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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시민들이 가스공장 벽을 오르는 이유 – 클래테르베르켓

스톡홀름에서는 130년 된 가스공장에서 실내 클라이밍을 할 수 있습니다. 둔탁한 공장 설비와 스웨덴 특유의 감각으로 디자인한 암벽 간의 대비가 18m 높이만큼 아찔합니다. 그렇다고 공장 설비를 관상용으로만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옷걸이, 바 테이블, 손잡이 등 새 역할을 부여해 달라진 쓰임새를 찾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스웨덴 최대 실내 암벽등반장 클래테르베르켓(Klätterverket)이 얼마나 창의적으로 옛 공간을 살려냈는지 확인해 보세요.

 

Quick View

• 들어가며
• #1. 극적인 대비가 공간을 살린다
• #2. 오래된 설비에 새 역할을 부여한다
• #3. 경쟁하기보다 경험하게 한다
• 새로운 발상은 오래된 건물에서 나온다

 

본 콘텐츠는 읽는 데 총 10분 정도 소요됩니다.


 

2003년의 어느 날 스웨덴 남부 발틱해의 한 항구 도시에는 수많은 시민이 모여들었습니다. 이 날은 스웨덴의 대표적인 공업 도시 말뫼(Malmö)의 상징이었던 코쿰스(Kockums) 조선소의 대형 크레인이 해체되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중공업 강국이었던 스웨덴은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라 조선업에서의 경쟁력을 잃어버렸고, 결국 이 크레인은 단돈 1달러에 한국의 현대중공업에 팔렸습니다. 이 크레인이 해체되어 울산으로 떠나던 날 현지 방송에서는 장송곡이 흘러나왔으며, 수많은 말뫼의 시민은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말뫼의 눈물’ 이야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한때 말뫼의 자랑이었던 조선소 부지가 쇠락해버린 도시를 상징하는 장소로 남게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대형 크레인이 해체된 지 약 17년이 지난 지금, 말뫼의 폐조선소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제 말뫼는 유럽 최고의 스타트업 도시 중 하나입니다. 말뫼 대학의 설립을 계기로 스웨덴 중앙 정부와 지역 단체, 기업들이 합심하여 도시의 변신을 이끌어낸 결과입니다. 이제 하루 평균 7개의 스타트업이 이곳에서 창업하고 있으며, 말뫼는 더이상 중공업이 아닌 첨단 IT, 바이오 도시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구심점이 된 시설이 바로 황량하게 버려졌던 조선소였습니다. 폐조선소 단지는 이제 말뫼 대학과 스타트업들을 위한 공간으로 전환되어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젊고 활기찬 공간으로 부활했습니다. 조선소의 대형 크레인이 해체될 때 흘렸던 ‘말뫼의 눈물’은 도시의 부활을 지켜보는 시민의 ‘기쁨의 눈물’로 대체되었습니다. 이처럼 도시의 재생에 있어 해당 지역의 상징성을 지닌 공간을 활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말뫼에서와 같이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도 폐공장 부지를 기반으로 유럽 최대의 친환경 지구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진행중입니다. 바로 스톡홀름의 가스공장 가스베르켓(Gasverket) 단지 재개발 프로젝트입니다.

 

<<< 유럽 최대 규모의 친환경 신도시 개발 지구 내에 위치한 스톡홀름의 가스공장 단지 가스베르켓. 가스공장의 주요 건물들은 고풍스러운 내외관을 보존하며 신규 개발 지구의 핵심 시설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Gasverket

 

스톡홀름 가스베르켓은 1890년에 건설되어 2011년 가동이 중단될 때까지 도시에서 필요로 하는 가스를 저장, 생산 및 공급하는 공장 시설이었습니다. 이 지역은 스웨덴 왕가에서 소유한 스톡홀름 도심의 대규모 녹지 내 위치하여 오랫동안 개발이 제한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도시의 빠른 성장에 따른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해 최근 이 녹지의 일부 지역에도 마침내 신규 단지 개발이 허용되었고,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도시 중심부의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가능해졌습니다. 2030년까지 이곳은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친환경 스마트 단지로 거듭날 예정이며, 이 개발 지구의 중앙에 위치한 가스공장 단지는 향후 5년간 호텔, 리테일, 스포츠 시설들로 전환됩니다. 이 공장의 주요 건물들은 당시 스웨덴 최고의 건축가였던 페르디난드 보베리(Ferdinand Boberg)가 설계한 역사적인 건축물인만큼, 공장 내 주요 건물의 내외관은 보존되어 개발됩니다.

 

가스베르켓 공장 부지에서 단연 주목을 끄는 시설은 2019년 9월 오픈한 실내 암벽등반장, 클래테르베르켓(Klätterverket)입니다. 오래된 공장 건물 내부에 존재하는 암벽등반장 자체도 독특하지만, 여기에 스웨덴 특유의 공간 구성 철학과 감성이 더해져 이곳을 찾는 방문객에게 더욱 이채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남겨진 유물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실용성과 기능성을 강조하고, 창의적인 공간 구성을 통하여 과거와 현재가 하나의 공간 속에 공존하고 어우러집니다. 또한, 스톡홀름 시민들의 생활과 니즈를 섬세하게 반영하여 이곳이 사람들이 모여드는 활력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단지 과거의 흔적을 보존한 것을 넘어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스웨덴의 공간 재생 기술을 확인하고 싶다면, 이곳 클래테르베르켓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1. 극적인 대비가 공간을 살린다

<<< 암벽 옆으로 보이는 거대한 공장 설비들은 이 공간에 담겨있는 역사적 정체성을 상기해줍니다. 또한 멋지게 구부러진 가스 파이프들은 암벽을 오르는 이들에게 색다른 공간감을 전해줍니다.

 

클래테르베르켓 건물의 1층의 복도를 수평으로 가로지르면 작은 창문 너머로 커다란 오픈 공간이 드러납니다. 18m의 높이로 수직으로 뻗은 스웨덴 최대의 실내 클라이밍장입니다. 이 공간에 들어서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올리게 됩니다. 사방을 둘러싼 아찔한 암벽들 사이로 보이는 대형 가스 파이프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풍경이 방문객의 시선을 빼앗습니다. 그리고 줄 하나에 의지해 아찔한 암벽을 오르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오래된 공장 설비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합쳐져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독특한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등반 벽과 무채색에 거친 질감인 기존 공장 설비의 강렬한 대비는 방문객들에게 독특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시설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다양한 대비들은 이 공간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더욱 강조해줍니다. 무엇보다 화사한 색채의 인공암벽 시설과 오래된 공장 설비가 만드는 강렬한 대비가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스포츠 시설이라기보단 마치 아트 갤러리나 박물관의 체험 학습실에 와있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하얀 암벽에 박혀 있는 알록달록한 인공 손잡이(홀드, Hold)는 다소 둔탁한 느낌의 공장 건물을 보다 활기찬 공간으로 느껴지게 합니다. 이외에도 좁은 복도를 지나서 등장하는 거대한 오픈 공간, 수직으로 치솟은 암벽과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파이프 등 극적인 대비들이 곳곳에 녹아있습니다. 창의적인 공간 배치를 통해 만들어낸 효과입니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다소 단조로울 수도 있는 오픈된 공간을 지루할 틈 없이 즐길 수 있게 만듭니다.

 

<<< 스포츠 시설이라기보다는 아트갤러리의 느낌이 드는 독립된 클라이밍 공간입니다. 시설 곳곳에서는 스웨덴 특유의 공간 구성 및 인테리어 감각이 돋보입니다.

 

그런데 하고 많은 공간 중 왜 암벽등반장으로 개조한 것일까요? 레스토랑이나 바와 같은 일반 상업 시설로 개조할 수도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가스 공장 단지를 재개발하기로 했을 때 지역 주민과 개발사 사이에는 스톡홀롬 시민 누구나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실내 스포츠 시설을 만들자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하면서 겨울이 길고 해가 나 있는 시간이 짧은 스웨덴의 특징을 고려한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스 링크, 댄스 홀, 농구장 등 여러 실내 스포츠를 검토했고, 오랜 논의 끝에 결국 암벽등반장을 최종안으로 결정했습니다. 실현하기에 가장 도전적인 아이디어였기 때문입니다. 리모델링을 맡은 설계사는 건물 내부 공간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하는데 집중했습니다. 공식 대회 규격에 맞춘 대형 암벽 외에도 6~7개의 독립된 공간을 확보하여 다양한 클라이밍 기술을 훈련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또한, 초보자나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과 전문가를 위한 공간도 서로 구분되면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과거의 건물 구조를 보존하되, 열린 공간을 구성하는데 방해가 되는 시설은 과감히 제거한 흔적도 엿보입니다. 스웨덴 특유의 뛰어난 인테리어 감각과 공간 구성에 대한 감성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2. 오래된 설비에 새 역할을 부여한다

클래테르베르켓에서는 기존 건물을 보존하며 재개장한만큼 오랜 세월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건물 내부에 남겨져 있는 다양한 공장 설비는 방문객에게 이 공간의 역사적 정체성을 상기해줍니다. 그러나 단지 보여주기 위해 기존 공장 설비를 남겨놓은 것은 아닙니다. 클래테르베르켓은 박물관이 아닌 상업 시설입니다. 과거의 유물들은 전시가 목적이 아니며, 현재의 공간에서도 각자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구성하는데 있어 외관 뿐만 아니라 실용성과 기능성을 중시하는 스웨덴의 공간 활용 원칙이 엿보입니다.

 

<<< 역사적 의미가 있는 물건이라도 기능이 없다면 결국 공간만 차지하는 군더더기가 되기 쉽습니다. 옛 공장의 설비들은 각각 옷걸이, 바 테이블, 손잡이 등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아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건물 입구에 위치한 레스토랑 겸 카페인 매타르휘셋(Mätarhuset)에서는 이러한 공간 구성의 철학이 잘 드러납니다. 원래 가스 계량소(Metering house)였던 이 공간에는 수많은 가스 미터기, 파이프 및 다양한 가스 탱크로 꾸며져 있습니다. 건물 입구에 배치된 대형 가스통은 카페의 옷걸이로, 각종 가스 펌프들은 테이블 소품 등으로 사용됩니다. 멋지게 구부러진 가스 파이프들이 공간을 구획하고 있으며, 각종 수리 장비들을 보관하던 시설에는 이제 클라이밍 훈련 장비들이 들어있습니다. 가스 계측기를 재활용하여 만든 손잡이 또한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과거의 물건에 살아있는 기능을 세심하게 부여한 덕분에 이들은 더이상 과거의 유물이 아닌 새로운 시설의 일부로서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 시설 입구에 위치한 카페 겸 레스토랑 매타르휘셋(Mätarhuset). 오래된 가스공장 설비를 재활용하여 디자인한 이곳에서는 스웨덴 특유의 공간 구성 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기능 중심의 공간 구성은 실내 클라이밍 시설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튀어나온 대형 장비로 인해 암벽 설치가 어려운 곳에 역경사 암벽을 설치한 것이 눈에 띕니다. 해당 설비를 제거할 수도 있었고, 덮어서 가릴 수도 있었지만, 굳이 노출시켜 암벽의 장애물로 활용합니다. 덕분에 이곳을 찾은 등반자는 가스 설비를 피하며 암벽을 오르는 듯한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존 공장 설비의 역할까지 고민한 공간 구성의 노력으로 과거의 유물은 현재의 시설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습니다.

 

<<< 대형 가스 설비가 있는 벽에는 기존 시설을 해체하지 않고 역경사 암벽을 설치하였습니다. 오래된 설비가 현재의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게 하는 세심하고 창의적인 노력들이 엿보입니다.

 

#3. 경쟁하기보다 경험하게 한다

실내 암벽등반이 매력적인 스포츠인 건 분명하지만 누구나 쉽게 즐기는 인기 스포츠는 아닙니다. 이는 긴 겨울로 인해 다양한 실내 스포츠가 발달한 스웨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다른 유사 시설들과 경쟁하는 것보다, 클라이밍을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고객 기반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이에 클래테르베르켓은 다소 진입장벽이 느껴지는 암벽등반 시설에 누구나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우선 클라이밍을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사람도 쉽게 체험해볼 수 있도록 오픈 스쿨을 정기적으로 운영합니다. 클라이밍 전문가가 상시 대기하며 초보자도 부담없이 암벽을 오를 수 있게 지도해 줍니다. 쉬운 난이도의 코스로 오르면 초보자도 별도의 훈련 과정 없이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만큼, 직접 암벽을 오르는 체험을 제공하여 암벽등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낮춰줍니다. 또한, 월, 연 단위의 다양한 멤버십 프로그램과 동호회 활동을 연계하여 호기심으로 온 일회성 방문객이 클라이밍을 일상적으로 즐기는 회원으로 전환되도록 유도합니다.

 

<<< 실내 암벽등반은 약간의 훈련만 거치면 어린 아이들도 쉽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이곳에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어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클래테르베르켓은 온가족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합니다. 약간의 훈련만 거치면 어린 아이들도 충분히 안전하게 암벽등반을 즐길 수 있는 만큼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등반 장비들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6세 미만의 아이들은 무료이며, 초급자를 위한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 및 학생, 고령자를 위한 할인도 적용됩니다.

 

특히 대형 암벽 옆에 독립된 암벽등반 공간이 눈에 띕니다. 이곳은 온전히 어린 아이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실내 놀이방에서 십수명의 아이들을 위한 생일파티(Kalas)를 열어주는 걸 좋아하는 스웨덴의 최근 트렌드에 맞춰, 한 구획은 온전히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한 것입니다. 아이가 있는 부모들도 부담없이 방문할 수 있고, 어린 시절부터 암벽등반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멤버십 회원이 되어 평생 암벽등반을 즐길 수 있는 잠재고객이 됩니다.

 

<<< 건물 천장에 위치한 피트니스 시설. 암벽 손잡이로도 오를 수 있는 공간 구성과 거대한 파이프에 연결된 운동 장비들에서 이곳이 평범한 피트니스 시설과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카페, 레스토랑 외에도 건물 내외부에는 방문객을 위한 매력적인 부대 시설을 여럿 마련해 놓았습니다. 건물 중앙에 배치된 오래된 나선형 금속 계단을 오르면 공장 천장 부근에 피트니스 시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1층에서부터 암벽을 등반하여 오를 수도 있습니다. 머리에 닿을 듯한 천장의 대형 가스 파이프들과 나사에 연결된 링들은 이곳이 평범한 피트니스 센터와 다르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또한, 지하에 위치한 락커룸에는 사우나 시설도 갖추어 클라이밍 및 운동 후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새로운 발상은 오래된 건물에서 나온다

“기존에 있던 아이디어는 새로운 건물을 이용할 수 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는 오래된 건물에서 나온다.”

(Old ideas can sometimes use new buildings, but new ideas must use old buildings.)

 

– <미국 대도시의 삶과 죽음> 중 발췌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시계획가로 손꼽히는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의 말입니다. 늘 오래된 건물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그는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건 모던하고 혁신적인 건물이 아니라 낡고 오래된 건물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는 다소 모순적으로도 들리지만, 클래테르베르켓과 같이 성공적으로 재탄생한 공간을 찾아보면 이 말에 담긴 의미가 충분히 와 닿게 됩니다. 오래된 건물을 허무는 것은 그 공간 속에 담긴 기억과 흔적을 함께 파괴하는 일입니다. 오래된 건물은 단지 벽돌과 시멘트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넘어서 그 공간을 살아간 사람들의 역사를 함께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간 재생에 있어 무조건적인 보존이 옳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욱 중요한 것은 과거의 흔적을 현명하게 덜어내는 것이며,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서로 공존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클래테르베르켓은 이러한 창의적인 공간 재생 방법에 대해 다양한 힌트를 주고 있습니다. 단지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여 남겨두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시설과 효과적으로 어우러지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설에 가치를 더해줍니다. 또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스톡홀름 시민의 생활 양식과 그들의 필요를 담아내기 위한 다양한 노력으로 버려질 수도 있었던 공장 부지가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해당 지역의 재개발 계획에 있어서 실내 암벽등반장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앞으로 이 가스공장 부지에는 공연장, 호텔 등 또다른 창의적인 시설들이 계속해서 들어올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 지역의 방문객들은 이러한 주변 시설들과 연계하여 더욱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소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는 실내 암벽등반을 누구나 편하게 방문하고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더욱 중요한 이유입니다. 클래테르베르켓에서 시작된 창의적인 시도가 계속해서 이루어지며 말뫼에서 보여준 성공적인 도시 재생이 스톡홀름에서도 또다시 실현되기를 기대해봅니다.

 

 

<<< 향후 5년간 가스공장의 다른 건물들은 호텔, 공연장 등으로 전환될 계획입니다. 오래된 공장 시설을 재활용한 창의적 공간이 늘어갈수록 이 지역은 더욱 생기넘치는 장소로 거듭날 것입니다.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여행을 여행답게 만듭니다.”

여행의 묘미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계획한 일정을 숙제하듯 소화할 때가 아니라, 뜻밖의 상황을 느닷없이 마주칠 때입니다. 예정에 없었던 대화, 있는 지도 몰랐던 공간,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 경험하기 어려웠던 현상, 기대하지 않았던 디테일 등이 여행의 가치를 높여줍니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 계획을 세우는 건 중요하지만, 우연이 끼어들 여지를 남겨둘 필요도 있습니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여행에서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선물해 준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에 대한 기록이자, 계획할 수 없었기에 더 소중한 여행의 조각입니다.


‘스톡홀름 시민들이 가스공장 벽을 오르는 이유 – 클래테르베르켓’ 콘텐츠는 김상찬 저자가 작성했습니다.

 

스웨덴으로 이주한 후 일상 속에서 새로운 자극을 찾으며 꾸준히 성장하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지구환경시스템공학을, 스웨덴왕립공과대학(KTH)에서 산업경영을 전공하였고, 아서디리틀과 에이티커니에서 전략 컨설턴트로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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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크래테르베르켓 홈페이지
스톡홀름 시 Norra Djurgårdsstaden (Stockholm Royal Seaport) 단지 개발 계획
스톡홀름 시 Gasverket 개발 계획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 프로그램 – Stockholm Royal Seaport
Stockholm Royal Seaport VISION 2030
말뫼 코쿰스(Kockums) 조선소 재개발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1961, 제인 제이콥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