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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를 세탁하는 세탁소 – 블랑

친환경을 마다할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친환경이 시장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용하기 불편하거나, 가격이 높거나, 오래 걸리는 등 제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런던의 친환경 세탁소 ‘블랑(Blanc)’은 친환경이 살아남는 법을 보여줍니다. 유해 물질을 사용하는 ‘드라이 클리닝’ 대신 물로 세탁하는 ‘웻 클리닝’으로 친환경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물론,

 

#1.찾아가는 세탁소
#2.힘든 빨래 전문 세탁소
#3.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세탁소

 

로 포지셔닝하면서 블랑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를 없애주고 블랑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더합니다. 진부해 보이는 세탁업을 세탁하는 세탁소, 블랑이 그리는 미래를 만나보세요.


영국의 세탁소 고객들은 대부분 단골입니다. 동네마다 세탁소가 1개 있을까 말까하기 때문에, 세탁소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대안이 없어 단골이 됩니다. 2016년 기준으로 영국에는 세탁소가 3,000여 개 뿐입니다. 런던으로 지역을 좁히면 450여 개로 줄어듭니다. 영국보다 인구가 천만 명 이상 적은 한국에 30,000여 개에 육박하는 세탁소가 있는 것을 고려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수치입니다. 영국은 미국에 이어 초기 코인 세탁소의 붐을 이끌었던 곳이기에 더욱 의아합니다. 1980년까지만 해도 영국에는 13,000여 개에 정도의 세탁소가 성업했습니다. 주거지 뿐 아니라 번화가 곳곳에 세탁소가 들어서 있어 도시 라이프의 한몫을 담당했습니다. 광고나 영화 촬영 현장으로 쓰일만큼 일상을 대변하는 이미지도 있었습니다. 세탁기가 사치품이던 시절, 세탁소는 간단한 세탁 기능을 대신하는 것만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전 국민의 97%가 세탁기를 소유하면서 세탁소는 급격히 설 자리를 잃습니다. 물론 세탁기 대중화가 비단 영국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국가의 세탁소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제 살 길을 찾아 갑니다. 미국은 세탁소의 규모를 키워 단가를 낮추고, 고성능의 상업용 세탁기계를 들여 놓으면서 가정용 세탁기와는 다른 쓸모를 찾아 갔습니다. 한편, 일본이나 한국은 세탁소가 드라이 클리너*로서 본격 자리매김합니다. ‘세탁 기술 전문가’로서 드라이 클리닝이나 고급 소재 세탁 위주로 역할을 철저히 분담한 것입니다. 반면 영국은 수도 요금, 전기 요금, 인건비, 임대료가 모두 높아 미국처럼 세탁소 운영 비용을 낮추기 어렵습니다. 또한 애초에 코인 세탁소 중심으로 업계가 편성되어 일본이나 한국처럼 드라이 클리너로 빠르게 태세를 전환하지도 못했습니다.

 

*드라이 클리너: 세탁기술 전문가가 상주하며 고객의 세탁물을 맡아 세탁하는 세탁소. 이 외 세탁 기계를 설치해 고객이 스스로 세탁할 수 있는 코인 세탁소 타입(영국에서는 Launderette), 매장에서 세탁물을 받아 세탁 공장으로 보내 세탁하는 픽업 스테이션 타입이 있음.

 

그렇다고 세탁소가 과거의 유물로 남기에는 아직 때가 아닌 듯 합니다. 세탁소에 대한 잠재 수요는 건재하기 때문입니다. 런드랩(Laundrapp)의 사례에서 이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런드랩은 스마트폰으로 세탁을 요청하면 원하는 시간에 방문 수거와 배달을 해주는 세탁 서비스입니다. 2014년에 런칭한 이후 3년 만에 영국 전역 100여 개 도시로 확장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세탁소가 멀어서 이용하지 않았던 사람들, 코인 세탁소 등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웠던 사람들 등 잠재 고객들의 고충을 해결해 고객으로 흡수한 것입니다.

 

또다른 조짐과 징후들도 있습니다. 코인 세탁소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생산적으로 쓸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해 잠재 수요층을 공략하는 세탁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바, 카페 등과 결합해 마냥 기다리는 곳이 아니라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사례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렇듯 영국에서 탈수 증상을 보이던 세탁소가 다시금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세탁소에 변화의 물결이 이는 가운데 ‘친환경’으로 승부수를 던지며 차별화되는 세탁소가 있습니다. 2013년에 문을 연 ‘블랑(Blanc)’입니다.

 

세탁소를 세탁하는 세탁소

 

<<< 블랑의 매장 전경입니다.

 

블랑은 밖에서 보면 세탁소라기보다 시크하고 깔끔한 부띠끄 살롱 같습니다. 내부는 가정집 거실처럼 꾸며 놓아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감각적인 공간 구성 덕분에 세탁소로서는 이례적으로 <보그(Vogue)>, <엘르(Elle)>, <베니티 페어(Vanity Fair)> 등 패션 잡지에 소개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저 디자인이 세련된 세탁소에 그치지 않습니다. 런던의 유력 일간지 <이브닝 스탠다드(Evening Standard)>가 ‘런던 최고의 세탁소’로, 영국 세탁 협회가 주최한 <LCN 어워즈(Laundry and Cleaning News Awards)>에서 ‘2016년 가장 지속가능한 드라이 클리너’로 블랑을 꼽을 만큼 내실도 탄탄합니다. 블랑이 친환경을 전면에 내세우듯 세탁소에 친환경을 입히면 어떤 모습일까요?

 

세탁소는 옷을 깨끗이 하는 곳이지만, 정작 세탁소 자체는 그닥 깨끗하지 않습니다. 보통의 경우 영세한 개인 사업자라서 브랜드랄 것이 없고 간판이나 외양도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작업 현장도 그대로 노출됩니다. 천장까지 빼곡히 걸린 옷 가지들과 칙칙 소리와 뿜어져 나오는 더운 증기가 세탁소를 채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탁소 특유의 기름 냄새가 있습니다. 세탁소에 방문했을 때는 물론이고 맡긴 옷도 세탁소 냄새에 젖어 돌아오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깨끗이 세탁된 징표라 여길 수 있지만, 없으면 더 좋은 냄새입니다.

 

세탁소 냄새는 드라이 클리닝에 쓰이는 용제인 퍼클로에틸렌(Perchloroethylene, 이하 퍼크) 때문에 납니다. 그런데 이 퍼크는 미국, 프랑스, 덴마크 등 일부 국가에서는 사용을 원천 금지합니다. 정화 장치 없이 공기, 물, 흙 등으로 배출되면 환경에 해를 끼치고, 사람이 증기에 노출될 경우 발암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명확한 금지 규제가 없는 지역에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관행적으로 퍼크를 사용합니다.

 

블랑은 퍼크를 쓰지 않습니다. 사실상 드라이 클리닝 방식을 거부하겠다는 선언입니다. 대신 ‘웻 클리닝(Wet Cleaning)’을 합니다. 기름 대신 물로 세탁하는 것입니다. 물에 자연분해되는 세제와 웻 클리닝 전용 세탁 기계를 쓰고, 30도 정도의 저온을 유지해 에너지를 절약합니다. 드라이 클리닝으로 할 수 있는 세탁은 웻 클리닝으로도 모두 가능하다는 것이 블랑의 지론입니다. 지용성 얼룩은 국소 부위만 기름을 써 애벌 빨래로 지우고, 원단에 따라 물의 온도와 양, 세제의 종류, 세탁 및 건조 시간 등을 적절히 조절하면 웻 클리닝으로 드라이 클리닝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웻 클리닝으로 세탁을 하면 색과 형태가 변하는 등의 세탁 사고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섬세하게 다루기 때문에 오히려 옷이 한결 산뜻하고 부드러워집니다. 기름 냄새가 없는 것은 물론입니다.

 

웻 클리닝은 엄연히 전문가의 영역입니다. 드라이 클리닝보다 웻 클리닝이 돈도, 품도 많이 듭니다. 마찰이나 물의 무게로 인한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섬세하게 작동하는 특수 목적 기계를 사용하거나 아예 손으로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높은 온도의 물을 쓰지 않기 때문에 때 빼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세탁 과정에서 형태가 한 번 흐트러졌기 때문에 다림질도 더 까다롭습니다. 그럼에도 블랑은 웻 클리닝을 고수합니다. 옷에도, 직원에게도, 고객에게도, 환경에도 모두 이롭기 때문입니다.

 

친환경이 살아남는 법 #1 – 찾아가는 세탁소

 

물론 친환경은 옳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친환경 방식이 블랑을 이용하기에 충분한 이유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세탁소를 이용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일단 세탁소를 이용하게 하는 것이 우선 과제입니다. 여기에다가 친환경이기에 가지는 태생적 약점도 극복해야 합니다. 블랑은 좀 더 비싸고, 좀 더 오래 걸립니다. 보통 2.5파운드 내외인 셔츠 드라이 클리닝이 블랑에서는 3파운드 수준이고, 하루 이틀이면 되는 일반 세탁소와 달리 블랑은 3일이 소요됩니다. ‘좋은 건 알겠는데 세탁을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오랜 인식, 그리고 관습과 싸워야 합니다. 친환경만 고고하게 내세우며 시장 반응을 기다리간 뜻을 펼치기도 전에 사라질 수 있습니다. 친환경을 이용해야 할 이유를 주는 것만큼이나, 세탁소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를 없애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 블랑의 자동 옷 수거함입니다.

 

블랑은 24/7 연중무휴로 운영합니다. 바빠서 세탁소 갈 시간을 놓치는 잠재 수요를 세탁소로 불러들이기 위한 파격적인 운영 방침입니다. 그렇다고 매장에 계속 사람을 두는 것은 아닙니다. 공식 운영 시간 외에는 ATM과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합니다. 옷 수거함에 세탁물을 넣고 회원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블랑 카드를 접촉하면 접수 완료입니다. 블랑의 담당자는 다음 날 운영 시간에 접수 내역을 확인하고 블랑 카드에 입력된 메일 주소로 접수 확인증을 보냅니다. 어떤 세탁물이고, 접수 당시 상태가 어땠는지, 어떤 방식으로 세탁할 예정인지, 예상 견적과 회수 기간은 언제인지 등 세부 사항을 공유합니다. 세탁물을 맡기는 것 뿐만 아니라 세탁물을 찾아갈 때도 유사한 방식으로 옷 수거함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한편, 시간대와 상관없이 매장까지 찾아가기가 번거로운 고객들도 있습니다. 특히 블랑은 런던에 매장이 3개 뿐이라 거리가 멀면 24/7 운영 시간이 의미가 없습니다. 이런 고객들을 위해 온라인 예약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고객들이 온라인에서 접수를 하면 블랑 전속 배달 기사가 2시간 단위로 촘촘하게 찾아갑니다.

 

기업 고객도 마땅히 찾아 가야할 큰 손입니다. 호텔, 극장, 패션 매장 등 유니폼을 사용해 세탁이 잦은 업체들이 주요 대상입니다. 블랑이 고객 회사에 직접 방문해 세탁물을 수거하고 배달해줍니다. 업무 시간에 일하는 곳에서 옷을 맡기고 찾을 수 있어 효율적이고 편리할 뿐 아니라, 직원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친환경 서비스라는 점에서 특색 있는 사내 복지입니다. 회사에서 비용의 전액 혹은 일부를 보전해주어 이용률이 높고, 수거 및 배달 효율이 높아 블랑에게도 큰 도움을 주는 고객들입니다. 향후에는 임직원들이 직접 세탁물을 가져오고 찾아갈 수 있도록 고객 기업들의 오피스 내 작은 공간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5년간 30개를 두는 것이 목표입니다. 고객들과의 접점을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 세탁소를 이용하게 만들 마중물을 보내니 세탁물이 물밀 듯 들어옵니다.

 

친환경이 살아남는 법 #2 – 힘든 빨래 전문 세탁소

 

힘들여 고객을 찾아 갔으니, 최대한 많은 빨래감을 받아 와야 합니다. 이 때 친환경 세탁소 블랑의 특장점이 빛을 발합니다.

 

사람들이 여전히 세탁소를 찾는 이유는 2가지입니다. 먼저 섬세한 세탁이 필요할 때입니다. 캐시미어나 실크처럼 집에서 함부로 세탁하기 불안한 고급 소재나 값비싼 명품 의류가 이에 해당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옷들은 세탁소의 기피 대상 1호입니다. 세탁 사고는 대부분 세탁소 과실로 판단해 세탁소가 옷값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요새는 신소재나 합성 섬유가 많고, 외피와 내피 원단이 다른 경우도 있어 세탁 난이도가 높습니다. 잠깐의 판단 착오가 큰 손실을 입힐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갈 곳 잃은 옷들이 블랑으로 모입니다. 블랑의 웻 클리닝 방식 덕분입니다. 환경과 건강에 이로울 뿐 아니라 옷에도 좋습니다. 웻 클리닝은 원단에 무리를 주지 않는 공식적이면서 정형화된 세탁법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간 세탁 장인들의 암묵지로 전해오던 비법을 양지로 꺼내 공신력을 갖고 투명하게 서비스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블랑에서는 이름난 명품 브랜드는 물론이고, 유명 디자이너의 데뷔 컬렉션 등 희귀 의류들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들과 제휴해 그들의 옷을 전담하여 세탁하기도 합니다.

 

<<< 입간판으로 부피 큰 빨래도 친환경 세탁을 맡길 수 있다고 알리고 있습니다.

 

세탁소가 멸종하지 않을 두 번째 이유는 집에 있는 세탁기로는 세탁이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불, 베개, 커텐, 러그 등 부피 큰 빨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특히 가정용 세탁기는 용량이 작은 편이라 세탁소가 더욱 절실합니다. 그런데 얄궂게도, 부피가 큰 빨래감이 세탁소에 가야하는 이유이면서 동시에 세탁소에 가기 싫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 큰 빨래들을 세탁소까지 가지고 가는 것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블랑은 부피 큰 세탁물들을 방문해 수거합니다. 필요하면 커버 패브릭은 물론 가구 전체를 들고 갈 때도 있습니다. 심지어 이삿짐 센터처럼 커텐을 분리하고 설치하는 것까지도 돕습니다. 귀찮음 해소만으로도 고객들의 서비스 이용 의사가 샘솟습니다. 어쩌면 의류보다 이불, 커텐 등 홈퍼니싱 제품들에 친환경 세탁이 더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옷이야 갈아입으면 그만이지만, 홈퍼니싱 제품은 온 가족이 매일 숨 쉬듯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부피 큰 세탁물은 품목별 단가가 높아 객단가를 높일 수 있기에, 세탁물이 무거워도 블랑의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친환경이 살아남는 법 #3 –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세탁소

 

힘든 빨래를 전문으로 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세탁 기계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블랑의 모든 지점에 고성능의 대형 세탁 기계를 들여놓기는 어렵습니다. 수요가 충분하지 않아 지점에 따라 가동률이 떨어질 경우 시설 투자비를 회수하기 어렵고, 모든 지점에 대형 기계를 들여놓을 경우 그만큼의 공간이 더 필요해 임대료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힘든 빨래를 할수록 힘을 빼고 효율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래서 블랑은 세탁 공정을 각 지점이 아니라 한 곳에서 처리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합니다.

 

블랑은 런던 서쪽 외곽 8,000m2에 달하는 부지에 ‘아뜰리에(Atelier)’라는 이름의 세탁 공장을 짓고, 각 매장에서 접수하거나 고객으로부터 직접 수거한 세탁물을 모두 이 곳으로 가져옵니다. 대신 아뜰리에 외 블랑 매장은 세탁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외관을 갖추고 친절한 스태프로 무장한 이 매장들은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친환경 세탁소 블랑을 알리는 브랜드 전초 기지에 가깝습니다. 오프라인 공간이 가지는 존재감을 기반으로 아직 프리미엄 친환경 세탁이 익숙치 않은 소비자들을 교육하는 역할입니다. 그렇기에 모두 직영으로 운영하고, 메릴본(Marylebone), 노팅 힐(Notting Hill), 첼시(Chelsea) 등 경제력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확장하며, 해박한 세탁 지식과 서비스 마인드를 가진 직원들이 고객들을 응대합니다.

 

<<< 블랑 홈의 제품 일부를 모아 매장 안에 진열해 둡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블랑은 단순한 세탁소를 넘어 친환경 하면 떠오르는 리빙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를 지향합니다. 2016년에 런칭한 블랑 홈(Blanc Home)에서 그 방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블랑 홈은 친환경 홈케어 제품들을 모아 판매하는 편집숍 브랜드입니다. 에코버(Ecover)처럼 널리 알려진 브랜드 외에, 유명하지 않지만 품질 좋고 진정성 있는 브랜드를 엄선해 소개합니다. 분야를 세탁으로만 한정하지 않습니다. 주방, 욕실, 거실, 침실 등 집안 구석구석에 필요한 제품들을 소개합니다. 세탁을 친환경으로 하려는 고객들이라면 생활하는 공간에서도 친환경적인 삶을 살고 싶어할테니, 이들에게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일상의 친환경 지분을 높여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온라인 판매를 중심으로 하되, 각 지점에도 제품을 비치합니다. 순수한 느낌의 제품들이 가정집 같은 따뜻한 매장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한 몫 합니다. 2016년에 처음 런칭한 이래로 금세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유의미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블랑은 친환경 제품 판매로 세탁소라는 테두리를 벗어났기 때문에 세탁소의 규모를 넘어서는 경제성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친환경 제품 판매가 친환경 세탁소의 정체성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는 건 덤입니다.

 

친환경으로 얼룩진 세탁소

 

겉과 속이 다른 기업들이 있습니다. 아이를 위한 제품을 만들면서 정작 직원의 육아 휴직은 어려운 기업 문화라든지, 중소기업과 상생을 외치면서 협력사에게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등 천태만상입니다. 특히 친환경은 기업들이 단골로 채택하는 사회공헌 기조이기에 악용되거나, 텅 빈 구호로만 남는 경우도 많습니다.

 

블랑은 친환경이라는 단어에 묵직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단순히 독성 세제를 안 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운영 전반에 일관된 모습을 보입니다. 블랑에서는 종이와 플라스틱 사용을 공식적으로 금합니다. 모든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문서 없이 메일과 컴퓨터 시스템으로 합니다. 고객들에게도 접수증이나 영수증을 이메일로 보내지, 종이로 건네지 않습니다. 또, 블랑에서 쓰는 옷걸이, 세탁 주머니 등은 모두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입니다. ‘재활용 가능(Recyclable)’을 넘어 온전히 ‘재이용(Reusable)’할 수 있도록 향후에는 모두 에코백으로 바꾸려는 야심찬 꿈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원들에게 좋은 회사이길 바랍니다. 회사마다 직원에게 잘해주는 방식은 다르지만, 블랑에서는 작업 시 인체에 유해한 요소를 없애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세탁소에서 일하다가 후각을 잃거나 작업 중 노출된 화학 물질로 인해 퇴근 후에도 각성 상태가 지속되는 경험을 가진 이들이 많습니다. 블랑에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관리합니다.

 

블랑의 창업자 루도빅 블랑(Ludovic Blanc)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순위 안에 드는 은행인 제이피 모건(JP Morgan)의 부사장까지 지낸 인사입니다. 그가 회사를 그만두고 금융 커리어와 전혀 상관없는 세탁소를 돌연 차리게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루도빅이 제 멋에 취해 갑작스레 시작한 일은 결코 아닙니다. 그는 휴가를 아껴 프랑스 친환경 세탁소에서 인턴을 하기도 하며, 2년여의 시간에 걸쳐 차근히 준비해 왔습니다. 지금도 서두르지 않습니다. 지점 수를 늘리거나 서비스 지역을 넓히는 것보다 제대로 된 한 걸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 시장 환경에 친화적인 속도를 유지하는 그의 행보 덕분에 친환경 세탁소는 뽀송한 존재감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런던에서 찾은 비즈니스 인사이트가 더 궁금하다면?

 

참고자료

• 블랑 공식 홈페이지

• Can Blanc Build the Net-a-Porter of Dry Cleaners?, Business of Fashion

• 드라이 클리닝 세탁소에서 왠 화재가?, Naver 지식백과

• 물세탁과 드라이 클리닝, zum 학습백과

• 세제, 바로 알고 바로 쓰기, 37.2 Style in-vivo의 블로그

• Laundrapp to launch washing service in 15 more countries, Telegraph

• BLANC: The Green, Clean Clothing Movement, Ethical Unicorn

• BLANC rethinks the dry-cleaning process – without the poisons, The Gardian

• Laundrapp’s CEO on disruption and why it shies away from digital marketing, Marketing Week

• All washed up… it’s the end of the launderette: Just 3,000 remain across the country because 97% of homes now have their own washing machine, Daily 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