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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2020년 소원을 비셨나요?

 

대학생일 때의 재미 중 하나는 회사에 다니는 선배들을 찾아가 밥을 얻어 먹으며 학교 밖의 세상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습니다. 한 번은 을지로에서 근무하는 선배를 찾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선배와 함께 학교를 다닐 때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던 터라, 을지로를 가는 발걸음이 경쾌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선배는 맛있는 밥을 산다며 명동으로 저를 데리고 갔습니다. 저녁 식사 장소가 어딘지도 모르고 무작정 선배를 따라 가고 있었는데, 명동 성당을 지날 때 한 쪽 구석에서 할머니 한 분이 기도를 하고 계신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멀리서 봐도 온 몸에 간절함을 담았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여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성당 근처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는데, 놀라운 풍경은 저녁 먹은 후에 펼쳐졌습니다. 저녁을 먹고 돌아가는 길에도 그 할머니는 여전히 간절한 모습으로 기도를 하고 계셨습니다. 선배와 한참 수다를 떨었기 때문에 꽤 긴 시간이 흘렀고, 겨울 막바지라 추위가 여전한데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그 모습 그대로 기도를 하셨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으시길래 저렇게 멀리서 봐도 간절함이 느껴지게 기도를 하실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뿐이었습니다. 학생일 때의 젊음으로는 그 풍경이 인상적이긴 했어도 이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머리 속 한 켠에 을지로를 대표하던 장면으로 남아 있던 풍경이 가끔씩 떠오르는 건, 나이가 들면서 그 할머니의 기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대학생 시절에는 공부한다는 이유만 갖다 붙이면 대부분이 허락되었고, 공부 말고는 어떤 것도 시작하지 않았기에 모든 것에 백지 상태의 가능성이 있었으며,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몇배는 더 많아 시간마저도 내 편인 듯 했습니다.

 

반면 졸업을 하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는 모든 것들이 반대로 바뀌었습니다. 어떤 일을 허락 받기 위해선 온갖 이유를 갖다 붙여도 될까 말까하고, 그동안의 경력들이 스스로의 가능성에 의문을 던지기도 하며,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면서 내 편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갔습니다. 그 뿐 아닙니다. 뜻대로 살고 싶어도 뜻하지 않게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정답은 없지만 나만의 답을 찾기 위해 하염없이 헤매기도 하며, 별 일없이 사는게 별 일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 모든 것을 계획, 의지, 그리고 실력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운적인 요소들이 있기에 때로는 소원을 빌거나 기도를 하는 게 아닐까요?

 

어쩌면 남들은 이미 다 알았을텐데, 종교가 없는 저는 명동 성당 옆을 지나며 마주친 풍경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전히 종교가 없지만, 나이가 들어 가면서 삶의 무게도 늘어나기에 소원을 빌거나 기도를 하고 싶은 항목이 계속해서 늘어납니다. 제가 할아버지가 될 때쯤이면, 10여년 전에 봤던 그 할머니처럼 소원을 빌거나 기도를 하는 데 한참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2019년을 보내고 2020년을 맞이하며 떠오르는 소원들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그 중 하나를 공유한다면 ‘퇴사준비생의 여행’을 독자 분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콘텐츠로 만들고 싶다는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는지에 대한 여부는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 소원과 기도의 영역으로 남겨두지만,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응원을 받기 위해 적어도 저를 비롯해 트래블코드가 할 수 있는 고민과 시도는 아낌없이 담아내겠습니다.

 

2019년 한 해 동안 보내주신 성원에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2020년에도 여행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콘텐츠를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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