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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잡이에겐 낯선 매장 – 레프티즈

왼손잡이는 서럽습니다. 인구의 90%가 오른손잡이인지라, 일상제품부터 공공시설까지 오른손잡이에게 친화적으로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하철 개찰구에서 교통카드를 찍을 때, 운전을 하려고 시동을 걸 때, 자판기에 동전을 넣을 때 등 오른손잡이에겐 인지조차 안되는 순간들조차 왼손잡이에게는 신경이 쓰이는 대상입니다. 제품을 만들거나 사회적 합의를 할 때 다수를 위한 선택을 한다는 전제를 고려하면 이해는 가지만, 여전히 왼손잡이들은 불리함을 느끼고 불편함을 겪습니다. 소수로서 차별받고 있으나 사회적 약자라고 보기엔 어렵고, 그렇다고 해서 사회에서 소외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는, 그렇지만 누구도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지 않는 왼손잡이들의 서러움을 달래주는 곳은 없을까요?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왼손잡이의 편을 들어주는 ‘레프티즈’가 있습니다.

 

Quick view

• 들어가며
• 불편을 공략한다
• 빈틈을 공략한다
• 확률을 공략한다
• 공감이 없는 공략은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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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인구 중 왼손잡이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요? 오른손, 왼손 둘 중 하나를 쓰는 거니까 확률적으로는 50%에 가까워야 하지만, 실제로 왼손잡이는 그 근처에도 못가는 10% 수준입니다. 하지만 야구장으로 가면 수치가 달라집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약 25% 정도의 선수가 왼손잡이입니다. 평균보다 2.5배 높습니다. 이를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로 좁혀보면 왼손잡이의 비율이 더 올라갑니다. 좌완투수의 경우는 전체 평균과 유사한 25% 수준이지만, 좌타자의 비율은 무려 45%로 높아져 확률적 수치인 50%에 가까워집니다. 이유가 뭘까요?

 

우수한 성과를 거둔 좌타자 비율이 좌타자 비율의 평균을 훨씬 웃도는 건, 야구가 왼손 타자에게 유리한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좌타자는 우타자보다 1루에 더 가까운 곳에서 타격을 합니다. 그래서 1루까지 뛰는 거리가 5피트 가량(약 1.5m) 짧습니다. 여기에다가 뛰는 방향도 좌타자의 편입니다. 우타자의 경우 스윙을 하면 몸이 3루 쪽으로 돌아가서 1루로 나가려면 관성을 역행해야 하는 반면 좌타자는 스윙 후 몸이 자연스럽게 루 방향으로 향해서 관성을 유지하면서 뛸 수 있습니다. 뛰는 거리도 짧고 스타트도 빨리 할 수 있으니 좌타자가 1루에 도착하는 시간이 우타자 대비 0.17초 가량 줄어듭니다. 내야 땅볼에도 살아나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셈입니다.

 

야구장 구조는 내야 땅볼뿐만 아니라 장타를 칠 때도 좌타자에게 우호적인 환경입니다. 장타의 경우 당겨치는 비율이 높은데, 우타자가 당겨치면 좌익수 쪽으로 공이 떨어져 송구 거리가 짧아지는 바람에 3루까지 뛰기가 어려운 반면, 왼손 타자가 당겨치면 우익수 쪽으로 공이 흘러 송구 거리가 멀어지므로 3루까지 뛸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됩니다. 3루타를 칠 확률도 높아집니다.

 

또한 우완 투수 비율이 높은 점도 좌타자에게는 도움이 됩니다. 투수가 공을 140km의 속도로 던졌을 때 0.47초면 포수에게 도착합니다.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에 판단을 해야 공을 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때 우타자가 우완 투수를 만나면 등 뒤에서 공이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 공의 릴리즈 포인트가 늦게 보이는 반면, 좌타자는 공을 좀 더 일찍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의 75%를 차지하는 우완 투수를 상대할 경우 좌타자가 우타자보다 유리합니다. 실제로 좌타자가 우완 투수를 상대로 안타를 칠 확률이 4% 정도 높습니다.

 

이처럼 야구장은 왼손잡이에게 친화적인 곳이지만, 야구장 밖의 세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인구의 90%가 오른손잡이인지라, 일상제품부터 공공시설까지 오른손잡이에게 친화적으로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제품을 만들거나 사회적 합의를 할 때 다수를 위한 선택을 한다는 전제를 고려하면 이해는 가나, 여전히 왼손잡이들은 불리함을 느끼고 불편함을 겪습니다. 그렇다고 왼손잡이들을 사회적 약자로 보기도 어려워서 시민 단체 등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거나 정부가 그들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주는 경우도 드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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