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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을 날짜가 정해진 교자 레스토랑 – 교자 잇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해외 국가에 매장을 내거나 현지 유통 채널에 납품하는 것입니다. 물리적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아마존, 이베이, 라쿠텐 등 글로벌 전자 상거래 플랫폼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것 뿐일까요?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을 외국인 고객들을 확보한다는 것으로 관점을 바꾼다면 국내에서도 충분히 해외 시장을 타깃할 수 있습니다. 바로 국내에 방문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것입니다. 특히 개최국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가는 올림픽, 월드컵 등 특수한 호재가 겹친다면 더할 나위없이 유리한 기회입니다. 도쿄의 아카사카에는 이처럼 도쿄를 방문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성업 중인 교자 가게, ‘교자 잇(Gyoza it)’이 있습니다. 교자 잇에서는 교자 피가 없는 교자, 1조각 교자, 와인과 페어링해 먹는 교자 등 기존 교자 가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신선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낯선 조합이 빚어낸 교자는 어떤 맛일까요?

 

Quick View

• 들어가며
• 교자의 진화 1. 품격을 높이는 고급화
• 교자의 진화 2. 국경을 허무는 세계화
• 교자의 진화 3. 기분을 더하는 현대화
• 교자로 빚은 빅 픽처

 

본 콘텐츠는 읽는 데 총 9분 정도 소요됩니다.


도쿄의 대표적 관광지 아사쿠사에는 일본식 된장국과 주먹밥을 판매하는 ‘미소쥬(Misoju)’라는 작은 가게가 있습니다. 미소시루와 오니기리의 조합은 전형적인 일본식 아침식사입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아침 식사로 빵과 커피, 시리얼 등이 더 익숙할 외국인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전체 고객의 30% 이상이 도쿄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라고 합니다. 일본식 된장인 미소의 구수한 내음이 낯설 법도 한데, 외국인 손님들이 아침부터 미소쥬에 방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소쥬는 미소시루와 오니기리를 외국인들이 먹기 좋게 재해석했습니다. 먼저 판매하는 5종류의 미소시루 중 3개는 소고기, 토마토, 두유 등을 이용해 해외 국물요리와 미소시루를 혼합한 형태의 메뉴로 개발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함께 판매하는 5종류의 오니기리도 소금, 아보카도, 참치 등 비교적 외국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만한 식재료로 만듭니다. 게다가 일본의 쌀맛을 외국인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쌀 장인이 감수한 5성급 쌀을 사용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 미소시루, 오니기리, 반찬 3가지로 구성된 미소쥬의 대표 세트 메뉴입니다.

 

메뉴뿐만이 아닙니다. 주문 과정도 외국인 친화적입니다. 일본어를 모르는 외국인도 주문 방법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아이콘과 영어를 활용해 주문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미소쥬에서는 타깃을 달리하고, 외국인의 관점으로 메뉴 개발 및 브랜드의 방향성을 정립했습니다. 전형적이고 평범한 일본 음식을 판매하지만 외국인의 눈높이에 맞추니 전통 음식에 글로벌한 입맛이 더해집니다.

 

<<< 영어와 아이콘으로 주문 과정을 쉽게 설명해 두었습니다.

 

미소쥬는 전형적인 아침 메뉴 혹은 일본 가정식 스타일의 음식을 선보이기 때문에 저녁 7시에 문을 닫습니다. 그렇다고 아침과 점심 영업에 집중한 미소쥬를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녁 시간 대에 적합한 메뉴인 일본식 교자로 외국인들을 환대하는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도쿄의 아카사카에 위치한 ‘교자 잇(Gyoza it)’입니다. 교자는 원래 중국에서 유래된 음식인데, 일본으로 넘어오면서 본고장과는 확연히 다른 독자적인 형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일본식 레시피가 완벽히 패치된 일본식 교자는 교자 잇에서 외국인들을 향해 또 한 번의 진화를 거듭합니다.

 

 

교자의 진화 1. 품격을 높이는 고급화

일본식 교자는 원래 소박한 식당이나 선술집에서 파는 서민 음식의 대표주자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맛과 영양을 동시에 챙길 수 있어 누구나 즐겨 먹는 음식입니다. 간단한 간식이나 술 안주로도 좋지만, 교자를 반찬 삼아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되기도 합니다. 교자 전문점에서는 교자와 밥 세트를 팔기도 하고, 라멘 집에서는 사이드 디쉬로 교자를 함께 판매합니다. 그래서 퇴근길에 교자 곁들여 가볍게 저녁 식사를 해결하는 직장인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교자 잇에서는 교자로 한 끼를 ‘때우려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신 교자의 맛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로 늘 북적입니다.

 

<<< 테이블 세팅도 정갈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메인 메뉴인 교자 때문입니다. 교자 잇의 교자는 일본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 아닌, 일본의 대표적인 미식으로서 전면에 나섭니다. 그래서 교자 잇의 교자 메뉴에는 전통적인 교자부터 오리고기가 들어간 교자, 밀가루로 만든 교자 피 대신 가지를 사용한 교자 등 다른 교자 집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메뉴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교자 잇은 손님의 허기를 채우기 위한 교자가 아닌, 미각을 채우기 위한 교자를 판매하는 것입니다.

 

<<< 밀가루 대신 가지를 얇게 썰어 교자 피로 활용한 가지 교자입니다.

 

교자로 미식을 찾는 교자 잇의 화룡점정은 교자와 함께 제공하는 6가지 소스입니다. 트러플 소금, 유자 후추 페이스트, 다시마 후리가케, 토마토 소스, 폰즈 식초, 겨자로 구성된 6가지 소스는 교자를 간장에 찍어 먹는다는 통념을 깨고 클래스가 다른 맛을 선보입니다. 한 가지 교자를 주문하더라도 여러 가지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여러 종류의 교자를 주문하면 교자와 소스의 조합을 다양하게 구성하여 시식하면서 자신만의 미식을 찾아가는 것 또한 교자 잇에서만 가능한 재미입니다. 여러 명이 함께 방문해 다같이 교자를 먹고도 각자의 취향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 교자와 함께 제공되는 6가지 소스입니다.

 

교자의 진화 2. 국경을 허무는 세계화

교자 잇이 교자의 품격을 끌어 올린 궁극적인 이유는 교자의 세계화를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교자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본만의 오랜 음식 이상으로, 외국인들이 먹어 보고 싶은 음식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실제로 교자 잇은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 전후로 증가할 방일 외국인을 타깃해 2017년 문을 열었습니다. 교자를 세계화하는 방안으로 해외 진출을 꿈꾸는 대신 본진에 방문한 외국인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 잡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자 잇은 메뉴와 서비스에서도 국경을 없앴습니다.

 

교자 잇에서는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춰 보다 파격적인 교자를 개발합니다. 일본에서는 생소하지만 유럽, 남미,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향신료로 널리 쓰이는 ‘고수’를 교자에 넣거나, 유럽 사람들이 즐기는 이탈리아 원산의 ‘고르곤졸라 치즈’를 교자의 주재료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또한 고기의 잡내를 없애고 풍미를 더하기 위해 필수적인 식재료인 마늘을 과감히 제외한 교자를 메뉴로 올리기도 합니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마늘이 익숙하지만, 서양 사람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리는 식재료이기 때문입니다.

 

 

교자 메뉴 뿐만이 아닙니다. 교자 잇에서는 술 메뉴로 또 한 번 외국인 손님들을 타깃합니다. 일본주나 맥주를 주로 판매하는 보통의 교자 전문점들과는 달리 일본 술은 물론, 와인, 샴페인, 칵테일 등 다양한 술 종류를 취급합니다. 병 단위 판매가 기본인 사케, 와인, 샴페인 등을 잔 단위로 판매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외국인들에게 익숙한 술을 제공하고, 교자마다 어울리는 술과 페어링해서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심지어 오리고기 교자는 아예 메뉴판에 와인에 최적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전 세계에 교자의 매력을 알리고자 하는 매장답게 술 메뉴마저도 고객 친화적이고, 교자 친화적입니다.

 

<<< 다양한 술의 종류를 판매하는 만큼, 매장에 구비해 둔 술잔의 종류도 여러 가지입니다.

 

여기에 서비스 측면에서도 외국인 손님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메뉴판에 영어 설명을 병기한 것은 물론이고, 영어, 불어, 독어 등 10개 이상의 언어로 손님을 응대할 수 있도록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다국적 직원들을 채용했습니다. 일본어가 서툴어도 자국에서처럼 편하게 교자 잇의 음식과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외국인 손님의 편의를 위한 교자 잇의 과감한 투자가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교자의 진화 3. 기분을 더하는 현대화

교자 잇의 매장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디자인 요소들은 교자의 맛에 감칠맛을 더해 줍니다. 관찰력이 좋은 고객이라면 매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 곳이 교자 전문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매장 한 쪽에 있는 바의 옆면이 커다란 교자 모양 조명으로 장식되어 있어 매장 밖에서도 눈에 띕니다. 매장을 들어서자마자 바 위에 보이는 커다란 조명 또한 교자를 접시에 가지런히 담아 뒤집어 놓은 형태입니다. 자리에 앉아 받아 든 메뉴판조차 교자 모양입니다. 메뉴를 고르기 전부터 교자를 시각적으로 먼저 경험한 듯 합니다. 이처럼 교자를 모티브로 한 현대적인 디자인은 교자 전문점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교자 잇의 이런 센스가 디자인적인 요소에서만 발휘된 것은 아닙니다.

 

 

교자 잇의 센스는 교자를 제안하는 방식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교자를 접시 단위의 단품으로 주문합니다. 1접시에는 보통 4~8개의 교자가 푸짐하게 담겨져 나옵니다. 하지만 교자 잇은 전형적인 교자의 구성에서 벗어나 교자를 즐기는 현대적 방식을 제안합니다. 교자 잇은 간단히 먹는 소량의 음식을 의미하는 ‘타파스(Tapas)’ 스타일을 지향합니다. 한 가지 메뉴로 배를 두둑히 채우기 보다는 적은 양으로 입맛을 돋우거나 여러 가지 맛을 즐기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메뉴에 따라서는 교자 1개만 정갈하게 플레이팅하여 서빙하는 교자도 있습니다. 더불어 이런 타파스 스타일의 교자를 활용해 4~5천 엔(약 4만 4천~5만 5천 원)짜리 코스 요리를 구성하기도 합니다. 이 코스 요리에는 4~5가지의 교자가 포함되어 있어 교자와 함께 다양한 일본 요리를 맛보기에 더할 나위 없습니다.

 

 

세련된 교자로 전 세계인들을 맞이하는 매장인 만큼, 매장 내부 구성으로 또 한 번 손님들의 기분을 더합니다. 매장 한 켠에는 바텐딩 공간을 마련해 바텐더가 상주하며 교자와 함께 마실 칵테일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보통의 교자 집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공간입니다. 그 옆에 널찍한 공간에 위치한 오픈 키친은 탁 트인 공간감과 함께 현대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오픈 키친 앞에는 5m 길이에 달하는 일본식 철판인 텟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손님이 교자를 주문하면 이 텟판 위에서 즉석으로 조리를 해 줍니다. 고급 식당에서나 볼 법한 오픈 키친으로 음식에 대한 신뢰도를 더하는 한편, 일본식 텟판에 교자가 구워지는 모습으로 외국인 고객들에게는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게다가 교자의 먹음직스러운 냄새와 지글 지글 익는 소리는 음식을 기다리는 고객들의 오감을 자극합니다.

 

 

교자로 빚은 빅 픽처

교자 잇은 ‘만두하자’라는 뜻을 가진 조어로 세계인의 일상에 다가가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이름입니다. 그래서 문화와 상관없이 누구나 만두할 수 있도록 메뉴를 고민하고, 페어링하는 술과 서비스를 새롭게 구상했습니다. 이런 교자 잇을 앞으로도 계속 만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교자 잇은 2022년까지 딱 5년 동안만 운영하는 팝업 매장입니다.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맞이해 교자를 세계에 알리려는 목적을 가진 레스토랑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간의 팝업 매장을 연 배경엔 일본의 대표적인 냉동식품업체 ‘아지노모토 프로즌 푸즈(Ajinomoto Frozen Foods)’가 있습니다. 아지노모토 프로즌 푸즈는 일본의 냉동만두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회사로 부동의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일본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냉동 교자를 판매하는데, 외국인들이 교자에 눈을 뜰수록 교자의 가치가 높아질 거란 생각으로 교자잇을 만들었습니다. 교자 잇에서 제안하는 선진적인 교자 덕분에 더 많은 냉동 교자들이 따뜻하게 데워질 것입니다.

 

비록 교자 잇의 끝은 정해져 있지만, 문을 닫는 날까지 바라는 미래를 가까운 미래로 만들기 위한 도전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교자 잇이 남긴 문화적 레거시는 교자 잇 고객들의 마음에 남을 것입니다. 문 닫을 날짜가 정해져 있어도 안타깝지만은 않은 이유입니다.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여행을 여행답게 만듭니다.”

여행의 묘미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계획한 일정을 숙제하듯 소화할 때가 아니라, 뜻밖의 상황을 느닷없이 마주칠 때입니다. 예정에 없었던 대화, 있는 지도 몰랐던 공간,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 경험하기 어려웠던 현상, 기대하지 않았던 디테일 등이 여행의 가치를 높여줍니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 계획을 세우는 건 중요하지만, 우연이 끼어들 여지를 남겨둘 필요도 있습니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여행에서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선물해 준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에 대한 기록이자, 계획할 수 없었기에 더 소중한 여행의 조각입니다.

 

참고문헌

 

교자 잇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