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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에서 숯불을 달구는 이유 – 허밋츠 헛

차 한 잔을 우리는 데 물을 데울 숯불부터 달구는 찻집이 있습니다. 고객이 차를 주문하면 서빙하는 용기만 5가지가 넘습니다. 흔한 테이크아웃 서비스도 없습니다. 타이베이 도심에 위치한 ‘허밋츠 헛(Hermit’s hut)’의 풍경은 제품도 서비스도 간편화된 요즘의 찻집들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대신 허밋츠 헛은 차를 느리게 마시는 방법을 지루하지도, 어렵지도 않게 전달합니다. 고객들은 그 과정에서 차를 간편하게 마실 때는 느낄 수 없었던 미각적 유희나 정신적 여유를 되찾습니다. 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대신 지키는 것을 선택한 느린 찻집은 어떤 모습일까요?


오래된 문화가 현대인의 일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간소화는 필수인 것처럼 보입니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전통적인 절차나 예절을 따르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래된 문화에서 불필요하거나 생략할 수 있는 과정은 없애고, 효율적인 방식을 개발해 바쁜 현대인들의 일상에 속도를 맞춥니다. 차 문화도 예외는 아닙니다. 대만 차 문화의 중심에는 차에 집중하는 ‘다예’라는 개념이 있는데, 다예에는 차의 색, 맛 등의 특징을 탐구하고 차의 역사를 공부하는 과정까지 포함됩니다. 하지만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정통의 다예를 고수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일상과 괴리가 있습니다.

 

대신 대만의 수많은 차 브랜드들은 차를 우리거나 마시는 과정을 간소화하여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합니다. 그 중에서도 타이베이의 ‘징성위(京盛宇)’는 직관적인 분류와 비주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차를 제안합니다. 먼저 우롱차, 보이차, 홍차 등 차의 종류에 따라 차를 구분하는 보통의 찻집과는 달리, 징성위는 모든 차 메뉴를 차를 마시는 사람이 차에서 느낄 수 있는 4가지 향을 기준으로 분류합니다. 그 4가지는 상쾌한 향이 특징인 청향계열, 그윽한 훈연 향이 특징인 숙향계열, 달콤한 꽃향과 과일향이 주를 이루는 특수계열, 깊고 진한 풍미가 돋보이는 교장계열입니다. 그리고 계열에 따라 청색, 녹색, 홍색, 갈색을 부여하고 메뉴판과 제품 패키지에 색깔을 입혀 각 차의 향을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덕분에 차의 종류를 잘 모르는 고객도 쉽게 원하는 향의 차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징성위의 메뉴판과 판매하는 티백, 잎차 제품들입니다. 향에 따른 분류와 컬러링으로 고객들의 직관적인 이해를 돕습니다.

 

징성위는 차를 담는 용기로도 또 한 번 차 문화를 간편하게 만듭니다. 테이크아웃을 전문으로 하는 징성위는 고객이 차를 주문해서 가져갈 수 있도록 일회용 용기에 담아 줍니다. 판매하는 모든 차는 온차와 냉차 버전이 있는데, 냉차를 담아주는 투명한 플라스틱 병은 징성위의 시그니처입니다. 보통의 찻집이나 카페에서 차가운 음료를 제공할 때 사용하는 일회용 컵은 고객이 음료를 마시는 내내 컵을 손에 들고 있어야 하고, 한 번에 다 마셔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징성위의 플라스틱 병은 뚜껑이 있어 보관과 휴대가 용이하고, 원할 때에 꺼내 마실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징성위의 차는 이유 있는 용기 디자인 덕분에 고객들의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 차가운 음료를 담아주는 징성위의 플라스틱 병입니다. ⓒ京盛宇
<<< 징성위는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으로, 매장이 크지 않습니다.

 

전통에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가미하여 개량하는 것도 전통이 진화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전통이 간소화되고 현대화되는 과정에서 고유의 가치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차를 우리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정서적 안정, 차를 즐기는 동안의 여유, 차의 맛과 향에 대한 지식 등은 요즘의 찻집에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부분 이미 완성된 티를 제공하거나 마시는 방법을 간소화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다예가 주는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일상의 일부가 될 수는 없을까요?

 

도심 속 숨은 찻집, 허밋츠 헛

 

타이베이의 허밋츠 헛(Hermit’s hut)은 대만의 다예를 현대인들의 일상에 다시 가져온 찻집입니다. 백화점, 금융회사 등 고층 건물들이 밀집한 지역인 신의 구에 위치해 있지만, ‘은둔자의 오두막’이라는 의미의 이름처럼 붐비는 도심과 대조되는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나무로 만든 출입문과 소박한 크기의 정원 덕분에 입구에서부터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누군가가 잘 가꿔 놓은 비밀의 방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회색 시멘트로 바른 바닥과 벽, 빈티지한 앤티크 가구, 허공에 드리워진 얇은 천 등이 독특하면서도 편안한 공간감을 연출합니다. 현대적인 생활 감각과 섬세한 앤티크 소품들이 어우러져 방문하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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