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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더가 없는 칵테일 바 – 드래프트 랜드

틀을 깨면 업계가 진화합니다. 타이베이에는 칵테일 바의 틀을 깨고 칵테일 씬(Scene)에 새로운 미래를 제시한 ‘드래프트 랜드(Draft Land)’가 있습니다. 드래프트 랜드는 칵테일 바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바텐더를 없앴습니다. 동시에 재료의 배합, 어려운 이름, 비싼 가격 등 칵테일과 고객 사이를 가로 막던 문제들까지 해소했습니다. 칵테일과 고객 간의 거리를 좁히자, 칵테일 바의 설 자리가 넓어집니다. 바텐더 없이도 칵테일 바의 비약을 이룬 드래프트 랜드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어두운 골목길의 커다란 철벽에는 간판도, 네온사인도 없습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9개의 점과 점을 잇는 반듯한 선만이 그려져 있습니다. 철벽과 문 틈 사이가 만들어 낸 경계선과 여닫이 문의 손잡이만이 어딘가로 들어가는 입구임을 나타냅니다. 호기심에 용기내어 손잡이를 당기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 집니다. 숨고 싶어하는 듯한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화려한 바텐딩 기술을 자랑하는 바텐더들과 삼삼오오 모여 칵테일을 즐기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합니다.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는 방문한 손님들의 술 기운에 기분을 더합니다. 아는 사람들만 아는 칵테일 바, 타이베이의 R&D 칵테일 랩(R&D Cocktail Lab)입니다.

 

<<< 알고 가지 않으면 칵테일 바인지 알아차리기 어려운 R&D 칵테일 랩의 외관입니다.

 

<<< 숨겨둔 외부와 달리 클래식한 칵테일 바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내부는 칵테일 마니아들을 위한 아지트 같습니다.

 

문에 그려져 있는 기호는 R&D 칵테일 랩의 로고입니다.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의 화학식(Chemical formula)인 C2H6O를 미니멀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암호를 대야만 들어갈 수 있었던 금주령 시절의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만큼은 아니어도, 적어도 암호같은 간판의 의미를 알아야만 술집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비밀스러운 술집의 또 하나의 매력은 메뉴가 없다는 점입니다. 바에 들어가 자리를 안내 받으면 바텐더가 자리로 와 메뉴판을 주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술에 대한 취향을 묻습니다. 원하는 칵테일이 있다면 바로 주문을 해도 되고, 바텐더와의 대화를 통해 칵테일을 추천받기도 합니다. 실력이 뛰어난 R&D 칵테일 랩의 바텐더들은 클래식한 칵테일부터 R&D 칵테일 랩만의 오리지널 칵테일까지 약 200가지의 칵테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없는 칵테일이 없는 셈입니다.

 

<<< 정해진 메뉴가 없어 모든 메뉴가 가능합니다. 바텐더에게 나만의 칵테일을 주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R&D 칵테일 랩에는 칵테일에 대한 취향이 명확한 마니아들이 모입니다. 칵테일 종류는 물론, 기주나 첨가물까지도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바텐더와 나누는 심도 있는 대화는 마니아들의 즐거움입니다. 그래서 R&D 칵테일 랩에서 파는 칵테일은 한 잔에 400대만달러(약 1만 6천 원)로 보통의 칵테일바 대비 비싼 편이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처럼 R&D 칵테일 랩은 칵테일에 대한 연구 개발을 통해 마니아들의 취향에 맞는 칵테일을 만들어 냅니다. 이 곳에서의 고민과 시도는 칵테일 고수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반면 칵테일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고충을 늘려 줍니다. 기본적으로 칵테일은 맥주나 와인 대비 어려운 술인데, R&D를 통해 칵테일을 세분화시키니 R&D 칵테일 랩의 문턱은 더 높아집니다.

 

물론 칵테일 마니아들을 위해 칵테일을 R&D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칵테일을 즐길 수 있도록 칵테일 바 자체를 R&D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타이베이에는 칵테일에 대한 개념을 혁신하고 칵테일 바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R&D를 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드래프트 랜드(Draft Land)’입니다.

 

칵테일에 R&D가 필요한 이유

 

트래프트 랜드를 만든 창업자 앙구스 주(Angus Zou)는 기존과 다른 칵테일 바를 만들기 위해 2가지의 문제 의식을 가지고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첫째는 제조 방식에 대한 의문입니다. 지금이 과거 대비 칵테일이 가장 비싼 시대이지만, 제조 방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비싼 만큼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부가가치를 높이거나 가격을 낮추기 위한 혁신을 시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 생각했습니다. 요리에도 기본 조리 방식의 틀을 깨고 과학적 관점에서 음식을 해체하는 ‘분자 요리’가 생겨 났듯이, 칵테일을 만드는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흔들고 섞는 전통적인 바텐딩 방법에서 벗어나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바텐딩을 선보인다면 칵테일의 저변을 넓힐 수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둘째는 고객 관점에서의 접근입니다. 그는 고객과 칵테일의 거리를 좁힐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칵테일 마니아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고객들은 칵테일을 주문할 때 칵테일의 맛을 알고 주문하거나 새로운 칵테일에 도전하기보다는 익숙한 이름의 칵테일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초에 칵테일을 제대로 다양하게 경험해 볼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알고 있는 칵테일 중에 적당한 것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칵테일에 대한 대중의 지식 수준을 감안할 때, 최근 칵테일 바들이 내세우는 로컬, 수제 등의 키워드들이 대중에게 와 닿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는 바텐더의 관점이 아니라 고객의 관점에서 칵테일을 바라보고, 사람들이 쉽게 칵테일을 이해하고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칵테일을 마시는 문화가 정립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 드래프트 랜드 매장 입구에는 술 또는 술을 담는 그릇을 의미하는 한자 ‘酉’가 쓰여져 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술을 파는 바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습니다.

 

이러한 2가지의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그는 누구나 칵테일을 마시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비싸지 않은(Affordable), 빠른(Fast), 지속 가능한(Sustainable), 양질의(Quality) 칵테일을 추구하며 드래프트 랜드의 문을 엽니다. 드래프트 랜드는 아시아 최초로 ‘탭 칵테일(Tap cocktail)’의 개념을 도입해 칵테일을 제조하고, 칵테일을 서빙하고, 또 고객이 칵테일을 소비하는 일련의 과정을 혁신하고 새로운 칵테일 문화를 제안하는 곳입니다.

 

<<< 드래프트 랜드의 매장 외관입니다. ⓒDraft Land

 

R&D의 결과 #1. 칵테일은 섞는 것이 아니라 계량하는 것이다.

 

칵테일과 바텐더는 떼놓기 어려운 조합입니다. 고객이 칵테일을 주문하면 바텐더가 칵테일을 즉석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드래프트 랜드에는 바텐더가 없습니다. 즉석으로 칵테일을 만들어 주는 대신, 미리 칵테일을 만들어 두는 것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습니다. 드래프트 랜드의 직원들은 스스로를 바텐더가 아닌 엔지니어로 정의하며 ‘즉석 제조’보다는 ‘정확한 계량’에 무게 중심을 둡니다. 칵테일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정확히 계량하고, 재료를 섞는 시스템을 만들고,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며, 새로운 맛을 연구합니다.

 

이렇게 정확한 계량을 통해 칵테일을 미리 만들어 둠으로써 기존 칵테일 바가 가지고 있던 약점들을 보완합니다. 먼저 기존의 칵테일 바에서는 같은 칵테일을 주문하더라도 바텐더의 역량이나 스타일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반면 정확하게 계량한 재료들과 높은 압력의 특수 가스를 섞어 만드는 드래프트 랜드의 칵테일들은 언제 마셔도 한결같은 맛입니다. 게다가 바텐더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 바텐더별 편차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니 새로운 메뉴를 쉽게 출시할 수 있고, 바텐더가 그만 두어 생기는 리스크로부터도 자유롭습니다.

 

<<< 매장 한 켠에는 칵테일을 미리 만들기 위한 재료들이 있습니다.

 

바텐더가 없어지자 확장도 용이해 집니다. 바텐더가 중심이 되는 바들은 그 바텐더가 없으면 바의 정체성이 흔들립니다. 꼭 스타 바텐더가 아니더라도, 바텐더에 의존하는 칵테일 바는 그 바의 정체성을 다른 지점에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비슷한 매장 인테리어로 겉모습은 흉내낼 수 있다 하더라도, 판매하는 칵테일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드래프트 랜드의 경우에는 재료의 종류와 비율만 공유하면 어디에서든지 똑같은 맛의 칵테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드래프트 랜드는 이런 장점을 활용해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추진합니다. 2018년 1월, 타이베이 1호점을 시작으로 약 1년 뒤에 홍콩에 2호점을 내었고, 조만간 도쿄와 서울에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R&D의 결과 #2. 칵테일은 흔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내려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드래프트 랜드는 미리 만들어 둔 칵테일을 어떻게 고객에게 서빙할까요? ‘드래프트 랜드’라는 가게 이름에 힌트가 있습니다. 맥주를 큰 통에 담아 탭으로 내려 마시는 맥주를 ‘드래프트 맥주’라고 부르 듯, 드래프트 랜드에서는 탭으로 칵테일을 내려서 서빙합니다. 맥주나 와인에 적용되던 탭을 칵테일에 적용한 것입니다. 탭은 드래프트 랜드의 정체성을 이루는 한 축이 되어 지점을 확장할 때에도 시그니처의 역할을 합니다. 칵테일을 셰이크(Shake)하지 않고 탭(Tap)하자, 칵테일 바의 풍경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일단 매장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칵테일 바처럼 각종 기주들과 리큐어들을 매장 전면에 비치해 둘 필요가 없습니다. 적게는 수십 가지, 많게는 수백 가지에 이르는 주류들이 위치했던 자리에 칵테일이 나오는 탭만 있으면 됩니다. 미리 만들어 둔 칵테일이 들어 있는 케그는 고객들의 시야에 보이지 않도록 탭 너머 주방 쪽에 배치하고, 케그의 앞 부분은 메뉴판 자리로 활용합니다. 게다가 손님이 칵테일을 주문하면 미리 만들어 둔 칵테일을 탭에서 내리기만 하면 되니 칵테일을 제조하는 시간이 단축되고 서빙이 빨라 집니다. 손님들이 그만큼 빨리 칵테일을 제공받을 수 있어 회전율이 높아지는 효과는 덤입니다.

 

<<< 드래프트 랜드에서는 고객이 칵테일을 주문하면 몇 초만에 탭에서 칵테일을 내려 줍니다.

 

 

 

<<< 칵테일을 탭에서 단순히 내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품의 양, 얼음 등을 조절하여 칵테일의 최상의 상태로 제공합니다.

 

<<< 탭에서 갓 내린 칵테일입니다.

 

고객 입장에서도 장점이 있습니다. 탭으로 칵테일을 서빙하자 테이스팅이 가능해 집니다. 기존의 칵테일 바에서는 고객이 칵테일을 주문하기 전 칵테일을 맛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칵테일을 시도하기보다는, 늘 마시던 칵테일, 익숙한 칵테일에 안주합니다. 하지만 미리 만들어진 칵테일을 탭에서 내리기만 하면 되는 드래프트 랜드에서는 칵테일을 주문하기 전에 궁금한 칵테일들을 맛볼 수 있습니다. 칵테일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다양한 칵테일을 맛보며 좋아하는 칵테일을 찾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칵테일의 대중화를 꿈꾸는 드래프트 랜드의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테이스팅을 권유하며, 고객이 원하는 칵테일에 얼음까지 동동 띄워 내어 줍니다. 견물생심이라고, 여러 종류의 칵테일을 맛보다 보면 추가로 칵테일을 주문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무료로 내어 주는 칵테일 한 모금이 칵테일 한 잔의 매출이 되어 돌아 옵니다.

 

<<< 칵테일 시음을 요청하면 작은 잔에 맛을 테스트해 볼 수 있을 정도의 양을 따라 줍니다.

 

<<< 가볍게 마시는 칵테일을 표방하는 드래프트 랜드에서는 안주도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3가지 안주 메뉴는 미니멀한 아이콘으로 표현되어 있고, 메뉴판은 컵에 쏙 들어갈만한 작은 사이즈입니다.

 

R&D의 결과 #3. 칵테일은 마니아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다.

 

미리 만들어 둔 칵테일을 탭으로 서빙해 칵테일에 대한 문턱을 낮추자, 드래프트 랜드에는 기존 칵테일 바들이 놓치고 있던 고객군이 모여 듭니다. 새로운 칵테일을 시도하는 것이 부담스러웠거나 칵테일을 잘 몰라 칵테일 바를 방문하지 않았던 고객들입니다. 드래프트 랜드는 주문 과정에서도 초보자들의 편의를 배려하며 바에 가는 것이 익숙하지 않던 사람들을 바의 고객으로 만듭니다. 드래프트 랜드의 각 칵테일에는 숫자가 붙어 있는데, 그저 순서대로 메뉴를 정리하기 위해 붙인 숫자가 아닙니다. 다소 복잡한 칵테일 이름을 외우지 못하는 초보자들을 위한 장치입니다. 칵테일을 주문할 때 이름이 아닌 번호로 주문이 가능하고, 자신이 마셨던 칵테일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숫자만 기억하면 다시 주문할 수 있기에 불편함이 없습니다.

 

<<< 매장 내 메뉴판에는 각 칵테일 앞에 숫자가 붙어 있습니다.

 

<<< 드래프트 랜드의 웹페이지를 보면 더욱 분명합니다. 메뉴를 소개하는 페이지에 칵테일 이름 대신 숫자를 표시해 두고, 궁금한 칵테일의 번호에 커서를 올리면 칵테일의 이름과 재료를 보여 줍니다. ⓒDraft Land

 

또한 드래프트 랜드의 자리에는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자리의 절반 이상이 서서 마시는 자리라는 점입니다. 벽과 창가 쪽에 서서 마시는 자리를 마련해 두고, 남는 공간에 2~3인용의 작은 원형 테이블 3개를 비치해 두었습니다. 그룹 고객들을 위한 테이블 좌석이 주를 이루는 기존의 바들과 공간 구성에서 차이를 주었고, 바 자리의 경우에는 의자를 없애 마시는 방식을 달리했습니다. 서서 마시는 자리는 오랫 동안 머물거나 여러 명의 지인들과 함께 모임을 가지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혼자 들러 가볍게 한 잔 하고 나가기에 좋습니다. 1인 고객 친화적인 서서 마시는 자리가 매장의 대부분이다보니, 자연스럽게 1인 고객들이 늘어납니다. 혼자 오더라도 어색하지 않고 시끄러운 환경에 노출될 일도 거의 없습니다. 기존 칵테일 바들의 주요 고객층이 아니었던 1인 고객들을 타깃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 드래프트 랜드의 매장에는 벽이나 창가에 서서 마시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드래프트 랜드가 1인 고객에 눈을 돌린 것은 단순히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를 따른 것이 아닙니다. 칵테일을 마시는 상황을 늘리기 위한 것입니다. 술은 여럿이도 마시지만, 혼자서도 마십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술을 마실 기회가 전자보다 후자에 더 많습니다. 그런데 맥주나 와인과 달리 칵테일은 혼자 마시는 경우가 드뭅니다. 칵테일 바 또한 데이트를 하거나 모임을 할 때 주로 찾는 장소입니다. 칵테일을 좋아해 혼자 칵테일을 마시러 칵테일 바를 방문한다고 해도, 바 안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섞이지 못하고 서둘러 자리를 일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드래프트 랜드에서는 혼자 칵테일을 마시는 고객들이 주인공입니다. 드래프트 랜드의 서서 마시는 자리에는 칵테일이 혼자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술로도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 퇴근길이나 지나가다가 가볍게 칵테일을 한 잔 마시고 가는 1인 고객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드래프트 랜드는 가격으로 한 번 더 칵테일에 대한 문턱을 낮춥니다. 칵테일 한 잔당 200~250대만달러(약 8,000원~1만 원)정도로, 비슷한 수준의 다른 칵테일 바의 2/3 정도 되는 가격입니다. 바텐더를 고용하지 않아 줄어든 인건비를 가격에 반영한 결과입니다. 타이베이의 바텐더들은 경력에 따라 1,300~2,0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습니다. 그러나 드래프트 랜드에서는 계산을 하고 탭에서 칵테일을 내려줄 인력만 필요합니다. 전문 기술이 필요없기에 바텐더를 고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듭니다. 게다가 당장 팔리지 않거나 수요가 적은 술도 갖추고 있어야 하는 보통의 칵테일 바와 달리, 판매할 칵테일에 필요한 재료만 구입하여 칵테일을 제조하면 되기에 재고 관련 비용도 줄어 듭니다. 기술로 비용을 줄이고, 가격을 내리자 비싼 가격때문에 칵테일을 마시지 않던 잠재 고객들도 고객이 됩니다.

 

바텐더의 틀을 깬 바텐더

 

칵테일 바의 틀을 깬 칵테일 바, 드래프트 랜드는 칵테일에 대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렇다면 드래프트 랜드를 만든 앙구스 주는 어떻게 이런 문제 의식을 포착하고, 비즈니스 기회로 만들어 냈을까요? 바텐더가 없는 바를 만든 앙구스 주는 역설적이게도 대만 칵테일 계의 대부라 불리는 바텐더입니다. 그는 명성있는 세계 바텐딩 대회에서 수차례 수상하고, 해외의 유명한 바에서 게스트 바텐더로 초청할 정도의 인지도를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2012년 앙구스 주가 오픈한 타이베이의 스피크이지 바 ‘알케미(Alchemy)’는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아 아시아 최고의 바 상위 15위 안에 들기도 했습니다.

 

앙구스 주는 알케미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탑 클래스에 올려둔 후, 2016년 홀연히 바를 떠납니다. 바를 떠난 이후, 앙구스 주가 향한 곳은 바가 아닌 레스토랑입니다. 세계적인 스페인 레스토랑 ‘엘 셀러 드 칸 로카(El Celler de Can Roca)’의 유명 셰프와 협업할 기회를 가졌던 앙구스 주는 셰프와 그의 팀이 요리에 대한 정보를 얻고, 과거의 경험을 활용하고, 관례를 바꾸는 과정을 지켜보게 됩니다. 이 때 앙구스 주는 바텐더로서 스스로를 되돌아 보며 바텐더의 관점으로만 칵테일을 바라보던 자신의 한계를 깨야겠다고 결심합니다.

 

칵테일을 만드는 사람이 아닌 칵테일을 마시는 사람들의 시각으로 관점을 바꾸자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개선점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창할 것 없이 합리적 가격에 양질의 칵테일을 마시고 싶어 하는 반면, 칵테일 바들은 화려함을 추구하며 그만큼 더 비싼 칵테일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런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바로 드래프트 랜드입니다.

 

드래프트 랜드는 고객 친화적 마인드를 바탕으로 칵테일을 민주화하는 곳입니다. 드래프트 랜드가 지향하는 칵테일의 민주화는, 더 빠르게 칵테일을 서빙하고, 더 쉽게 칵테일을 접할 공간을 제공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양질의 칵테일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앙구스 주는 드래프트 랜드를 계기로 칵테일이 특별한 술이 아닌 일상적 술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드래프트 랜드의 낮은 문턱은 드래프트 랜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칵테일을 편하게 마시는 문화를 위한 것입니다. 앙구스 주가 드래프트 랜드를 통해 증명했듯, 자신의 틀을 깬 사람만이 진화하고, 업계를 진화시킵니다.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여행을 여행답게 만듭니다.”

여행의 묘미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계획한 일정을 숙제하듯 소화할 때가 아니라, 뜻밖의 상황을 느닷없이 마주칠 때입니다. 예정에 없었던 대화, 있는 지도 몰랐던 공간,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 경험하기 어려웠던 현상, 기대하지 않았던 디테일 등이 여행의 가치를 높여줍니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 계획을 세우는 건 중요하지만, 우연이 끼어들 여지를 남겨둘 필요도 있습니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여행에서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선물해 준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에 대한 기록이자, 계획할 수 없었기에 더 소중한 여행의 조각입니다.

 

참고문헌

• 드래프트 랜드 홈페이지

• “No garnish, no bullshit”– Angus Zou re-thinks cocktail service, plus two other Taipei openings

• 欧米の「ドラフトカクテルブーム」が、ついにアジアへ!

• 把自己做好,就是讓別人也好:Draft Land 創辦人 Angus 的調酒對談

• 雞尾酒創新之路,跳出吧檯的冠軍調酒師:專訪Draft Land創辦人鄒斯傑Angus 

• 打破品飲慣性 沒有調酒師的調酒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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