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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를 담아 잡지를 닮은 도서관 – 보븐

좋아하는 잡지가 있나요? 그렇다면 그 잡지의 모든 과월호를 갖고 계신가요? 전자에는 고개를 끄덕여도, 후자에는 고개를 가로 젓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관심사에 대한 최신 트렌드와 양질의 정보를 담고 있어 매력적인 잡지지만, 모든 호를 구비하고 보관하는 것은 부담이 되는 일입니다. 잡지를 꾸준히 구독하는 사람들에게도 빛바랜 과월호들은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이베이에는 잡지 애호가들의 이런 애환을 시원하게 해소해 주는 잡지 도서관 ‘보븐(Boven)’이 있습니다. 게다가 보븐은 공익적 목적을 위해 운영되는 많은 도서관들과 달리 유의미한 수익을 내는 매장입니다. 보븐은 과연 제품은 ‘잡지’, 비즈니스 모델은 ‘도서관’으로 어떻게 사업을 운영하고 있을까요?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비롯해 각 카테고리별로 손꼽히는 브랜드들만 입점해 있는 최고급 백화점의 한 층에 도서관이 들어선다면 어떨까요? 이질적이지만 이상적인 이런 조합은 아시아 최초의 디자인 도서관이자 지적 즐거움의 원천인 ‘태국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센터(Thailand Creative and Design Center, 이하 TCDC)’의 초기 모습입니다.

 

TCDC는 2005년에 처음 설립 당시, 방콕 최고의 부촌에 위치한 ‘엠포리움(Emporium)’ 백화점의 6층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TCDC는 절판된 출판물을 포함해 7만여 점의 미술, 건축, 패션, 사진, 영화 등 디자인과 관련된 넓은 분야에 걸친 자료를 대여해 줍니다. 양질의 정보를 찾아 헤매는 데 막대한 시간을 쏟던 디자이너들에게는 천국같은 공간이 탄생한 것입니다. 2016년에는 물리적 범위를 넓혀 하나의 지역을 ‘창조 지구(Creative District)’로 만들고자 방콕의 방락(Bang Rak)이라는 지역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자리를 옮기면서 기존의 도서관 기능은 물론, 코워킹 공간까지 제공하여 포괄적인 크리에이티브 허브로서의 역할을 자처합니다. 설립된 이래로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TCDC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 방콕을 방문합니다.

 

 

<<< TCDC에서는 디자인과 관련된 전방위적인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TCDC

 

TCDC의 도서관 공간은 크게 ‘읽는 공간’와 ‘일하는 공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읽는 공간에는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책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디자인의 소파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일하는 공간에서는 개인 노트북을 가진 사람들이 쾌적하게 작업할 수 있는 사무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데스크탑도 설치해두어 누구나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일하는 방문객들의 편의를 배려한 것입니다. 도서관 공간 외에도 전시 공간, 멀티미디어 공간, 카페 등을 함께 갖추고 있어 다방면의 영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콕의 TCDC에서 디자인 영감뿐만 아니라 사업적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곳이 있습니다. 타이베이에 위치한 대만 최초의 잡지 전용 도서관 ‘보븐(Boven)’입니다. 보븐의 공동창립자들은 ‘디자인’이라는 분야에 대한 전방위적인 지식과 정보를 한 장소에서 공유하는 TCDC의 가치와 결과물에 깊은 감명을 받습니다. 이전부터 출판물, 문학, 디자인 등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이들은 10년 넘게 모은 잡지를 기반으로 잡지 도서관을 기획합니다. 양질의 잡지들을 마음껏 제한없이 빌려볼 수 있는 보븐에는 이 곳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아끼면서 정보도 얻고, 절약한 시간과 돈으로 더 의미있는 것들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동시에 정부가 운영하는 TCDC와는 다르게 수익을 내는 사업장으로서 비즈니스 모델을 견고하게 만들기 위한 고민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잡지를 선택한 이유

 

잡지는 책과는 속성이 다른 매체입니다. 특정 주제 혹은 분야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잡지와 책이 유사하지만, 잡지는 단행본보다 더 빠른 주기로 발행되기 때문에 최신 트렌드와 깊이 있는 취향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한 번의 발행으로 출판이 완료되는 단행본과는 달리, 정기적으로 발행되어 지속적으로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잡지의 이러한 특성에서 보븐은 사업 기회를 발견했습니다. 개인이 보고 싶은 잡지들의 모든 호를 구비하기가 어렵고, 매번 최신호를 구매하고 보관하기에는 경제적, 공간적으로 부담스럽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보븐의 이러한 접근은 ‘라이프스타일을 판다’는 개념으로 유명해진 일본 서점 츠타야(Tsutaya)의 초기 모습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츠타야를 설립한 마스다 무네아키는 대여 매장의 본질을 ‘있으면 좋겠지만 매 순간 필요한 것은 아닌 특수한 상품을 소장해 두는 곳’이라고 말하며, 도서, 음반, DVD 등을 대여해 주는 대여점으로 시작했습니다. 마스다 무네아키의 설명과 츠타야 초창기 모습처럼 잡지는 대여점을 운영하기에 적합한 소재입니다. 관심사가 확실한 사람들이 꼭 읽고 싶지만 늘 집에 소장하기는 부담스러운 성질의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창립자들이 잡지 도서관을 연 이유는, 단순히 잡지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잡지의 속성과 대여점의 본질을 이해한 결과입니다.

 

보븐은 책을 중심으로 대여하는 보통의 도서관과는 달리 잡지만을 빌려주는 새로운 형태의 도서관입니다. 새롭기 때문에 경쟁자가 없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존재감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설 자리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븐은 유의미한 원칙을 중심으로 자신이 설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잡지를 보고 싶지만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동시에 지적인 호기심과 취향을 가진 고객들 사이에 유일무이한 대안으로 자리 잡습니다.

 

 

<<< 1층에서는 카페를 운영하고, 잡지 도서관은 지하 1층에 있습니다. 카페 옆의 좁은 유리문을 열고 계단을 따라 내려 가면 보븐 매거진 라이브러리가 나옵니다.

 

#1. 콘텐츠의 원칙: 공유로 방대하게

 

도서, 신문, 잡지 등을 포함한 대만의 출판시장은 약 2조원 규모입니다. 이 중 잡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액 기준이건 판매부수 기준이건 전체의 1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븐은 단행본을 과감히 포기하고 10% 남짓의 잡지에 집중합니다. 출판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잡지만이 다룰 수 있는 정보들이 있고, 그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좁은 시장을 선택한 대신 보븐은 그 안에서의 다양성을 극대화합니다. 보븐에서는 예술, 패션, 디자인, 건축, 라이프스타일 등 영역을 막론한 잡지들을 취급하여 찾고자 하는 잡지가 없어 발걸음을 돌리는 고객이 없습니다. 그리고 최신호뿐만 아니라 과월호까지 최대한 완결성 있는 콜렉션을 구비해 잡지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합니다. 좁은 시장에서 큰 기회를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닦는 것입니다.

 

보븐의 방대한 콜렉션은 ‘공유’를 통해 유지됩니다. 소유가 아닌 공유를 추구하는 보븐은 잡지를 판매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습니다. 잡지를 판매하지 않으니 창간호부터 최신호까지 누락된 호 없이 구비된 모든 호를 계속 보유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유에도 원칙이 있습니다. 잡지를 외부로 대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잡지의 마모를 최소화하고, 외부로 잡지를 대여해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보고자 하는 잡지를 찾지 못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잡지를 구매하거나 외부로 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보븐 매장 안에서는 시간 제한 없이 마음껏 잡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대만뿐만 아니라 일본, 영국, 미국 등 전 세계 각지에서 공수한 2만 권 이상의 잡지들이 국경, 언어, 문화를 넘나 들며 보븐의 매장에서 살아 있는 정보를 전합니다.

 

 

<<< 보븐은 대부분의 잡지들을 과락된 호 없이 창간호부터 최신호까지 전체 아카이브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보븐에는 매월 최소 3백 권 이상의 정기간행물들이 추가됩니다. 고객 입장에서 매월 늘어나는 잡지들 중에 원하는 잡지를 빠르게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어떤 잡지들이 새로 추가되었는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매장 직원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보븐은 고객들을 위해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매장을 방문하기 전 전화로 어떤 종류의 잡지를 찾는지 말해주면 ‘인간 구글(Human Google)’이라고 불리는 보븐의 공동창립자 스펜서 추(Spencer Chou)가 관련한 잡지를 큐레이션해 줍니다. 그리고 큐레이션한 잡지들을 그 고객만을 위한 ‘책차(Book car)’에 담아 보관합니다. 책차는 바퀴가 달린 작은 캔버스 바구니로, 일시적으로 잡지들을 보관하거나 사전 예약 고객을 위한 용도로 쓰입니다. 잡지들을 데이터로 관리하고 추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븐은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어 디지털이 소화하기 힘든 고객의 세밀한 취향까지도 반영합니다. 보븐에 입고되는 모든 잡지들을 직접 고르고, 내용을 소화하는 창립자의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2. 공간의 원칙: 쾌적하고 편안하게

 

“우리가 건물을 만들지만, 그 건물이 다시 우리를 만든다(We shape our building, thereafter they shape us).”

 

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의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이 폭격으로 파괴된 영국의 의회의사당을 복구할 것을 약속하며 했던 말입니다. 사람이 건물을 짓지만, 완공된 건물의 공간도 사람을 바꾼다는 의미입니다. 공간 구성이 이용자의 사고나 행동에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공간이 그 곳에서 보내는 시간의 가치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보븐도 공간과 사람 간의 유기적 관계를 이해하고, 천천히 읽는 행위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듭니다.

 

인파의 혼잡함 때문에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을 사람이 몰리는 주말에 이용하기 주저했던 적이 있을 것입니다. 보븐은 번잡스러운 공간을 지양하고,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언제든 여유로운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고민합니다. 그래서 좌석 수는 총 30석이지만, 입장 인원을 최대 20명로 제한했습니다. 최대한의 인원 대신 최소한의 여유를 선택한 것입니다. 더불어 보븐에서는 쾌적한 공간을 위해 음료 외 음식 반입을 금지합니다. 음료는 보븐에서 판매하기도 하지만, 외부에서 가져와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외부에서 음료를 가져오면 보븐에서 사용하는 유리컵에 옮겨서 서빙해 줍니다. 보븐에게 음료는 객단가를 높이는 수단이기보다는 잡지 소비를 거드는 조연일 뿐입니다. 잡지 중심의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보븐의 취지가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 빼곡한 잡지들과는 대조적으로 매장 공간만큼은 넓고 쾌적합니다.

 

보븐은 집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고급진 공간의 낯선 쾌적함이 아닌 집처럼 편안한 쾌적함을 지향합니다. 그래서 ‘집에 들어오는 느낌’을 구현하기 위한 장치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먼저 모든 입장객들은 실내에 들어서기 전, 신발을 벗고 보븐이 제공하는 가정용 슬리퍼를 착용해야 합니다. 슬리퍼를 신고 실내에 들어서면 안락한 소파와 소파용 테이블이 손님을 맞이합니다. 따뜻한 질감의 카펫트도 깔려 있어 마치 가정집의 거실을 방문하는 기분이 듭니다. 기존 도서관의 딱딱하고 건조한 가구들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스타일리쉬하면서도 아늑한 가구를 배치했습니다. 이 공간은 불투명한 검정색 칸막이로 옆 공간과 분리되어 있습니다. 칸막이 너머에는 긴 테이블과 나무 의자로 전형적인 도서관의 모습을 연출합니다. 소파보다는 책상 의자에 익숙하거나 잡지와 함께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읽는 공간과 일하는 공간을 분리하여 방문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한 공간 구성입니다.

 

 

<<< 보븐은 방문하는 고객들의 편안함을 위해 가정용 슬리퍼를 제공합니다.

 

<<< 보븐은 매장 공간을 읽는 공간과 일하는 공간으로 나누어 따로 또 같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3. 수익의 원칙: 멤버십으로 꾸준하게

 

보븐은 잡지를 판매하지 않는 것은 물론 식음업장을 적극적으로 운영하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이용시간, 빌려보는 잡지의 수에도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잡지의 특성상 단행본과 달리 일부만 보거나 가볍게 훑는 것만으로도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책이나 비디오처럼 대여하는 갯수 당 요금을 내기에는 망설여지는 매체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보븐의 수익은 어디에서 나는 것일까요?

 

보븐은 대여해주는 콘텐츠 개수가 아닌 공간과 서비스에 가격을 매겨 멤버십을 운영합니다. 멤버십 제도는 개인 고객과 법인 고객으로 이원화되어 있습니다. 개인 고객은 1년에 1천 대만달러(약 4만 원)만 내면 보븐을 시간, 횟수 제한없이 이용할 수 있고, 하루 전 방문 예약도 가능합니다. 매월 3천 대만달러(약 12만 원)를 내는 법인 고객들은 최대 15명의 직원까지 멤버로 등록할 수 있으며, 한 번에 2명의 임직원이 추가 비용없이 보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개인 고객과 달리 대여한 잡지를 3개월 간 회사에 비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멤버십 외에 300대만달러(약 1만2천 원)의 1일권도 판매하는데, 1년에 4회 이상만 방문하면 멤버십에 가입하는 것이 더 유리해 멤버십 가입 유인을 높입니다. <멤버십 이코노미>의 저자 로비 켈만 박스터는 멤버십의 핵심으로 회원들의 만족도를 꼽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븐은 멤버십을 운영할 충분한 경쟁력이 있습니다. 쾌적하고 안락한 공간에서 방대한 양의 잡지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대만 어디에도 없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 보븐의 멤버십은 개인 고객과 법인 고객으로 이원화되어 있으며, 고객의 특성에 따라 금액도 혜택도 다릅니다.

 

2018년을 기준으로 보븐의 개인 멤버는 약 1천명, 법인 멤버는 약 100개 회사에 이릅니다. 멤버 수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멤버십만으로 460만 대만달러, 한화로 약 1억 8천만 원의 연 매출이 발생합니다. 멤버십 운영으로 생기는 매출에 더해 추가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소장가치가 있는 책과 음반을 판매합니다. 개인 음료를 준비하지 못한 고객들은 매장에서 1잔당 120대만달러(약 5천 원)에 커피와 차를 마실 수도 있습니다. 때때로 영화 상영, 음악 공연, 강연 등의 유료 이벤트까지 주최하여 보다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합니다.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는 잡지들을 경매에 붙이는 산발적인 이벤트를 열기도 합니다. 멤버십 운영에 더해 추가 매출까지 합산하면 연간 1억 8천만 원보다 더 큰 규모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 지하 1층 매장에서 간단한 음료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멤버 전용 공간의 성격이 강한 보븐의 매장은 워크인(Walk-in) 고객들이 드물기에 눈에 잘 띄거나 유동 인구가 많은 목이 좋은 자리에 위치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지하 1층의 매장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했습니다. 탄탄한 멤버십을 바탕으로 사세가 확장된 2018년부터는 같은 건물의 1층에 카페를 오픈하여 2개 층에 걸쳐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 지하의 잡지 도서관에서는 동시에 많은 고객들을 응대하거나 음식을 조리하는 등의 역할이 불필요하기 때문에 상주하는 직원도 1명으로 충분합니다. 약 40평 규모의 지하 1층인 점을 감안하여 월 임대료를 300만 원, 1명의 인건비를 300만 원으로 가정하면 연간 고정비만 7천2백만 원으로 추산됩니다. 매월 300권의 잡지가 입고되고, 1권당 평균 도매가를 6천 원으로 가정했을 때, 잡지 조달 비용은 연간 1천8백만 원 규모입니다. 멤버십 매출에서 임대료, 인건비, 잡지 조달비용을 제외하면 연간 9천만 원의 수익이 납니다. 여기에 1층의 카페, 도서 및 음반 판매, 이벤트 등을 고려하면 더 많은 수익이 예상됩니다. 한 개의 매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수준입니다.

 

 

<<< 지하 1층에 위치한 보븐의 도서관 입구입니다. 간판도 크지 않고, 좁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야 하는 매장임에도 불구하고 충성도 있는 멤버십 고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명성을 떨치기 위해 이름값을 하는 잡지 도서관

 

‘보븐’은 네덜란드어로 ‘위에’라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한 걸음씩 목표하는 바를 향해 위로 나아간다는 의미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보븐은 대만 전역으로 보븐을 확대하고, 대만이라는 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큰 잡지 도서관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첫 걸음으로 대만의 수도인 타이베이에서부터 더 많은 사람들이 잡지를 볼 수 있도록 작은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방향성이 뚜렷한 보븐의 점진적인 행보를 보면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는 듯 합니다.

 

보븐은 매장들 중에 방문 고객들을 위해 읽을 거리가 필요한 곳에 잡지를 큐레이션하여 유료로 대여해 줍니다. 보븐으로부터 잡지를 빌리는 그 사업장이 하나의 소형 잡지 도서관이 되는 셈입니다. 사업장 입장에서는 잡지를 고르는 시간, 잡지를 매번 구매하는 비용, 재고 부담 등이 줄어 듭니다. 게다가 손님들이 보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잡지를 비치해 두는 것보다는 보븐으로부터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잡지를 추천받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더 나아가 ‘미니 보븐(Mini Boven)’이라는 이름으로 카페, 레스토랑, 코워킹 스페이스 등과 함께 협업하여 보븐의 라이트 버전을 꾸미기도 합니다. 방문하는 고객군과 매장의 성격에 맞춰 큐레이션하는 잡지의 분야를 달리 합니다. 보븐이 가진 핵심역량으로 바라던 미래와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는 것입니다.

 

보븐이 꿈꾸는 궁극적인 확장이 몽상가의 이상으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는 1호점의 정체성이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규모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보븐만의 색깔로 지향하는 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있는 셈입니다. 보븐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기회를 구상하고, 사업을 운영하고, 확장을 추친하는 과정에서 방향성을 잃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길을 닦고 있습니다. 타이베이의 첫 번째 매장을 넘어 보븐의 청사진이 현실이 될 미래가 기다려집니다.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여행을 여행답게 만듭니다.”

여행의 묘미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계획한 일정을 숙제하듯 소화할 때가 아니라, 뜻밖의 상황을 느닷없이 마주칠 때입니다. 예정에 없었던 대화, 있는 지도 몰랐던 공간,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 경험하기 어려웠던 현상, 기대하지 않았던 디테일 등이 여행의 가치를 높여줍니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 계획을 세우는 건 중요하지만, 우연이 끼어들 여지를 남겨둘 필요도 있습니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여행에서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선물해 준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에 대한 기록이자, 계획할 수 없었기에 더 소중한 여행의 조각입니다.

 

참고문헌

• 보븐 페이스북 페이지

• 여유로운 독서로 멋진 한순간을 보낼 수 있는, 회원제 도서관

• Boven: The One And Only Magazine Library In The World, City 543

• Boven Magazine 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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