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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즐기는 150가지 방법 – 커피 러버스 플래닛

취향에 대한 문턱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지식과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면서,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개인의 취향을 바탕으로 전문가가 된 사람들을 일컫는 ‘테이스테셔널(Tastational)’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입니다. 타이베이에는 커피에 대한 취향의 문턱을 낮추는 것은 물론, 취향의 저변마저 넓히는 커피숍이 있습니다. 바로 커피를 즐기는 150가지 방법을 만날 수 있는 스페셜티 커피숍, ‘커피 러버스 플래닛(Coffee lover’s planet)’입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다채로운 모습으로 펼쳐지는 커피의 세계를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미국의 시애틀에는 커피 원두를 없앤 커피가 있습니다. 스타벅스를 낳은 도시이자 커피의 도시라고 불리는 시애틀에서 이런 역설적인 커피가 탄생했다니, 사연이 궁금해집니다. 이 커피를 만든 스타트업 ‘아토모(Atomo)’의 창립자 재럿 스탑포스(Jarret Stopforth)와 앤디 클라이시(Andy Kleitsch)는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 미국인의 68%가 커피에 설탕과 프림을 첨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즉, 다수의 사람들이 커피 본연의 맛에 만족하지 못하고 첨가물을 더해 원하는 맛의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그들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커피의 맛과 향만 추출한 커피의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재럿과 앤디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커피 맛과 좋아하지 않는 커피 맛을 구분하기 위해 먼저 커피를 분자 단위로 해체했습니다. 아라비카 원두를 구성하는 1,000개 이상의 분자화합물 중 약 40여 개가 커피의 맛, 향, 바디감 등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 냈습니다. 이 40여 개 분자화합물과 분자구조가 비슷한 식재료들을 찾기 위해 연구한 결과, 수박씨, 해바라기 씨앗껍데기 등을 활용해 원두 커피와 유사한 맛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드러운 맛을 내는 물질은 더하고, 사람들이 설탕과 프림으로 중화하려고 했던 쓴맛과 신맛 등에 관여하는 물질은 줄였습니다. 그러자 커피보다 맛있는 커피이자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적인 커피, ‘분자 커피(Molecular coffee)’가 탄생했습니다.

 

원두없이도 커피를 만들 수 있게 되자, 커피 한 잔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획기적으로 감소했습니다. 분자 커피의 가격은 스타벅스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분자 커피는 아직 상용화를 위한 연구 중임에도 불구하고, 혁신적인 컨셉과 합리적인 가격 덕분에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 2만 5천 달러(약 2천 9백만 원)를 후원받았습니다. 현재는 아라비카 커피의 맛만 구현했지만, 분자 단위로 분류된 커피 맛의 구성 요소를 조합하여 향후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케냐, 디카페인 커피까지 선보일 예정입니다. 커피 맛을 모듈화하자 커피 맛이 자유로워졌습니다.

 

차(茶)의 왕국에서 커피를 외치다

 

시애틀에 커피 맛을 살리기 위해 커피 맛을 해체한 아토모가 있다면, 타이베이에는 커피 맛을 알리기 위해 커피 맛을 세분화한 커피 러버스 플래닛(Coffee lover’s planet)이 있습니다. 2016년 설립된 이 카페는 ‘세상을 커피로 놀랍게 만들고, 세상을 커피로 놀라게 하자(Make the world amazing with coffee, amaze the world by coffee)’는 모토로, 전 세계에서 공수한 수십 가지 커피를 판매합니다. 커피 러버스 플래닛의 첫 인상은 야심찬 모토만큼이나 강렬합니다. 수십 가지의 커피 콩들이 진열되어 있고, 바를 연상케하는 넓은 매장 형태가 보통의 카페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게다가 가격표를 보니 커피 한 잔에 평균 1만 원이 넘고, 가장 비싼 커피는 2만 원 이상입니다. 한국보다 더 저렴한 대만 물가를 고려하면 상당한 가격대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커피 러버스 플래닛 타이베이 매장은 소고 백화점 둔화 지점 지하에 위치해 있습니다.

 

게다가 대만의 커피 소비량은 전 세계 커피 소비량 중 0.5%도 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 라이벌 격인 차 소비량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타이베이에 진출하고, 토종 커피 브랜드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지만, 여전히 커피 소비량보다 차 소비량이 더 많습니다.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타이베이에 당당히 자리 잡은 커피 러버스 플래닛의 존재가 직관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커피가 낄 자리 없어 보이는 타이베이에 만 원짜리 커피숍이 자리를 만든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차의 왕국에서 커피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 잡으며 순항 중인 커피 러버스 플래닛의 비결은 주목할만 합니다.

 

#1. 고객 늘리기: 애호가를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원두의 종류, 맛과 향, 바디감 등을 잘 알고 커피에 대한 취향이 확실한 사람을 커피 애호가로 간주합니다. 그렇다면 원두는 잘 모르지만 커피를 매일 마시는 사람은 애호가가 아닌 걸까요? 커피 러버스 플래닛에서는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커피 애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커피에 대한 취향과 지식 수준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면 됩니다. 커피를 잘 모르면 모르는대로 커피를 탐구할 수 있고, 잘 알면 아는 대로 커피를 탐미(耽味)할 수 있습니다. 애호가를 구분하니, 애호가가 많아집니다.

 

커피 러버스 플래닛에서는 취향이 없는 커피 애호가들을 위해 샘플러 메뉴를 제공합니다. 계절이나 기분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도록 ‘스마일 커피3선(Smile 咖啡三選)’ A,B 2가지와 ‘스마일 커피6선(Smile 咖啡六選)’ 1가지를 준비했습니다. 커피3선은 따뜻하게 즐길 때 좋은 커피 3가지를 선정하여 작은 잔에 담아 서빙합니다. A는 아프리카에서 생산된 산미가 짙은 3가지 커피로 이루어져 있고, B는 중앙 아메리카에서 재배한 과일향이 진한 3가지 커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커피6선은 재배 지역을 막론하고 아이스로 즐길 때 매력이 돋보이는 커피 6종을 선보입니다. 샘플러와 함께 각 커피 원두의 이름, 산지, 맛의 특징 등이 적힌 종이를 내주어, 누구나 쉽게 커피를 비교하며 맛볼 수 있습니다. 샘플러는 취향이 없는 사람들이 취향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커피 러버스 플래닛에서 커피에 대한 취향을 가질 자유는 있지만, 취향을 가질 의무는 없습니다.

 

 

<<< 커피 러버스 플래닛에서는 ‘커피 플라이트(Coffee flight)’라는 이름의 샘플러를 판매합니다. 따뜻한 샘플러 3종은 360대만달러(약 1만 4천 원), 차가운 샘플러 6종은 320대만달러(약 1만 3천 원)로, 견본을 보고 샘플러 메뉴를 시키면 액체 형태의 커피가 서빙되어 나옵니다.

 

<<< 가짓 수가 많은 샘플러는 부담스럽지만, 양질의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싱글 오리진 원두나 블렌드 원두로 내린 아메리카노, 라떼, 카푸치노 등의 일반 메뉴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취향이 있는 커피 애호가들을 위해서는 커피를 주문하는 과정에서부터 커피의 세계로 빠져 들 수 있도록 고객 경험을 설계했습니다. 매장에 들어온 고객은 먼저 중남미,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 각지에서 공수한 약 20가지의 커피 원두 중에서 하나를 고릅니다. 그리고 드립 마스터(Drip master), 사이펀(Siphon), 푸어 오버(Pour-over), 프렌치 프레스(French press), 아이스 브루드(Ice brewed), 워터 드립(Water drip), 에스프레소(Espresso) 등 7가지 커피 추출 방식 중 원하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원두 메뉴판에 각 원두에 따라 추천하는 추출 방식도 함께 표시되어 있어 고객의 선택을 돕습니다. 원두와 추출 방식을 결정했으면, 메뉴판 앞에 놓여 있는 병 모양의 종이 중 자신이 고른 원두 이름이 적힌 종이를 골라서 계산대로 가져갑니다. 이 종이의 뒷면에는 가격, 산지, 특징 등이 적혀 있어 보다 자세한 정보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계산대에서 계산을 한 후 자리에 앉아 있으면 직원이 고객의 주문에 따라 추출한 커피를 가져다 줍니다.

 

<<< 커피 러버스 플래닛에는 엄선된 20여 가지 커피 원두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 커피 러버스 플래닛이 제안하는 추출 방식은 7가지로, 원두에 따라 어울리는 추출 방식이 있는 경우 메뉴판에 추출 방식 아이콘을 표시하여 추천합니다.

 

 

<<< 종이의 앞면에는 각 원두의 이름, 뒷면에는 원산지, 가격, 특징 등이 적혀 있습니다. 고객들은 원하는 원두에 해당하는 종이를 계산대로 가져가 주문합니다.

 

커피의 맛과 향에 민감한 고객들을 위한 메뉴인 만큼, 커피를 서빙하는 방법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씁니다. 주문한 커피를 서빙해 주는 것을 물론, 커피를 마시기 전 원두 본연의 향을 맡을 수 있도록 원두를 분쇄한 커피 가루를 함께 제공합니다. 커피를 서빙해 주는 직원은 고객에게 커피를 마시기 전 원두의 향을 즐겨 보라고 권합니다. 계산대로 가져갔던 병 모양의 종이도 함께 가져다 줍니다. 고객이 커피를 마시며 선택한 커피에 대한 정보를 보다 자세히 읽어볼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쟁반 위에 눕혀서 올려 두면 굳이 들춰 보지 않거나 커피 잔으로 덮어 버리기 쉬우니, 받침대에 꽂아서 세워두는 디테일도 잊지 않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중간에 입을 헹구어 커피 본연의 맛을 질리지 않고 음미할 수 있도록 생수도 함께 내어 주는 센스는 덤입니다.

 

 

<<< 커피가 서빙되면 커피 가루로 향을 먼저 맡아 봅니다. 포트에 서빙된 따뜻한 커피는 컵에 조금씩 따라서 마십니다.

 

#2. 취향 더하기: 커피를 구분한다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를 파헤치며 취향의 개념을 다층적으로 다룬 《취향의 탄생》은 나만의 취향을 찾는 방법을 소개하는 것으로 책을 마무리합니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카테고리화하는 것을 소개하는데, 카테고리로 분류해야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하고, 취향에 기준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커피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커피 러버스 플래닛은 고객들을 대신하여 커피의 향미를 카테고리화합니다. 아무리 커피를 잘 아는 고객이라도 커피 러버스 플래닛이 전 세계에서 공수한 수십 가지 커피를 맛에 따라 분류할 수 있을 리도 만무하고, 커피를 잘 모르는 고객이라도 추천해 주는 커피만 마시라는 법은 없기 때문입니다. 커피 러버스 플래닛은 커피 맛에 대한 체계적인 분류를 통해 취향의 저변을 넓힙니다.

 

커피 러버스 플래닛은 넘버링과 ‘플레이버 휠(Flavor wheel)’을 활용해 커피를 분류합니다. 커피 메뉴판에는 각 커피에 숫자가 배정되어 있습니다. 이 숫자들은 메뉴판 바로 옆의 플레이버 휠과 연동되어 원두 선택을 돕습니다. 플레이버 휠은 총 3단계에 걸쳐 커피 맛을 분류하고, 분류한 커피 맛을 바퀴 모양의 차트로 정리합니다. 1단계에서는 향신료 맛(Spices), 견과 맛/코코아 맛(Nutty/Cocoa), 단맛(Sweet), 꽃맛(Floral), 과일맛(Fruity) 이렇게 5가지로 나눕니다. 각 카테고리 안에서 2~5개의 맛으로 구분하고, 구분한 맛을 또 다시 2~8개 맛으로 세분화합니다. 최종적으로 세분화된 40여 가지 맛 중 각 커피 원두가 해당되는 위치에 메뉴판에 있던 원두의 숫자를 크게 붙여 둡니다. 한 눈에 각 커피가 어떤 향미를 지녔는지 알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커피의 맛과 향을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플레이버 휠은 취향을 찾는 고객들에게 나침반같은 존재입니다.

 

 

<<< 플레이버 휠, 커피 메뉴, 추출 방법은 함께 배치되어 있어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 플레이버 휠은 커피의 향미를 3단계로 세분화하여 보여주고, 플레이버 휠 위의 숫자는 메뉴판의 숫자와 연동됩니다.

 

커피는 맛만큼이나 향이 중요한 음료입니다. 플레이버 휠로는 커피 향을 어렴풋이 추측할 수 있지만, 커피를 정확하게 시향할 수는 없습니다. 커피 러버스 플래닛은 눈으로 커피 맛을 인지해야 하는 플레이버 휠을 보완하듯, 코로 커피 향을 맡아볼 수 있도록 판매하는 모든 커피의 생두, 볶은 원두, 가루 등 3가지 형태를 준비합니다. 이 세 가지는 투명한 샬레에 담겨 있는데, 가루는 돔 모양의 유리 덮개로 씌여져 있습니다. 커피 향이 날아가는 것을 방지하고, 고객들이 유리 덮개가 머금고 있는 아로마를 시향하여 커피 향을 맡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렇게 고객들이 구매 가능한 모든 커피를 시향할 수 있으니 체계적으로 분류된 커피에 날개를 달아준 격입니다.

 

 

<<< 판매하는 모든 커피를 생두, 볶은 원두, 가루 형태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 돔 모양의 유리 덮개를 활용해 원두의 향을 시향해 볼 수 있습니다.

 

코와 눈으로 커피를 골라 취향에 맞는 커피를 찾은 고객이라면 매장 밖에서도 그 커피를 마시고 싶을 것입니다. 커피 러버스 플래닛이 이런 적극적인 커피 애호가의 수요를 놓칠리 없습니다. 그래서 커피 러버스 플래닛은 상품의 형태를 구분합니다. 커피 러버스 플래닛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알루미늄 캔에 볶은 원두를 넣고 탄산 가스를 주입해 원두의 아로마를 최상의 상태로 보관하여 판매합니다. 매장에서 커피 원두가 줬던 향긋한 감동을 매장 밖에서도 구현한 것입니다. 보다 간편하게 커피를 즐기고 싶은 고객들을 위한 드립백 제품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원두보다 용량도 적고 포장도 간편해 선물용으로도 그만입니다. 캔이나 드립백 제품 역시 플레이버 휠 위의 숫자와 연동되어 있어 원하는 향미의 커피를 고를 수 있습니다.

 

 

<<< 커피 러버스 플래닛에서는 커피 음료 외에도 원두와 드립백을 함께 판매합니다. 원두 보관 및 유통을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알루미늄 캔은 매장 외관을 장식하기도 합니다.

 

#3. 자리 넓히기: 시간을 구분한다

 

애프터눈 티 문화는 영국의 대표적인 차 문화입니다. 문화적으로 보면 늦은 오후에 차와 간단한 다과를 즐기는 가벼운 식사로, 1800년대 영국의 귀족 부인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입니다. 현재는 전 세계 곳곳의 호텔, 고급 레스토랑, 카페 등에서 점심과 저녁 사이에 애프터눈 티 세트 메뉴를 만들어 판매합니다. 이런 애프터눈 티 메뉴를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시간을 나누고 구분하여 없던 수요를 창출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조식, 중식, 석식 외에 이렇다할 식음 문화가 없는 문화권에서는 오후 간식을 식사 못지 않은 개념으로 네이밍하고 정의하여 새로운 매출의 기회를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커피 러버스 플래닛에서도 커피를 즐기는 시간대를 나누고, 각 시간대에 따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조합과 메뉴를 제안하여 커피의 설 자리를 넓힙니다. 사람들이 커피와 함께 간단한 식사를 하는 오전 시간대에는 토스트, 오픈 샌드위치 등과 오늘의 커피로 선정된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커피 브런치 세트(Coffee brunch set)’를 구성하여 판매합니다. 그리고 오후 시간을 위해 각종 샌드위치를 포함해 커피 푸딩, 카스테라, 케이크 등의 디저트도 판매하는데, 판매할 푸드 메뉴를 선정할 때 커피와의 궁합을 고려합니다. 음식과 커피가 잘 어우러질 때, 커피만 마셨을 때 느끼지 못했던 맛과 향이 올라오기도 하고, 다층적인 풍미가 입 안에 퍼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매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로스팅 워크숍(Roasting workshop)’ 공간에서 커피 콩을 볶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어 커피를 즐기는 시간이 더욱 향긋해 집니다.

 

<<< 카페 오픈 시간인 오전 8시부터 낮 12시까지 브런치 세트 메뉴를 합리적 가격에 즐길 수 있습니다.

 

<<< 매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커피 콩을 볶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로스팅 워크숍입니다.

 

커피를 즐기는 시간대를 나눈 효과의 진가는 저녁에 발휘됩니다. 커피를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카페인의 각성 효과 때문에 저녁 시간대에 커피를 마시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래서 커피 러버스 플래닛은 저녁 6시부터 바로 변신합니다. 유난히 넓은 바 자리와 카페와는 어울리지 않게 늘어서 있던 각종 술이 구비되어 있었던 이유입니다. 바의 형태를 갖추는 것과 더불어, ‘커피 칵테일(Coffee cocktail)’ 메뉴를 개발해 바로서의 완결성을 갖습니다. 에스프레소 마티니(Espresso martini), 아이리쉬 커피(Irishi coffee), 커피 올드 패션드(Coffee old fashioned) 등 커피로 만든 칵테일 메뉴를 선보이면서 커피의 시간을 늦은 저녁까지 연장했습니다. 각 칵테일마다 어울리는 원두를 사용해 칵테일의 맛을 극대화한 것은 물론입니다. 커피 맛을 알리는 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저녁 시간대의 불리함을 보완한 것입니다. 커피 러버스 플래닛의 저녁은 낮만큼이나 커피 향이 가득합니다.

 

 

<<< 커피 러버스 플래닛의 바 자리는 보통의 카페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면적입니다.

 

 

<<< 커피를 활용해 만든 커피 칵테일 메뉴입니다. 매장에는 칵테일을 만들기 위한 각종 술과 리큐어를 구비해 두고 있습니다.

 

커피 왕국의 영역을 넓히다

 

커피 러버스 플래닛은 매장 안에서 최상의 커피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고객들이 집에서도 양질의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시는 데 필요한 각종 도구들을 판매합니다. 100여 가지에 달하는 제품들은 판매하는 커피의 격에 걸맞게 성능 좋은 일본 제품들이 주를 이룹니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머그컵부터 그라인더, 드립포트, 핸드밀 등 전문적인 도구까지 어떤 애호가들이라도 포섭할 수 있을 만큼 방대합니다. 판매하는 제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브로셔에는 타이베이 매장과 신주 매장 중 어디에서 구입할 수 있는지도 함께 기재해 두었습니다. 커피 러버스 플래닛은 굿즈 판매를 통해 커피 러버스 플래닛의 영역을 매장 밖으로까지 넓힙니다.

 

 

<<< 매장에서 판매하는 커피와 관련된 도구들입니다. 카탈로그를 통해 한 눈에 보고, 궁금한 제품을 실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커피 러버스 플래닛이 전 세계에서 공수한 다양한 커피를 소개하고, 고객들의 일상에까지 커피의 정수를 전달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커피 러버스 플래닛을 만든 회사의 철학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커피 러버스 플래닛은 일본 커피 회사 UCC가 타이베이에 만든 스페셜티 커피숍입니다. UCC의 창립자는 일본 커피의 아버지라 불리는 우에시마 타다오(Ueshima Tadao)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언제 어디서든 맛있는 커피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바탕으로 UCC를 이끌어 왔습니다. UCC의 모태인 ‘우에시마 커피(Ueshima Coffee)’를 세운 이유도 1951년 당시 소수의 사람들만 즐기던 커피를 대중화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우에시마 타다오는 커피숍을 운영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세계 최초로 캔커피를 발명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UCC는 지역적 확장에 수직적 확장을 거듭해 커피 생산, 제조, 유통 등 전반에 걸친 커피 왕국이 되었습니다. 커피 왕국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내실을 다지는 것도 UCC의 몫입니다. 그 중 하나는 ‘UCC 푸드 매칭 시스템’입니다. 맛을 감칠맛, 떫은맛, 짠맛, 신맛, 쓴맛, 쓴맛의 여운 등 6개 항목으로 구분하고, 커피를 포함한 음식의 맛을 수치화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치즈 케잌에는 진하게 볶은 커피’, ‘연어에는 산미가 강한 커피’ 등과 같이 음식과 커피의 궁합을 추천해 주는 것입니다. 커피 러버스 플래닛의 푸드 메뉴가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커피 왕국이 낳은 커피 애호가들의 아지트가 영역을 구축하고 자리를 견고하게 만든 방법을 배운다면, 또 다른 왕국을 짓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여행을 여행답게 만듭니다.”

여행의 묘미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계획한 일정을 숙제하듯 소화할 때가 아니라, 뜻밖의 상황을 느닷없이 마주칠 때입니다. 예정에 없었던 대화, 있는 지도 몰랐던 공간,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 경험하기 어려웠던 현상, 기대하지 않았던 디테일 등이 여행의 가치를 높여줍니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 계획을 세우는 건 중요하지만, 우연이 끼어들 여지를 남겨둘 필요도 있습니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여행에서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선물해 준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에 대한 기록이자, 계획할 수 없었기에 더 소중한 여행의 조각입니다.

 

참고문헌

• 커피 러버스 플래닛 홈페이지

• UCC 홈페이지

• 아토모 커피 홈페이지

• 커피, 누가 가장 많이 생산하고, 소비할까?

• 글로벌 커피 브랜드 격돌, 신흥국 잡아라… 요동치는 2400조원 커피 ㅣ장

• 대만, 커피 시장 동향

• 한 우물만 깊게 파서 성공한 ‘우에시마 커피 컴퍼니’

• 《취향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