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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이 나무는 왜 이런 모양일까요?

  이론과 현실 사이엔 간극이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거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샌프란시스코로 출장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비행편이 오전과 오후에 두 편 있었는데, 둘 중에 오전 비행기를 선택했습니다. 오전에 출발하면 샌프란시스코에 오전에 도착하니까 하루를 더 쓸 수 있다는 계산이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었지만, 경험해보니 현실은 달랐습니다.   오전에 출발했기 때문에 비행기에서 잠들기 어려웠습니다. 현지에 도착하니, 잠을 자지도 않았는데 또다른 하루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밤을 새고 다음 날을 맞이한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다보니 현지에서의 활동이 둔해졌고, 낮잠을 안자고는 버틸 수 없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하루가 그렇게 비효율적으로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다음 번에 미국으로 출장을 갈 때는 오후 비행기를 탄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래야

#79. 무인양품의 자판기 커피는 무엇이 다를까?

  도쿄에 갈 때마다 들렀던 곳이 있었습니다. 무인양품 유라쿠초점입니다. 서울에도 무인양품 매장이 여기저기 있는데, 굳이 도쿄까지 가서 무인양품 유라쿠초점을 찾아간 이유가 있습니다. 전세계에 있는 무인양품 매장 중에 최대의 플래그십 스토어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규모가 크기만 했다면, 매번 찾아갈 필요까진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곳에 가면 무인양품의 최신 시도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무인양품 팬으로서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들렀었습니다.   한 번은 무인양품 유라쿠초점에 갔더니 진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계산대 앞에 줄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20~30% 수준의 할인 행사를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무인양품이 일시적인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세일 행사를 했을 리 만무합니다. 유라쿠초점의 문을 닫고 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동안의

#78. 흔한 것에서 흥할 것을 찾은 역발상

도시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야경입니다. 저마다의 실루엣이 뿜어내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그 도시와 친해지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야경에 취하기만 해도 충분할 텐데, 휴가 차 방문한 싱가포르에서 야경을 바라보면서 한 번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근을 하는 사람들 덕분에 야경이 더 빛나는 것이 아닐까.’   야경에도 주인공이 있다면 야근을 하는 직장인일 거라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야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기도 했고, 야근이 기본이었던 그 때 당시의 일상에 대해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야근도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이 될 수 있다고 믿으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동시에 이런 질문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야근이 누군가에게 생중계된다면 더 힘이 날까?’   프로스포츠 경기에서

#77. 코로나 이후의 퇴사준비생의 여행

  여권의 첫 페이지를 읽어 보신 적 있나요? 해외 여행을 갈 때 없어서는 안될 만큼 중요한 여권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볼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읽어보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여권은 신분을 증명하는 수단이지 책이 아니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넘기는 여권의 첫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인 이 여권소지인이 아무 지장 없이 통행할 수 있도록 하여 주시고 필요한 모든 편의 및 보호를 베풀어 주실 것을 관계자 여러분께 요청합니다.”   여권 맨 앞 장에 있지만 여권소지자도, 심지어 요청의 대상이 되는 입국심사자도 읽지 않는 내용이라 굳이 없어도 될 말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해외 여행이 제한되니, 이 한 문장의 존재감이 커집니다.

#76. 쓸모없는 메뉴의 쓸모

  누가봐도 이상하게 생각할 선택지가 있습니다.   옵션 1. 온라인판 정기구독 59달러(연간)   옵션 2. 오프라인판 정기구독 125달러(연간)   옵션 3. 온라인 및 오프라인판 정기 구독 125달러(연간)   위와 같은 <이코노미스트> 정기구독 옵션을 합리적인 관점으로만 잘못 설계된 선택지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옵션 2와 옵션 3을 비교해보면 옵션 2가 완벽한 열위에 있기 때문에 누구도 옵션 2를 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상하게 생각하고 말겠지만,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행동 경제학을 가르치는 댄 애리얼리 교수는 <이코노미스트>가 바보같은 짓을 할리 없다고 판단해 실험을 해봅니다.   MIT 대학을 다니는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위의 세가지 옵션을 제시하고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옵션 1을 16%, 옵션 3을 84%가

#75. 해리포터의 팬이신가요?

  ‘퇴사준비생의 여행’을 취재하러 갈 때, 현지에서 새로운 매장을 발견할 틈을 남겨둡니다. 서울에서 사전 리서치로 알기 어려운 정보가 있기 때문입니다. 리서치에서 찾을 수 없었던 매장을 찾기 위해 현장에서 하는 일은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 현지의 큰 서점을 갑니다. 서점에 가보면 보통의 경우 그 도시를 소개하는 코너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런던이라면, 포일스 서점에 있는 런던 소개 코너를 가보는 식입니다. 그 곳에는 서울에 번역되어 소개되어 있는 책들도 있지만, 서울에서는 접할 수 없는 책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 책들을 둘러보면서 새로운 매장들을 추가로 확보합니다.   둘째, 현지의 버스나 지하철 광고를 봅니다. 버스나 지하철 광고를 보면 이제 막 뜨고 있는 기업들의 광고를

#74. 시간의 쓸모를 찾아보세요.

  본고장이라면 다를 거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퇴사준비생의 런던>을 취재하러 런던에 갈 때 ‘애프터눈 티세트’를 색다르게 접근한 매장을 방문해보고 싶었습니다. 리서치를 해보니 본고장답게 애프터눈 티세트를 파는 곳이 넘쳐났고, 저마다의 개성을 담은 티하우스도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취재지로 선택한 곳은 샌더슨 호텔 내에 위치한 ‘매드 해터스 애프터눈 티(Mad hatters’s afternoon tea)’였습니다.   매드 해터스 애프터눈 티는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인 곳이었습니다. 티하우스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테마로 꾸민 덕분입니다. 저작권이 소멸한 과거의 콘텐츠를 가지고 차별적 경쟁력을 만들어낸 사례로 소개하고 싶어서 예약한 시간에 맞춰 매드 해터스 티하우스에 방문했습니다. 호텔 주변도, 호텔 내부도 인적이 드물었는데 티하우스에는 손님들이 가득했습니다. ‘제대로 찾아왔구나’라는 안도와 함께 콘텐츠로 쓰기 위한

#73. ‘여행의 생각’을 시작합니다.

  해돋이를 보는 것도 아닌데, 동틀 무렵부터 움직였습니다. 아침 7시에 오픈하는 카페를 취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시간에 문을 여는 곳이 거의 없어 그곳에서부터 시작하면 더 많은 곳을 취재할 수 있기도 하고 문을 열 때 방문해야 손님이 없을 때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어서 새벽부터 서둘렀습니다.   부담은 덜 했습니다. 추가 취재를 간 거라 이미 팀원들이 취재한 내용이 있었고, 보강할 내용도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내용을 발견해야 하는 건 아니니 분석 모드 대신 경험 모드로 매장에 들어갔습니다. 1차 취재 결과를 사진으로 봤지만, 현장은 그것보다 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의 이성적인 정신으로 들어가도 감성적인 부분이 충만해질 정도였습니다. 여기에다가 매장 곳곳에 표현되어 있는 ‘더

#72. 세상에서 가장 멋진 청소차

  누구나 언젠가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우화가 있습니다. 벽돌공 우화입니다. 아시다시피 내용은 간단합니다.   벽돌을 쌓고 있는 3명의 벽돌공에게 물었습니다.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첫번째 벽돌공은 ‘벽돌을 쌓고 있다’고 대답했고, 두번째 벽돌공은 ‘교회를 짓고 있다’고 말했으며, 세번째 벽돌공은 ‘하느님의 성전을 짓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열정적 끈기와 끝까지 해내는 힘에 대한 책인 <그릿>에서도 벽돌공 우화를 인용합니다. 이를 통해 첫번째 벽돌공은 생업을, 두번째 벽돌공은 직업을, 세번째 벽돌공은 천직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설명합니다. 자신의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로 일을 하는 사람을 구분한 것입니다.   <그릿>에서처럼 생업과 천직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3명의 벽돌공 사이에서 차이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3명 모두 벽돌을 쌓는 행위를

#71. 100파운드를 의미있게 날리는 방법

  계획을 세우는 일은 중요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도 있습니다. <퇴사준비생의 런던>을 런칭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퇴사준비생의 도쿄> 출간 후에 6개월 정도의 간격을 두고 <퇴사준비생의 런던>을 런칭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런던으로 취재를 떠난 것도 <퇴사준비생의 도쿄> 출간 전인 2017년 5월이었습니다. 이 때까지는 계획이 있었는데, 역설적이게도 <퇴사준비생의 도쿄> 출간 이후 계획이 무너집니다. 기대 이상의 반응에 감사하게도 여기저기서 사업 제휴나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밀려드는 일들을 있는데, 이를 마다하고 <퇴사준비생의 런던>을 쓸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취재 후에 콘텐츠를 제작하는 건 우선 순위에서 밀렸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나, 2018년 가을에는 책을 낸다는 계획을 다시 세웠습니다. 물론 가능성을 열어 두었지만 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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