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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는 습관

고정비를 최소화한다는 기준은 명확했습니다. 생존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허름한 건물 4층에서 이보다 더 낮출 수 없는 월세로 사무실을 사용했습니다. 그렇게 2년을 일하다가 위워크 종로타워점으로 사무실을 옮겼습니다. 형편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비용을 생각하면 기존 사무실 계약을 연장하는 편이 나은 선택이었고, 고정비를 최소화한다는 기준도 달라질 리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공유 오피스 혹은 위워크에 대한 선호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을 옮긴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종로타워의 33층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입니다.

 

<퇴사준비생의 도쿄>에서 소개한 ‘아카데미 힐즈’의 분위기를 서울에서도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아카데미 힐즈처럼 고층 빌딩의 최상층부가 레스토랑이나 바의 전유물이 아니라 지적유희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고객 관점에서 상상해도 서울의 야경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지적인 영감을 받는 경험은 낭만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서 그런 공간을 구현한다면 종로타워 33층이 가장 적합할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이유는 3가지 입니다.

 

첫째로, 종로타워의 배치입니다. 종로타워는 도심의 다른 건물들과 달리 대지 위의 네모 반듯하게 위치하지 않고 사선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창밖을 내다보는 시선의 각도가 달라 33층에서 보이는 도심의 풍경이 새롭습니다. 둘째로 2개 층은 족히 터놓은 듯한 종로타워 33층의 층고가 생각을 트이게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건물에서는 찾기 힘든 높이입니다. 마지막으로 여느 고층 빌딩과 달리 종로타워에는 보안 검사대가 없습니다. 외부인의 출입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입니다. 이런 특징의 종로타워 33층을 위워크가 공용 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곳에서 강연이나 이벤트를 진행하면 아카데미 힐즈의 분위기를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분에 넘치는 의사 결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을 이전했습니다.

 

목적은 종로타워 33층을 활용하는 것이었는데, 고려하지 않았던 부수적 혜택이 있었습니다. 위워크가 글로벌 도시에 퍼져있다보니 도쿄로 출장을 갔을 때 도쿄에 있는 위워크를 이용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코메야의 사업부장과의 미팅을 하러 가기 전에 일을 하기 위해 위워크 긴자식스점을 갔습니다. ‘스카이 트리’ 타워가 보이는 전망도 인상적이었고, 다다미 형식의 좌석이 있는 것도 특징적이었지만 무엇보다 기억이 남는 건 1층에서 위워크를 찾아가기 위해 확인했던 긴자식스의 입주사 안내판입니다.

 

긴자식스 오피스 구역의 입주사 안내판은 보통의 안내판과는 다르게 입주사를 구분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층별로 입주사를 구분하는 반면 긴자식스에서는 입주사 이름의 알파벳 순으로 우선 배열한 후 층을 표기합니다. 입주사 리스트가 적혀 있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지만, 고객 관점에서 보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층으로 구분을 할 경우 방문하고자 하는 곳의 층을 모르면 입주사 전체를 훑어야 하는데, 알파벳 순으로 표기를 할 경우 방문 고객들이 찾고자하는 입주사의 이름만 알면 어디에 있는지 발견하기가 더 수월해집니다.

 

긴자식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사소한 배려 덕분에 일하러 가는 발길이 더 가벼워졌지만, 생각지도 못한 사소한 부분까지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는 습관에 영감을 받으며 생각은 무거워졌습니다. 고정비를 최소화하려는 습관만큼이나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