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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다른 ‘크리스마스 트리’ 찾기

12월의 도시 여행에는 특별한 재미가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하여 도시마다 한 해 동안 참아온 낭만을 뽐내기 때문입니다. 도쿄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크리에이티브가 가득한 도시인 만큼 크리스마스 시즌을 표현하는 방법도 남다릅니다. 그래서 <퇴사준비생의 도쿄> 스핀 오프(Spin off) 콘텐츠 취재를 위해서 방문한 12월의 도쿄는, 여느 때와 달리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 다른 ‘크리스마스 트리’를 발견하는 소소한 기쁨이 있었습니다.

 

마루노우치 지역에 있는 KITTE에서 만난 크리스마스 트리는 스케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차별화합니다. 중앙의 공간이 6층까지 트여있는 KITTE의 독특한 구조를 활용해서, 실내에 설치할 수 있는 가장 큰 크리스마스 트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한 것입니다. 스케일로만으로도 시선을 압도하는데, 여기에다가 크리스마스 트리에 조명으로 시시각각 다채로운 색을 입혀 계속해서 시선을 강탈합니다. 침엽수림의 녹색 혹은 눈덮힌 흰색의 전형적인 크리스마스 트리 색이 아닌 노랑, 주황, 보라색 등을 입은 크리스마스 트리는 몽환적이기까지 합니다. 또한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모습을 형상화해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주는 낭만도 표현했습니다. 언뜻 봐도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에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었을 것 같은데, KITTE가 이렇게까지 공을 들이는 이유가 있을까요?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 몰려들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KITTE에 방문한 사람들이 SNS에 올리는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이 또다른 사람들의 발걸음을 KITTE로 이끌고, 그렇게 KITTE를 방문한 사람들이 KITTE 매장에서 구매를 하는 고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롯폰기 지역에 있는 미드타운 빌딩 지하에서 만난 크리스마스 트리는 트리 없이 트리를 표현하며, 크리스마스에 해야할 일을 넌지시 알려줍니다. 트리 모양의 진열장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선물로 어울리는 제품들을 진열해 두었습니다. 미드타운 내의 몰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들이 판매하는 제품들을 소개해 선물로 사고 싶은 사람들이 매장을 찾아갈 수 있게 크리스마스 트리를 모티브로 일종의 편집 쇼룸을 만든 셈입니다. 제품 옆에는 브랜드 이름과 매장의 위치가 적혀 있습니다. 지하철과 연결되어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브랜드와 제품을 노출해 구매로 연결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트리입니다. 또한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진열장 하단 부분에는 12월 25일까지의 날짜를 트리 모양으로 배열하여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시키면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알립니다.

 

츠타야 롯폰기 점에서도 트리 없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전등을 트리 모양으로 배치해 크리스마스 트리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인테리어적 요소로 공간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가져다 주는 효과도 있지만, 크리스마스 트리 주변의 구성을 보면 그 이상의 목적이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하여 선물하기 좋은 제품들을 제안하고 있고, 모니터에 그 제품들 중 일부를 홍보하는 동영상을 틀어 놓았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선물을 제안하는 코너로 사람들의 시선을 이끌고, 제안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상징적 역할을 합니다.

 

이 외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다른 매장들과의 차별성을 갖기 위해 크리스마스 트리의 틀을 깨는 시도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긴자 지역에 위치한 니콜라스 G. 하이에크 센터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끈과 방울만으로 미니멀하면서도 감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피카소가 소를 추상화한 그림이 떠오를 만큼 고민의 깊이가 느껴지는 크리스마스 트리입니다.

 

마로니에 빌딩도 긴자 지역에 있는데 그 빌딩 앞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거꾸로 세워 놓아 출입에 따른 고객 시야를 확보하면서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트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좁은 출입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지혜입니다.

 

니혼바시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장식으로 쓰이는 포인세티아 꽃을 전면에 내세워 포인세티아 꽃만으로 정갈하면서도 눈에 띄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었습니다. 부재료를 주재료로 활용해 만든 효과입니다.

 

롯폰기의 미드타운 갤러리아 몰에 있는 타사키 매장에서는 선물 포장 끈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형상화한 포스터를 제작했습니다. 그 크리스마스 트리에 타사키 장신구를 걸어 놓아 크리스마스 분위기 연출과 제품 홍보를 동시에 하고 있었습니다.

 

아사쿠사 지역의 된장국과 오니리기가 주메뉴인 조그마한 식당에서는 소박하게 크리스마스 트리를 문고리에 걸어 두었습니다. 식사를 하고 문을 나서는 고객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속삭이는 듯했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크리스마스 트리들만으로도 다름이 한아름인데, 도쿄를 떠나는 길목인 공항에서까지 크리스마스 트리를 다르게 연출해 보여줍니다. 하네다 공항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갈대같이 앙상한 나뭇가지에 빛의 꽃을 피워 크리스마스 트리 터널을 만들어 놓습니다. 화려하기 보다 영롱한 빛이 공감각을 자극하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더 눈에 띄는 건 천장에 빛을 투영해 만든 나뭇잎들입니다. 천장에 등장한 나뭇잎 덕분에 공항의 기둥이 나뭇 가지로 바뀌고, 가상의 나뭇잎과 실재의 기둥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트리를 만들어 냅니다. 전형적인 크리스마스 트리는 아니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트리입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하여 한 해 동안 참아온 낭만을 곳곳에서 뽐내고 있기에 12월의 도쿄를 여행할 때면 영감의 보너스를 받는 기분이 듭니다. 12월의 도쿄가 더 매력적인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