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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을 내세우지 않는 홍콩 최고의 채식 레스토랑 – 그래스루츠 팬트리

홍콩에는 분명 채식 레스토랑인데 채식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레스토랑 ‘그래스루츠 팬트리(Grassroots Pantry)’가 있습니다. 매장 설명에서 채식 관련한 표현은 없다시피 합니다. 모든 메뉴가 채식 단계 중에서도 가장 엄격하다는 비건(vegan)을 따르고 있고, 한 설문조사에서 아시아 채식 레스토랑 1위를 차지했는데도 말입니다. 드러내놓고 자랑할 법도 한데 왜 채식을 강조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그래스루츠 팬트리는 스스로를 어떤 레스토랑으로 정의하고 있을까요?

 

Quick View

• 들어가며
• #1. 초심자용 – 채식이 아닌 ‘건강식’으로 승부하기
• #2. 채식주의자용 – 메뉴는 기본, ‘채식적’인 운영 더하기
• #3. 셰프용 – 셰프가 채식에 동참하는 가장 참신한 방법
• #4. 그래스루츠 팬트리용 –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발행하는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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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의 장수 국가는 어디일까요? 100세 넘는 인구가 가장 많다는 일본이나 산 좋고 물 좋은 지중해 연안의 어딘가를 떠올릴 겁니다. 그런데 의외로 홍콩이 최장수국입니다. 2016년 세계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홍콩의 평균 기대 수명은 84.23세로 일본의 83.98세보다 앞섭니다. 사람들이 잘 몰랐을 뿐 지난 10년간 홍콩은 전 세계 장수국 10위권 밖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영토 10%에 인구 절반이 사는 초고도 인구밀도에 콘크리트 정글 등 분명 장수에 최선은 아닌 환경 속에서 홍콩 사람들이 오래 사는 비결이 궁금해집니다.

 

홍콩 사람들이 오래 사는 건 정부의 노인 대상 복지 정책 확대, 걷기에 최적화된 생활 환경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특유의 식습관도 한 몫 합니다.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 ‘음식이 곧 약이다’라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 홍콩식 식습관의 핵심입니다. 홍콩인들은 몸에 좋은 음식을 의식적으로 찾아 먹음으로써 식사로 병을 예방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렇다보니 홍콩의 국민 음식은 실제 한약재를 넣은 것이 많습니다. 홍콩의 아침 식탁에 빠지지 않는 스프 리탕, 푹푹 찌는 무더위를 이열치열로 다스리는 한방차 량차, 심지어 길거리 음식에도 한약재를 넣을만큼 한약재는 홍콩인들에게 친숙한 식재료입니다. 길을 걷다보면 한약방이나 약재상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건 기본입니다. 꼭 한약재까지 가지 않더라도 생선이나 닭은 갓 잡거나 살아있는 것을 선호하고 그날 먹을 분량의 식재료만 소량 사가는 등 재료의 신선함에 집착하는 것도 음식을 대하는 남다른 태도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약식동원의 식문화와 채식이 만나니 시너지가 폭발합니다. 홍콩은 한때 인당 육류 소비량이 연 140kg에 육박하며 세계 제일의 육식 애호국에 등극하는 등 채식과 가장 거리가 먼 도시였습니다. 과거에는 고기 살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채식이었던지라 비싼 고기가 더 몸에 좋다고 생각하고 채식이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약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다른 국가에서는 종교적 신념, 동물 권리 보호, 환경 보존 등의 이유로 채식을 하지만, 홍콩인에게 채식은 건강 식단으로서의 의미가 큽니다. 채식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암과 당뇨 발생률을 낮추며,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되는 등 정말 ‘약’처럼 기능한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한번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자 홍콩의 채식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17%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2018년 기준으로 홍콩 인구의 22%가 부분적 채식을 실천하고 있으며 고도 육식 애호가의 비중은 4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이러한 홍콩 채식 시장의 잠재력을 전 세계에서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가 투자한 식물성 대체 단백질 개발사 비욘드 미트(Beyond Meat)는 식물성 패티로 만든 비욘드 버거(Beyond Burger)의 첫 번째 해외 진출지를 홍콩으로 정했고, 영국의 샌드위치 전문점 프레따 망제(Pret a Manger)도 채식 샌드위치 브랜드 베지 프레(Veggie Pret)를 홍콩에서 최초로 선보이기에 이릅니다. 지금 홍콩의 외식계에서 채식은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이렇게 홍콩이 채식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가운데, 그 중에서도 가장 핫한 채식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2012년 문을 연 홍콩의 그래스루츠 팬트리(Grassroots Pantry)입니다. 빅 7 트래블(Big 7 Travel)이 전 세계 150만명을 대상으로 설문해 아시아 1위, 전 세계 8위 채식 레스토랑으로 그래스루츠 팬트리를 선정했고, 홍콩의 유력 매거진 홍콩 태틀러(Hong Kong Tatler)가 2018년 최고의 지속가능성 챔피언(Sustainability Champion)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외부에서는 그래스루츠 팬트리를 채식 레스토랑으로 소개하지만 정작 그들 스스로는 채식을 공공연하게 내세우지 않습니다. 채식 메뉴를 일부 포함하고 있는 반쪽짜리 채식 레스토랑과 달리 모든 메뉴가 철저하게 비건(vegan)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홍콩 전역을 휩쓸고 있는 채식 트렌드에 올라탈 법도 한데 그래스루츠 팬트리가 채식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 초심자용 – 채식이 아닌 ‘건강식’으로 승부하기

그래스루츠 팬트리는 홍콩인들의 약식동원 사상을 정확히 조준합니다. 신선하고 영양이 풍부한 식재료로 ‘치료하는 음식(food that heals)’을 만들 것을 약속합니다. 이를 위해 양질의 식재료를 공수함은 물론 식재료의 영양을 보존하고 최적화하기 위해 저온 조리, 콜드 프레스, 건조, 발효, 글루텐 프리 등 15여 가지 방법을 동원합니다. 조리 방식을 하나하나 메뉴판에 기재할만큼 열성입니다. 채식은 이러한 여러 방식 중 하나일 뿐 비건 요리 그 자체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스루츠 팬트리의 비전을 보면 그들의 지향점이 좀 더 분명해집니다. ‘To make food do good’, 즉, ‘음식이 좋은 일을 하도록 만들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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