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px

#70. 발리에서의 한달살기 괜찮을까요?

휴양지에서 한달을 살면 어떨까요?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처럼 보이지만, 막상 한달을 산다고 생각해보면 사람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휴양지에서 보내는 며칠은 누구나 좋아합니다. 바다나 산 등 자연을 벗삼아, 일상과 단절된 나만의 시간을 갖는게 싫을 리 없지요. 그러나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 작동합니다. 심심함보다 안락함의 크기가 컸던 시기를 지나가면, 심심함이 안락함을 넘어서는 때가 오는 것입니다. 홀로 있는 시간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심심할 지언정 여전히 안락하겠지만, 도시의 분위기, 다양성, 문화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휴양지에서 한달을 사는게 누구에게나 좋은 기회는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리라면 누구나 같은 답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7시간 내외로 갈 수 있는 휴양지 중에 가장 다채로운 곳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휴양지로서 가지고 있는 기본 인프라가 탄탄합니다. 발리는 섬이라 바다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섬 중앙 부분에는 ‘우붓’이라는 정글 지형이, 섬 북쪽에는 ‘낀따마니’라는 화산 지대가 있습니다. 자연 환경도 다채로운데, 자연과 조화를 이룬 다양한 가격대의 리조트들과 빌라들도 많아 휴양을 즐기는 데 손색이 없습니다. 여기까지라면 다른 휴양지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 풍경에서 눈을 돌리면 그 때부터 발리의 숨어 있는 매력이자, 다른 휴양지와 다른 차별적 경쟁력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발리는 리조트나 빌라에서 나와도 혹은 리조트나 빌라에 머무르지 않아도 갈 곳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지역들이 공항 인근에 바다와 인접한 꾸따, 짱구, 스미냑 등입니다. 이 곳에는 볼거리, 살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합니다. 각 지역마다 특징이 있는데 꾸따는 밤거리가 화려하고 북적거리는 곳으로 유원지에 온 듯한 느낌이 들고, 짱구는 곳곳에서 개성이 도드라지는 가게들을 볼 수 있어 힙한 분위기가 나며, 스미냑은 인테리어가 세련된 매장들이 즐비해 고급스러운 풍경이 연출됩니다. 이런 곳들이 있어 발리에서의 한달 살기는 심심함이 안락함을 넘어서기가 어렵습니다.

 

이 중에서도 도시의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스미냑 지역입니다. 대도시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수준 있는 매장들이 즐비하기 때문입니다. 고층 빌딩 없는 도심에 왔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스미냑 거리를 지나다보면 세련된 매장들의 모습에 익숙해지는데, 그 와중에서도 눈에 띄는 가게가 있습니다. 레스토랑이자 바인 ‘차르 차르(Char Char)’입니다.

 

 

차르 차르는 창문이 없어 내부가 그대로 보입니다. 창이 없는 것보다 더 특징적인 건 내부 구성입니다. 3층 정도 높이인데, 층으로 구분하지 않고 내부를 계단식으로 만들어 좌석이 모두 길거리를 내다볼 수 있게 디자인했습니다. 마치 길거리를 무대 삼은 노천 극장 같습니다. 실제로 이 곳에선 스미냑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풍경삼아 음료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유리창이 없고 공연장 좌석처럼 되어있는 곳에서 바라보기에 거리의 풍경이 새롭게 보입니다.

 

그런데 이 곳에 앉아 가만히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다 보면 흥미로운 현상이 감지됩니다. 차르 차르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길거리의 행인을 바라보는 것처럼, 길거리의 행인들도 거리를 지나가면서 차르 차르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한번씩 바라봅니다. 유리창이 없으니 내부가 훤히 보이고, 좌석의 구조가 특이하니 눈에 띄며, 거기에다가 사람들이 앉아 있으니 행인들의 시선이 가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마치 거리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차르 차르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리의 풍경이 된 듯합니다. 거리의 매장들과 행인들이 만들어낸 거리의 풍경이라는 외부 효과를 그냥 이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다른 매장들과 행인들에게 거리의 풍경이 되며 외부 효과를 재생산하는 셈입니다. 유리창 하나 없애고 좌석 배치를 바꿨을 뿐인데 모두의 경험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여행에서 미래를 만나보세요. 월 3,900원에 모든 온라인 콘텐츠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한 달 무료 체험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