변의 시선이 달라집니다. 1,000만원을 쓴 사람이 아니라 100kg을 먹은 사람으로 프레임이 바뀌기에 대단하다고 여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등급이 높아질 수록 자랑스러운 멤버가 되는 것입니다.

 

#2. 숫자에 담긴 건강함

 

이키나리 스테이크는 멤버십 숫자를 숨기지 않고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어느 매장에 들어가도 월별로 현재 시점의 멤버십 수를 섬기듯 적어둔 포스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퇴사준비생의 도쿄> 취재를 위해 처음 이키나리 스테이크 매장을 방문했을 때 멤버십 수는 312,240명이었습니다. 2년하고도 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멤버십 수는 몇 명으로 늘었을까요? 2018년 10월 현재 8,915,319명이 멤버십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29배 정도 증가한 숫자입니다.

 

 

매장수는 그대로면서 멤버십 숫자만 늘어났을리 없습니다. 첫 취재 당시에 100개 남짓한 이키나리 스테이크의 매장수는 2018년 11월 현재 3.5배 이상 증가한 369개까지 늘어났습니다. 매장 숫자의 증분도 인상적이지만 성장세를 보면 더 거칠 것이 없어 보입니다. 2013년 12월 5일 긴자에 1호점 오픈한 후 100호점(2016년 8월 2일)을 돌파할 때까지 2년 8개월이 걸렸는데, 200호점(2018년 2월 8일)을 달성하기까지는 1년 6개월, 300호점(2018년 8월 9일)을 넘어서기까지는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성장의 가속도가 붙고 있는 것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이키나리 스테이크는 매장 수를 늘리는 양적 성장을 했을 뿐만 아니라 매장별 질적 성장도 이루었습니다. 매장당 멤버십 숫자의 추이를 확인해보면 2016년 9월에 3,061명이었던 숫자가 2018년 11월에는 25,479명으로 8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카니발라이제이션이나 성장 둔화를 걱정하기엔 이른 시점이라고 숫자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새롭게 생겨나는 매장에 유입되는 신규 고객과 기존의 매장에서 불어나는 새로운 고객의 조합이 이키나리 스테이크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키고 있는 셈입니다.

 

전체 멤버십 수만큼이나 눈에 띄는 숫자는 3,000g 이상 고기를 먹은 골드 멤버십 수입니다. 2018년 11월 현재 골드 멤버십 수는 431,579명입니다. 2년 전의 전체 멤버십 수인 312,240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보면 2년 전의 모든 멤버십 고객들이 2년 동안 10번 이상 방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300g씩 먹었을 때의 가정이니 평균적으로 먹는 양이 더 적을 경우 방문 횟수는 더 늘어납니다. 신규 고객은 물론이고 충성 고객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이키나리 스테이크의 성장이 더 돋보입니다.

 

#3. 성장이 부른 성장

 

이키나리 스테이크는 고객들이 멤버십에 가입만해도 500엔(약 5,000원)의 쿠폰을 제공합니다. 상대적으로 비싼 스테이크를 먹어도 300g에 25,000원 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 20% 정도의 혜택을 주는 셈입니다. 골드 멤버십이 되면 1,000엔(약 10,000원), 플래티넘 멤버십에게는 3,000엔(약 30,000원), 다이아몬드 멤버십으로 올라서면 10,000엔(약 100,000원)의 쿠폰을 제공하는 건 충성 고객에게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신규 고객에게까지 이런 혜택을 주는 이유가 있을까요?

 

물론 신규 멤버십 가입에 대한 환영의 의미로 볼 수도 있고, 신규 멤버십 고객이 충성 고객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키나리 스테이크의 변화를 보면 또다른 의도가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방문한 이키나리 스테이크 매장에서는 콜라보레이션의 형태로 영화, 게임 등의 콘텐츠를 광고하고 있었습니다. 2018년 11월에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홍보하기 위해 QUEEN을 모티브로 Q상, U상, E상, N상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경품을 제공하는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스테이크의 기름이 옷에 튀지 것을 방지하기 위해 1회용 앞치마를 나눠주는데 여기에도 보헤미안 랩소디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알리는 이미지와 문구를 넣었습니다.

 

 

또한 글로벌 헬스클럽 브랜드인 골드 짐(Gold’s gym)과도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있었는데, 브랜드의 단순 노출이 아니라 양사의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키나리 스테이크 고객이 골드 짐에 신규 고객으로 가입하면 5,400엔(약 54,000원)의 입회비를 면제해주고, 골드 짐 회원이 이키나리 스테이크 신규 멤버십에 가입하면 5,000엔(약 50,000원) 상당의 고기를 무료로 주는 콜라보레이션 이벤트입니다.

 

보헤미안 랩소디, 골드 짐 등과의 콜라보레이션에서 볼 수 있듯이, 멤버십 고객 수가 늘어나니 매장을 광고 매체로 활용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멤버십이 늘어날 수록 광고 매체로써의 경쟁력도 높아지고, 그만큼 광고 등을 통한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규 멤버십을 늘리기 위해 제공한 500엔의 쿠폰은 보이지 않는 부채가 아니라 미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무형 자산에 가깝습니다.

 

특허 받은 멤버십의 원칙

 

이키나리 스테이크에서는 전체 멤버십 수와 함께 충성 고객인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멤버십 수도 공개합니다. 3kg 이상을 먹었을 때 등급이 올라가는 골드 멤버십 회원 수야 그럴 수 있다고 해도, 28,676명의 플래티넘 멤버십 수나 592명의 다이아몬드 멤버십 수를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플래티넘 자격이 부여 받기 위해서는 20kg 이상, 다이아몬드 멤버십에 등극하기 위해서는 100kg 이상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이 정도로 스테이크를 많이 먹은 고객 수가 예상의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단체로 온 손님이 여러 명이 먹은 스테이크의 g수를 하나의 계정에 적립했다고 추측해 볼 수 있지만, 실제로 계산을 하면서 적립을 해보면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 명이 먹어도 하나의 계정에는 한 사람이 먹은 양만큼만 적립을 해줍니다. 충성 고객이 자신의 멤버십에 적립해 둔 고기의 양에 순도가 높은 셈입니다. 다만, 이키나리 스테이크 입장에서 동시에 여러 명이 먹은 고기 양을 하나의 계정에 적립해주지는 않아도, 하나의 계정을 여러 명이 돌려 쓰는 걸 막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이아몬드나 플래티넘 멤버십에 어느 정도의 허수는 있을 수 있지만, 1인 1카드 적립이라는 원칙이 있기에 그 숫자가 터무니 없는 수준은 아닙니다.

 

이렇게까지 순도 높게 멤버십을 관리하는 이키나리 스테이크는 멤버십 관련한 특허를 자랑할 자격이 있습니다.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여행을 여행답게 만듭니다.”

여행의 묘미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계획한 일정을 숙제하듯 소화할 때가 아니라, 뜻밖의 상황을 느닷없이 마주칠 때입니다. 예정에 없었던 대화, 있는 지도 몰랐던 공간,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 경험하기 어려웠던 현상, 기대하지 않았던 디테일 등이 여행의 가치를 높여줍니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 계획을 세우는 건 중요하지만, 우연이 끼어들 여지를 남겨둘 필요도 있습니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여행에서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선물해 준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에 대한 기록이자, 계획할 수 없었기에 더 소중한 여행의 조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