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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건물의 장례식을 치른 이유

건물의 장례식.

낡고 오래된 하숙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하숙을 하던 도쿄 예대 학생 ‘미야자키 미츠요시’가 기획한 이벤트입니다. 그는 자신이 살던 건물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고 아쉬워 집주인에게 건물을 부수기 전에 전시회를 열자고 제안합니다. 집주인도 건물의 마지막을 기념해서 나쁠 게 없고, 대학생의 순수한 마음을 모르지 않기에 제안을 수락합니다.

 

건물의 장례식이자 아트 전시회인 ‘하기엔날레’가 열리자 뜻밖의 반응이 있었습니다. 인적이 드문 동네에 3주 동안 1,500여명이 다녀가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건물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이벤트였지만, 역설적이게도 집주인은 이 전시회 때문에 건물을 부수지 못했습니다. 낡고 오래된 건물이 문제가 아니라 낡고 오래된 방식이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건물의 가치를 재인식한 집주인은 건물의 장례식을 기획했던 미야자키 미츠요시에게 건물 리모델링을 맡깁니다. 그는 건물을 그대로 둔 채, 하숙집을 ‘하기소’로 재탄생시키며 공간에 활력을 불어 넣습니다.

 

하기소는 2개 층으로 되어 있는데, 그는 1층을 카페 공간과 전시 공간으로 구성했고 2층을 ‘하나레’ 호텔의 리셉션으로 꾸몄습니다. 하나레 호텔은 온 마을을 호텔로 만든다는 컨셉을 가진 호텔로 호텔은 숙소 역할만 하고, 보통의 호텔이 제공하는 레스토랑, 세탁소, 목욕탕, 헬스장 등의 나머지 부가 기능은 동네의 시설을 연계해 제공하는 곳입니다. 하나레의 컨셉도 인상적이었지만, 더 눈에 띄었던 건 1층의 공간입니다.

 

카페야 평범했지만, 전시장은 건물의 장례식을 통해 재탄생시킨 공간답게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려는 고민의 흔적이 담긴 곳이었습니다. 건물이 만들어지고나서의 히스토리뿐만 아니라 하기소로 바꾼 후 그동안 진행했던 다양한 이벤트의 내용들을 이미지와 함께 벽면을 따라서 기록해 두었습니다.

 

빼곡하면서도 정갈하게 정리한 비법이 무엇일지 궁금해 한참 들여다 보고 있는데 2가지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전시, 공연 등 이벤트의 종류에 각각의 고유한 색깔을 부여하고 원모양으로 인덱스하여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색깔을 인덱스로 활용하는 건 기록을 깔끔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요소였지만, 다른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또다른 하나는 아무리 디코딩해도 해석을 할 수 없었습니다. 기록의 중간 중간에 0/58, 1/59, 2/60 등 분수로 표현한 숫자들이 있고 기록의 마지막에는 5/63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는데, 어떤 의미를 담은 건지 도무지 추측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 숫자나 적은 것은 아닌 듯 보여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직원에게 물어봤습니다.

 

“분모는 건물의 나이이고, 분자는 하기소의 나이입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던 이유였습니다. 건물의 형태를 보존하는 건 물론이고, 건물이 겪어온 세월까지도 기록으로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벽면을 따라 빼곡하면서도 정갈하게 나열한 숫자와 글자, 그리고 이미지는 건물이 버텨온 시간을 지키면서, 건물이 거듭난 공간까지 표현하는 세련된 방식이었습니다.

 

하기소의 센스에 감탄하며 전시장 중앙으로 시선을 돌리자, 하기소가 매월 발간했던 소식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벽면의 기록만큼이나 정갈하고 반듯하게 소식지를 진열해 두었습니다. 어떤 내용을 전하는지가 궁금해 소식지를 펼쳐 들었다가, 하기소의 센스에 또한번 무릎을 쳤습니다.

 

소식지 한 켠에서 스카이트리, 도쿄 타워 등 도쿄의 상징적인 고층 빌딩들과 2층짜리 하기소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비교의 대상이 아닌데, 고층 빌딩들과 하기소를 대비시키며 낡고 오래된 건물의 위풍당당함을 끌어올렸습니다. 하기소를 다시 보게하는 반전이 있는 이미지였고, 그 반전에서 위트와 함께 포부가 느껴졌습니다.

 

건물의 장례식을 치를 때 집주인이 계획했던 것처럼 자본이나 기술로 낡고 오래된 건물을 새롭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기소를 만든 미야자키 미츠요시처럼 생각만으로도 낡고 오래된 건물을 재탄생시킬 수 있습니다. 결국 공간이 생명력을 잃는 건 건물의 수명이 다해서가 아니라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퇴사준비생의 홍콩
목화씨부터 심는 셔츠 전문점 – 파이

자라, H&M 등 옷의 기획, 생산, 유통 단계를 모두 전담하는 SPA 패션 브랜드가 스스로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옷의 원재료를 만드는 일입니다. SPA 브랜드가 A to Z를 하는 것 같지만, SPA의 일은 보통 원단을 떼어오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B to Z를 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홍콩의 셔츠 전문점 파이(PYE)는 목화씨부터 심습니다. 10여 년에 걸친 씨앗 R&D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최고급 품종을 생산하고, 구현하고자 하는 디자인에 최적인 원단을 기획해 자체 제작합니다. 옷을 만드는 데까지 필요한 A to Z를 다 하는, 진정한 SPA 브랜드인 것입니다. 이쯤되면 범접할 수 없는 가격대일 것 같은데 가격은 합리적인 편입니다. 어떻게 가능할까요? 세상에 없는 완벽한 셔츠를 만들기 위해 세상에 없던 방식으로 접근하는 파이의 A to Z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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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의 상징, 유리 피라미드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낭만적일까요? 에어비앤비와 루브르 박물관이 유리 피라미드 개관 30주년을 맞이해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은 진부한 박물관의 이미지를 벗고, 에어비앤비는 격이 높아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으니 일거양득입니다. 아직 신청이 가능하다고 하니, 파리 여행을 계획 중인 분들이라면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퇴사준비생의 여행 뉴스레터 구독자들 중에 행운의 당첨자가 나오기를!)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 소득대비 주택 가격, 주택 가격 상승률 등 주거 비용과 관련된 지수에서 홍콩은 1위를 놓치지 않습니다. 단순히 땅은 좁은데 수요가 많아서라고 생각하기에는 런던, 도쿄 등의 도시들과 비교해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이 말이 되지 않습니다. 빼곡한 홍콩의 아파트들을 보며 한 번쯤 가졌을 법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복스(Vox)가 취재했습니다.

 

올해에만 58만 명이 방문한 ‘타이베이 국제 도서전(Taipei International Book Exhibition)’은 아시아에서 북경 국제 도서전 다음으로 큰 도서전입니다. 대만 인구가 한국 인구의 절반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국제 도서전의 3배 규모에 달합니다. 중국과의 특수한 관계로 인한 외교적 고립이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도 승승장구하는 타이베이 국제 도서전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2020년 타이베이 국제 도서전의 주빈국으로 한국이 선정되었다고 하니, 내년에는 직접 방문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는 4월 18일(목) 에는 패스트파이브 강남 3호점에서 공동저자 김주은님과 함께 하는 북토크가 열립니다. 패스트파이브 멤버라면 저자와 함께하는 북토크, 놓치지 마세요!

 

눈치를 채신 분들도 있을텐데, 지난주부터 새로운 도시 ‘Hong Kong’의 콘텐츠가 오픈되었습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홍콩의 숨겨진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무엇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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