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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맛, 낯설게 소환해 드립니다 – 잇 달링 잇

분명 정찬 레스토랑의 후식으로 나올 법한 고퀄의 디저트입니다. 그런데 홍콩 사람들은 이 디저트를 보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별안간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어릴 적 집에서, 거리에서 먹던 그 맛을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홍콩 디저트 가게 ‘잇 달링 잇(Eat Darling Eat)’에서는 추억의 맛이 낯설게 소환됩니다. 스프를 케이크로 바꾸고, 쓰촨 후추를 아이스크림에 넣고, 미슐랭급 플레이팅도 하고, 새로운 시도가 어색하지 않을 초현실적인 공간을 꾸리는 등 방법은 다양합니다.


홍콩은 미식의 도시답게 길거리 음식도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됩니다. 물론 미슐랭 ‘스타’는 아닙니다. 미슐랭에서 홍콩에 대해 예외적으로 ‘미슐랭 스트리트 푸드 가이드(Michelin Street Food Guide)’를 출시한 것입니다. 길거리 음식은 빨리 만들어야 하고 노상이거나 협소한 매장에서 손님들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야 하기에 정찬 요리만큼의 정교함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정찬 요리에서는 흉내내기 어려운 고유한 풍미와 개성이 있습니다.

 

<<< 마미 팬케이크(Mammy Pancake)의 에그 와플입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하며 동그란 모양을 따라 뜯어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willflyforfood
<<< 가가첨품(Kai Kai Dessert)의 검은깨죽입니다. 매일 직접 깨를 갈아 만듭니다. ⓒHong Kong Tourism Board
<<< 홉 익 타이(Hop Yik Tai)의 청펀(cheung fun)입니다. 쫄깃하고 미끌거리는 쌀떡에 피넛버터맛과 간장맛이 함께 나는 홉 익 타이 특제 소스를 버무려 내놓습니다. ⓒTime Out
<<< 와 위안(Wah Yuan)의 탕 위안(Tang Yuen)입니다. 정월 대보름에 먹기도 합니다. ⓒwillflyforfood

 

미슐랭 스트리트 푸드 가이드의 20여 개 음식점에는 햄버거나 인도네시아 꼬치 요리인 사타이 등 외국 음식을 파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오랜 세월 홍콩인과 동고동락한 로컬 음식이 주메뉴입니다. 국수, 딤섬, 덮밥 등 식사류도 많지만 홍콩 로컬 간식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그 와플, 두부 푸딩, 탕 위안(Tang Yuan), 통 수이(Tong sui), 두부피 스프 등 다양합니다. 케이크, 쿠키 등 베이커리류가 주를 이루는 서양 디저트와는 달리 홍콩식 디저트는 보통 찌고 끓이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이를테면 녹두, 흑임자 등으로 소를 채운 찹쌀 경단을 삶아 먹는 탕 위엔은 밤에 간단히 먹기에도 부담이 없고 속도 따뜻해져서 날씨가 쌀쌀해질 무렵 홍콩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야식입니다. 달달하지만 영양까지 갖춘 건강식이 많아 부모님들이 집에서 자주 해주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홍콩인들은 남녀노소할 것 없이 이 홍콩 간식에 대한 공통의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길거리나 허름한 노포에나 어울릴 법한 홍콩식 주전부리를 새롭게 풀어낸 곳이 있습니다. 2019년 2월 코즈웨이 베이의 쇼핑몰 패션 워크에 문을 연 잇 달링 잇(Eat Darling Eat)입니다. 홍콩 간식에 대한 추억이 없다면 그저 맛있는 디저트라고 생각하며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홍콩인들이라면 ‘아하, 그거!’하면서 무릎을 탁 칠 만한 메뉴들입니다. 우리로 치자면 인절미, 약과, 떡볶이, 엿 같은 전통 로컬 간식을 새롭게 선보이는 셈인데, 사람들이 알던 맛을 어떻게 재해석했을까요?

 

형태를 바꾼다

<<< 자색 고구마로 만들어 보랏빛을 띠는 홍콩 전통 디저트 고구마 통 수이입니다. ⓒ豆果美食
<<< 잇 달링 잇이 재해석한 고구마 통 수이입니다.

 

먼저 잇 달링 잇의 시그니쳐 메뉴인 고구마 통 수이(Sweet Potato Tong Sui)를 맛보겠습니다. 통 수이를 직역하자면 ‘달콤한 물’인데 여러 가지 재료와 설탕을 넣어 푹 고아 만드는 홍콩식 후식입니다. 고구마 통 수이는 물, 고구마, 생강, 야채, 사고(Sago)라는 전분을 한 데 넣고 끓이며, 자색 고구마를 넣으면 보라색이 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사발에 말간 국이 담겨 나오리라 생각했겠지만 잇 달링 잇에서 고구마 통 수이는 접시 위의 케이크입니다. 잘못 시켰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잘 보면 접점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일단 케이크를 고구마로 만들고 케이크 주변을 잘게 썬 고구마로 장식합니다. 그 위에 보라색 타로 아이스크림을 얹은 후 역시 보라색의 파우더를 뿌립니다. 실제 고구마 통 수이는 소스로 별도 제공해 손님이 직접 접시 위에 부어 먹게 합니다. 짙은 보라색 소스가 접시에 퍼질 때, 다들 한번쯤 먹어봤을 통 수이에 대한 추억을 떠올립니다.

 

<<< 스노우 펑거스 통 수이입니다. ⓒDaniel Food Diary

<<< 잇 달링 잇이 재해석한 스노우 펑거스 통 수이입니다. ⓒDaniel Food Diary

 

파파야 통 수이의 변신도 놀랍습니다. 본래 파파야 통 수이는 젤라틴 같은 버섯인 스노우 펑거스(Snow fungus)를 파파야와 함께 졸여 만든 후식입니다. 그런데 잇 달링 잇에서 파파야 통 수이를 주문하면 마스카포네 푸딩에 스노우 펑거스, 잘게 썬 파파야, 말린 파파야 칩을 곁들인 디저트가 나옵니다. 투명한 파파야 통 수이 소스는 고구마 통 수이처럼 별도로 제공됩니다. 마스카포네 푸딩이 기존 파파야 통 수이의 하얗고 투명한 느낌을 잘 살립니다. 고급진 연한 파스텔 톤 플레이트와도 찰떡입니다.

 

<<< 월넛 스위트 스프입니다. ⓒGlorious Soup Recipes
<<< 잇 달링 잇은 중탕한 초콜릿 대신 홍콩 사람들이 즐겨 먹는 월넛 스위트 스프를 케이크 속에 넣었습니다. ⓒU Food

 

라바 케이크(Lava cake)에서는 어떻게 형태를 재해석했을까요? 라바 케이크는 퐁당 오 쇼콜라처럼 생겼는데, 초콜릿 케이크를 가르면 월넛 스위트 스프(Walnut sweet soup)가 용암처럼 흘러 나옵니다. 월넛 스위트 스프는 월넛과 쌀을 갈아 가당 연유와 우유를 넣고 뭉근하게 끓인 홍콩 간식입니다. 국물 같은 제형의 통 수이와 달리 월넛 스위트 스프는 월넛이 점도를 만드는 성질이 있어 더 되직한 편입니다. 그래서 그와 가장 어울릴 법한 디저트와 조합한 것입니다. 초콜릿 케이크의 단맛과 견과류 특유의 쌉싸름함이 균형을 이뤄 맛도 의외로 잘 어울립니다.

 

이렇듯 잇 달링 잇에서는 아예 형태를 바꿔 홍콩 전통 주전부리를 적극적으로 재해석합니다. 그저 다른 재료를 일부 더하고 바꾼다고 해서, 고급스럽고 모던하게 내놓는다고 해서 재해석의 묘를 실감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잇 달링 잇 정도의 과감한 변화가 있어야 재해석한 방식을 뜯어볼 맛이 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기존 메뉴와의 연결 고리를 모두 없애는 것은 아닙니다. 재료, 색상, 제형, 형태, 맛 등 기존 메뉴를 연상하게 하는 지점을 곳곳에 살려둡니다. 대신 모티브를 따오되 직접적이지 않고 은근하게 보여줍니다.

 

낯선 재료를 등판시킨다

<<< 쓰촨 후추 아이스크림(좌)과 중국식 생강 식초 아이스크림(우)입니다. 비주얼을 낯설지만 재료와 맛은 친숙합니다. ⓒ잇 달링 잇

 

아이스크림을 시키려고 하니 이름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중국식 생강 식초 아이스크림(Chinese Ginger Vinegar Ice Cream)’, ‘쓰촨 후추 아이스크림(Sichuan Pepper Ice Cream)’ 등 보통 아이스크림에 쓰지 않을 법한 재료들이 버젓이 들어가 있습니다.

 

<<< 홍콩에서 산후 조리 때 먹는 겅 초입니다. 중국식 생강 식초 아이스크림의 모티브입니다. ⓒAnne Noyes Saini

 

이 무슨 괴식인가 싶지만 홍콩인들에게는 익숙한 조합입니다. 먼저 중국식 생강 식초 아이스크림에서 생강과 식초는 홍콩에서 산후 조리할 때 먹는 ‘겅 초(Geung Cho)’라는 국에 들어가는 재료들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미역국과 비슷한 것으로, 생강과 식초 그리고 돼지 족발을 넣고 푹 고아 만듭니다. 광둥어로 겅 초는 생강과 식초라는 뜻으로, 두 재료를 위 순서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홍콩인들은 같은 음식을 떠올립니다. 우리가 산고를 겪어낸 어머니를 떠올리며 생일마다 미역국을 먹듯, 홍콩 사람들도 생일마다 겅 초를 먹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식 생강 식초 아이스크림에 돼지 껍데기 튀김이 토핑으로 함께 나오는 것이 아주 낯설지는 않습니다. 모두가 알던 그 겅 초를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는 것입니다.

 

<<< 홍콩인들이 애정하는 향신료인 쓰촨 후추를 넣어 만든 쓰촨 후추 아이스크림입니다. 

 

쓰촨 후추 아이스크림도 마찬가지입니다. 홍콩인들이 애정하는 향신료인 ‘쓰촨 후추’를 첨가한 매운맛 아이스크림입니다. 쓰촨 후추는 마라처럼 혀를 얼얼하게 만들고 향이 강합니다. 아이스크림에서도 그 존재감이 어디 가지 않아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었음에도 입 안이 후끈해지는 기이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설탕에 조린 베이컨을 얹어 단맛, 짠맛, 매운맛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듯 맛과 온도가 뒤섞이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디저트에 흔히 쓰지 않는 식재료를 썼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저마다의 향수를 가지고 있는 로컬 음식의 식재료를 활용했습니다. 재해석할 디저트를 만든다고 해서 주구장창 로컬 디저트에만 변형을 줄 것이 아니라 로컬 음식 전체로 대상을 확장한 것입니다. 식사할 때 느끼던 맛을 디저트에서 맛 보니 더욱 파격적이면서 재기발랄합니다.

 

안 하던 플레이팅을 한다

원래 홍콩의 전통 간식들은 플레이팅이랄 게 없습니다. 이를테면 통 수이는 사발 한 가득 부어주면 그만입니다. 에그 와플도 종이에 둘둘 말아 주면 되고, 일회용 나무 젓가락에 플라스틱 용기가 대부분입니다. 나름 소박한 멋이 있지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를 예전 그대로 담아내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입니다.

 

사실 홍콩식 디저트를 ‘플레이팅 한다’는 것만으로도 낯선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잇 달링 잇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급으로 힘을 줍니다. 재료 간 색감의 조화와 대비, 조형적인 아름다움까지 고려해 디저트가 아니라 하나의 요리를 맛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잇 달링 잇이 식기로 쓰고 있는 러브라믹스의 매장입니다. 옛 도자기의 여러 가능성을 재해석해 펼쳐낸다는 면에서 잇 달링 잇과 방향성이 같습니다.

우선 식기가 한 몫 합니다. 잇 달링 잇은 러브라믹스(Loveramics)의 제품을 공식적으로 씁니다. Love of Ceramics의 준말로 전통 도자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브랜드입니다. 중국말로 china가 도자기를 뜻할 정도로 홍콩을 포함한 중화권은 전통적으로 도자기의 나라입니다. 러브라믹스는 도자기의 기능성을 살리되 현대적인 디자인과 쓸모를 더해 도자기의 장르를 새롭게 개척했습니다. 이를테면 도자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커피 컵으로도 출시하며 라떼 바리스타 챔피언십 대회의 공식 스폰서 컵으로까지 선정되고,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보여주었습니다. 러브라믹스는 전통을 재해석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잘 맞거니와, 굉장히 다양한 형태와 색상이 있어 색감이 다양한 잇 달링 잇의 디저트와 조합하기에 적합합니다. 기존 러브라믹스 제품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니라 잇 달링 잇의 로고를 새겨 넣고 메뉴판 등에 아예 ‘cutlery by Loveramics’라고 명시할 정도로 본격적인 콜라보입니다. 러브라믹스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식기로도 ‘전통의 재해석’이라는 취지를 살리는 잇 달링 잇의 콜라보 센스에 감탄할 것입니다.

 

<<< 화려한 플레이팅이 돋보입니다. ⓒ잇 달링 잇

이제 그럴 듯 하게 담아내는 일이 남았습니다. 잇 달링 잇은 홍콩식 전통 디저트에는 보통 없던 ‘여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위치도 가운데만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한 쪽에 치우치게 두는 등 음식의 형태에 어울리게 다양하게 변주를 줍니다. 또, 음식 단독으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장식을 항상 더합니다. 예를 들어 메뉴에 파파야를 썼으면 파파야 소스로 밑그림을 그리고, 채썬 파파야와 말린 칩 등 서로 다른 식감을 혼합하고, 노란색 파파야의 보색인 보라색 꽃송이를 더합니다. 메뉴에 아이스크림이 자주 포함되는 것도 서로 다른 온도의 재료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식기에서 섹션을 나눠서 아예 2가지 음식이 나온 것처럼 연출하기도 합니다. 음식 자체 뿐 아니라 음식을 둘러싼 요소까지 변화를 줘야 추억의 맛을 낯설게 소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시도가 어색하지 않은 공간을 만든다

메뉴도 실험적이고 상상력 넘치고 플레이팅도 미슐랭급인데, 이걸 평범한 공간에서 제공한다면 김 빠질 일입니다. 그래서 잇 달링 잇은 ‘포스트 모더니즘’을 컨셉으로 공간을 꾸몄습니다.

 

포스트 모더니즘은 형식, 주제, 재료가 정형화되어가던 모더니즘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예술 사조입니다.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포스트 모더니즘 덕에 획일화 된 예술이 다양해질 수 있었습니다. 꿈 등 무의식에서의 초현실적이고 비합리적인 이미지를 자유롭게 표현한 초현실주의, 소변기에 샘이라는 이름을 붙여 출품하는 등 캔버스와 물감로만 이루어지던 회화, 돌과 나무로만 이루어지던 조각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다다이즘, 캠벨 스프 깡통, 마릴린 먼로처럼 친근한 대중문화를 예술 작품에 등장시킨 팝 아트 등 가지각색의 방향성으로 발전해나간 것입니다. 잇 달링 잇이 초현실주의, 다다이즘, 팝아트 등을 아우르는 포스트 모더니즘을 공간에 접목했다는 것은, 그 안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어색하지 않은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미입니다.

 

ⓒWallpaper

일단 매장 전체에 채도 높은 형광색을 씁니다. 츄파츕스 같이 통통 튀는 디저트를 연상케함과 동시에 팝 아트 같은 인상을 줍니다. 도너츠, 젤로 등을 본딴 의자나 마시멜로 같은 등받이가 귀엽습니다.

 

<<< 다른 세계로 연결해주는 계단입니다.

 

잇 달링 잇의 매장은 2개층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사실 그냥 1개층으로 써도 무리 없을 층고이지만 주어진 공간 내에서 최대한 많은 변주를 주기 위해 일부러 분리했습니다. 낮은 층은 입구, 주방, 계산대가 함께 있어 그래도 일반적인 편입니다. 높은 층에 가기 위해서는 짧은 계단을 거쳐야 하는데, 공간의 변화를 인지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합니다. 우선 계단을 따라 5개의 시계가 있습니다. 보통 도시나 나라 시간을 표시하고는 하는데, 잇 달링 잇은 그린란드라는 나라, 페어 뱅크스라는 지역, 우드 버팔로라는 국립 공원, 커크주펠이라는 산, 플래치포드 레이크 롯지라는 산장 등 시간 표시 기준이 대중 없이 섞여 있습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오로라가 나타나는 고위도 지역이라는 것입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동안 시공간이 5번 바뀌며 오로라를 보듯 보다 초현실적인 높은 층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Wallpaper

높은 층에는 오목하거나 볼록하거나 구겨진 거울을 곳곳에 두어 매장 안의 모습을 왜곡되게 투영한다든지, 형광색의 반투명 아크릴판으로 낮은 층과 구분한다든지, 천장이 은은하게 바닥의 모습을 반사시킨다든지 등 일반적으로 보던 모습에서 살짝의 트위스트를 주었습니다. 초현실적인 일러스트도 많습니다. 일단 로고부터 착시입니다. 잇 달링 잇의 E를 따와 포크 모양으로 만든 로고는 잘 보면 성립하지 않는 입체입니다. 평면과 입체가 섞여있어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히 반복됩니다. 벽에서 벽이 튀어나오는 듯한 일러스트라든지, 블랙홀이 열린듯 행성들이 솟아오르는 일러스트 등 모두 상상 속의 풍경입니다. 이 모든 인테리어적 요소들이 비현실적인 공간을 만듭니다.

 

ⓒWallpaper
ⓒU Lifestyle Food
<<< 로고를 포함해 매장 곳곳에서 초현실적인 일러스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오랫동안 확립된 규칙을 깨고, 형태, 재료, 내용의 한계를 무한히 확장하고 경계를 없앴습니다. 잇 달링 잇도 홍콩 전통 디저트의 형태, 재료, 내용을 확장한다는 면에서는 맥락을 같이 합니다. 그렇기에 자칫 겉돌 수도 있는 포스트 모더니즘 인테리어가 잇 달링 잇에서는 잘 어우러집니다.

 

여전한 것도 필요하다

<<< 치킨 목을 넣어 만든 덮밥입니다. ⓒ잇 달링 잇

 

잇 달링 잇에서는 식사 메뉴도 판매합니다. 디저트만 먹기에는 아쉽거나 새로움 일색인 매장이 부담스러울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식사만 주문할 수도 있고, 애피타이저, 식사, 디저트를 결합해 코스 메뉴도 있습니다. 이 식사 메뉴도 홍콩 로컬향이 나는 메뉴입니다. 중국식 만두인 완탕을 말린 칩을 곁들인 탕수육 나쵸, 한국에서는 별 인기 없지만 홍콩에서는 즐겨 찾는 치킨 목 부위를 넣어 만든 덮밥 등이 있습니다. 디저트 메뉴로만 운영했으면 제한적이었을 수요를 늘리고 잇 달링 잇의 디저트를 접할 기회를 넓힌 것입니다. 추억의 맛을 낯설게 소환하기 위해서는, 낯설지 않아야 할 부분을 남겨놔야 합니다.

 

‘식사 후 디저트’라는 디저트의 본래 역할을 구현하는 것 외에 잇 달링 잇이 지키는 부분이 또 있습니다. 비주얼은 마음껏 변형하되 원래의 맛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입니다. 비주얼이야 모티브만 따 와도 자동으로 연상되지만, 맛은 정확하게 구현해야 추억을 재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잇 달링 잇은 그 선을 철저히 지킵니다.

 

그래서인지 잇 달링 잇에서는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들이 옵니다. 어린 아이들이 함께하는 가족 단위 고객부터, 젊은 커플들, 나이 지긋한 동창생 모임까지 한 데 섞여 있습니다. 옛 것을 가지고 새로움을 성공적으로 제안했을 때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반응이 아닐까요?

 

 

참고 문헌

잇 달링 잇 공식 홈페이지

• Eat Darling Eat – Deconstructed Hong Kong Local Desserts Such As Tong Sui Papaya, At Causeway Bay

• eat darling eat opens in Hong Kong

• 건축가들을 통해 알아보는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

• Eat Darling Eat — Hong Kong, Ch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